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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밀워키 판사 ‘불법 이민자의 ICE 회피 도운 혐의’로 체포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의 해나 듀건 판사가 법정에 출석한 불법 체류 이민자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4월 25일, 연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이민 정책과 사법부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듀건 판사는 4월 18일, 밀워키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재판 중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 체류자인 에두아르도 플로레스-루이스(Eduardo Flores-Ruiz)를 체포하려던 것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플로레스-루이스는 2013년 미국에서 추방된 후 불법으로 재입국한 멕시코 국적으로, 폭행 및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연방 수사 당국에 따르면, 듀건 판사는 재판 시작 전 ICE 요원들에게 법원장에게 문의하라고 지시하며 그들을 다른 방향으로 안내했고, 이후 피고인과 그의 변호사를 법원의 비공개 출구를 통해 몰래 빠져나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플로레스-루이스는 잠시 도주했지만, 연방 요원들의 추격 끝에 다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듀건 판사는 공무 집행 방해와 피의자 은닉 혐의로 체포됐다.

듀건 판사는 2016년부터 밀워키 카운티 법원에서 재직 중이며, 주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구조 활동을 펼쳐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듀건 판사의 변호인인 크레이그 마스탄투오노 변호사는 법정에서 “듀건 판사는 자신의 체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공공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닌 과잉 대응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밀워키 시의원 피터 버겔리스는 성명을 통해 “듀건 판사는 지성과 헌신,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공공 봉사의 모범”이라며 “그녀는 늘 정의의 편에 서 왔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발리에 존슨 밀워키 시장도 연방 정부의 체포 방식에 대해 “서투르고 무계획적이며, 단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 또한 SNS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사법부를 공격하고,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탄핵을 운운하는 위험한 언사를 써왔다”며, 이번 사건도 그러한 정치적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태미 볼드윈 연방 상원의원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체포는 매우 급진적이며 심각한 조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불법적인 행태와 사법부 및 의회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원 사법위원회 간사인 메릴랜드 민주당 하원의원 제이미 라스킨은 성명을 통해 듀건 체포에 대한 모든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체포의 의미는 소름 돋는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측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듀건 판사의 체포를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스콘신주 공화당 하원의원 톰 티파니는 X를 통해 “불법 체류 외국인의 체포를 방해하면 체포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FBI 국장 캐쉬 파텔은  “듀건 판사가 ICE 요원들을 고의로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해 불법 체류자인 플로레스-루이스가 체포를 피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요원들이 결국 그를 체포했지만, 판사의 방해 행위는 공공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이민 문제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은 듀건 판사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번 체포가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