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윤기자의 펜과 렌즈 사이

강남중 기자



모르면 당한다, 법보다 무서운 건 ‘몰랐던 것’이다

요즘 미국에 사는 한인 이민자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나는 합법적인 체류자니까 문제없다”, “서류만 잘 갖추면 걱정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믿음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이민 정책은 더욱 단호하고 엄격하게 바뀌었다. 범죄자나 폭력 조직 등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이들에 대한 단속은 분명 필요하고 마땅한 조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단속의 범위가 ‘불법’이라는 기준을 넘어, 이민자의 삶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에 1년 이상 체류하고 돌아온 영주권자가 공항에서 ‘영주권 포기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변호인의 조력 없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단지 공항 직원의 지시에 따라 서명하게 되는 이 서류는 이민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문서다. 그 순간, 수십 년 지켜온 미국 내 삶의 기반이 무너진다.

교통법 위반, 음주운전, 오래전의 시위 참여 이력. 그 무엇 하나라도 문제 삼아 입국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추방으로 이어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과거에 작은 잘못을 저질럿던 모든 이민자는 사실상 전시 상황에 놓여 있다.

고용주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류 미비자를 잠시 고용하거나, 숙소를 제공하거나, 차량으로 이동을 도운 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민자의 천국’이었던 미국은 어느새 ‘감시와 통제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을, 과연 누가 알리고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오늘날 언론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전달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언론은 생존의 통로이며,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이고, 공동체를 지키는 최후의 방파제다.

문제는, 지금도 많은 이민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면 대비할 수 없고, 대비하지 못하면 결국 뒤늦은 후회만 남는다.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위험이 되는 시대, 언론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언론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사명이다.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하루라도 빨리,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지는 최근 개최된 이민정책 간담회에서 공유된 내용을 기사로 전했다.
단순히 한 단체의 활동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이민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앱과 법률 정보, 그리고 공동체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향을 공유한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적 입장이나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오직 공공의 이익과 동포사회의 안전을 위한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본지의 보도를 ‘외교적 민감성’을 이유로 비판하고, 정치적 의도로 해석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
우리가 선 자리는 단 하나, 바로 ‘진실의 자리’이며, 그 중심에는 늘 우리 동포들이 있다.

언론은 갈등을 확대하거나 대립을 조장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공동체를 연결하고, 정보를 통해 보호하며, 위기를 대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사안이 민감하든, 그것이 진실이고 도움이 된다면 알리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조심스러운 외교의 언어 뒤에서 현실을 외면하는 침묵은 더 큰 위험을 부른다.

지금 우리는, 바뀐 법의 내용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사관, 커뮤니티 단체, 이민법 전문가들이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목소리를 연결하고, 확대하고, 조명하는 역할은 언론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전에 이 나라를 ‘기회의 땅’이라 믿고 이민을 결심했다. 그 선택의 대가는 크고도 깊었다. 하지만 지금 그 기회의 문은 조용히 닫히고 있다.

이 변화에 대응하려면, 더 이상 관망해서는 안 된다. 이민자의 권리는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정보가 무기이고, 참여가 방패이며, 침묵은 패배다.

끝으로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길은 있다. 단, 그 길은 ‘알고 있는 자’에게만 열려 있다. 모르고 있으면 준비할 수 없고, 준비하지 못하면 지킬 수 없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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