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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오징어 게임 흥행과 영어자막 오역의 최고의 해법



주요 외신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비중 있게 다루며 관련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뉴욕 타임즈와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한국적 소재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한 데 이어, 6일에는 영국 최대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우리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FT는 미국, 영국, 방글라데시, 브라질 등 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90국을 강타한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로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한 면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FT는 ‘오징어 게임’이 ‘호러 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신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오징어 게임’의 문제의식을 198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1954)’과 비교하기도 했다. ‘파리 대왕’은 스무명 남짓한 소년들이 태평양 한 무인도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립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잔혹한 원시적 본능을 드러내는 소년들의 모습을 그려 인간 내면의 악한 본성을 폭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오징어 게임’도 같은 맥락에서 “폭력을 향한 인간의 선천적 경향을 잘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라면서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암흑 속에 숨겨져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도 “‘오징어 게임’이 다른 생존 스릴러와 다른 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DW는 “박진감 넘치고 영리한 작품”이라면서 “앞선 생존 스릴러와는 다른 문법을 따른다”고 했다. DW는 ‘오징어 게임’이 ‘파리 대왕’, 일본 영화 ‘배틀로얄(1999)’, 미국 소설 ‘헝거게임(2008)’의 계보를 따르는 동시에, 리얼리티 쇼 형식을 활용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드라마 후반부에는 “부조리와 기괴함을 부각하는 연출로 해외 관객이 익숙한 한국 영화의 느낌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또 “인간 심연을 들여다보는 대담함도 엿보인다”고 했다.

DW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참여자들은 고립된 섬이나 독재 치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생존 스릴러 장르의 계보에서 비껴간다. 이들은 원한다면 언제든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 이 점에서 DW는 ‘오징어 게임’이 자본주의 사회 속 개인의 종속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 ‘반(反) 자본주의적 우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원화 환율 검색량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한국 원화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통화로 만들었다고 6일 보도했다. 매체는 구글에서 검색되는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원화 환율 환산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원화를 다른 통화로 환산하는 법도 최근 많이 검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세계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 속 우승상금인 456억 원이 달러 등 각국 통화로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456억 원은 환산하면 약 3834만 달러, 3318만 유로, 43억 엔, 2억4743만 위안 등이 된다.

또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이달 말 핼러윈 데이를 앞둔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핼러윈이 다가오면서 이 드라마 의상에 대한 수요 또한 부쩍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핼러윈 데이에서 ‘오징어 게임’ 의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아주 흔하면서도 단순한 핼러윈 의상이다. 파티에 뒤늦게 초대받아 미리 의상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더라도 아디다스 운동복에 번호만 붙이면 된다”고 했다. 매체는 의상을 구매하지 않고 자체 제작해 착용하려는 팬들도 많다면서 다른 의상에 비해 초록색 운동복이 비교적 따라 입기 쉽기 때문에, 운동복에 숫자만 새기는 식으로 직접 제작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운데 오징어 게임 영어 자막이 정확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시선을 사로잡는 시각적 요소, 쉴 새 없는 속도감뿐 아니라 기발하고 절묘한 대화e) 내용이 묘미를 더하는데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값어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숨은 문제점은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영미 메이어가 트위터를 통해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녀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며 일부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실제 대본의 교묘함, 재치, 전반적 의미가 훼손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오역 사례는 '내 머리는 장난 아니라니까'라는 대사등이 꼽혔고, 또 ‘뭘 봐?’를 ‘Go away’로 ‘오빠’를 ‘old man’, 아주머니를 ‘grandma”로 해놓은 예가 제기된다.

이런 논란이 일자 미국 매체 에스콰이어는 의외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내년까지 우리모두 한국어 배우는 데 전념하자. 그러면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시즌 2로 나올 속편 볼 준비도 되지 않겠나.”

마침 한글날을 앞두고 있는 이즈음 우리 한국인들로서는 절대 찬성할 제안 아니가 싶다. 에버랜드에 서 새로 태어난 한국 호랑이 다섯 쌍동이의 이름은 아름 다운 우리 강산 만세 였다는 소식 새삼 귀에 새록 들어 오면서 오징어 게임의 눈부신 흥행이 한류와 한글의 보급 발전에 큰 순기능으로 작용 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