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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산山 으로 가는 미주총연 호號

언제부터인가 미주총연에 ‘어른’이 사라졌다. 한 나라나 단체의 어른은 단지 나이가 들었다고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의 ‘어른’이란, 그 단체가 분열되고 불협화음이 일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 묵직한 범종의 울림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따끔한 야단으로 단체를 바로잡아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모름지기 어른이란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어떻게 자신의 견해를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노인이 되는 사람이 있고,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어른이 노인일 수는 있지만, 노인이라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10여 년을 끌어오던 미주총연 분규사태가, 2022년 2월 12일 공동통합합의성명서를 통해 봉합된 지 벌써 1년 반이 되어가고 있다. 29대 통합 공동회장 김병직, 국승구 호가 돛을 올리고 한동안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암초가 떡하니 가로막아서며 뱃머리를 산으로 돌리라고 야단법석들이다.

그 선두에 선 두 사람, 이 모 회장과 변모 회장이다. 제24대부터 28대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주총연 분규는 계속되었다. 그동안 미주총연은 양쪽으로 갈라져 소송으로 점철(點綴)된 세월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허송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 12년 세월 동안 어디 서 뭐하다 이제 와, 이미 통합해서 잘 가고 있는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자며 딴지를 거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그 어렵다는 통합, 10여 년 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미주총연 분규사태에 종지부를 찍고, 어렵사리 통합해놓으니,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자는 심산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그들의 본심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 그동안 다중이 선택한 길을 소수가 가로막아서며, 뱃머리를 산으로 돌리라고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통합을 깨자는 건지, 이쯤에서 각자 살길 찾아가자는 건지, 모를 일이다.

두 사람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아래는 변모 회장과 이 모 회장이 공동통합합의성명서와 29대 미주총연이 행한 불법행위라며, 소셜미디어(단톡방)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다.

“변: 이흥복 회장님, 현 통합체제를 부정하는 사람과는 타협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물론 아직은 가정이지만 지난 4월 13일 김병직 회장께서 제출한 118명의 명단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문이 사실로 밝혀져 2021년 12월 11일 버지니아 인준총회가 회칙에 위반되었다고 하여도 현재의 생각을 고집하실 것인지 여쭙습니다. 그리고 합의 당사자인 '총회장 김병직'의 자격이 허위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8인합의가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지도 여쭙겠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 윤리위원회에 촉구합니다. 재무회계관리 규정 제 19조(예산집행 결과보고), 제 21조(결산서의 작성), 제 22조(수입금의 수납) 그리고 제 34조(변상책임) 등을 숙지하시고 분기별 그리고 회계년도의 결산에 관하여 사무처에 자료제출을 요구하여 주십시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상임이사회에 외부감사를 요청하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청원인 정회원 변재성”

“이: 김.국.서 세명의 합의 서명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승구 회장이 합의서에 서명한 시점은 덴버 총회가 열리기 전 입니다. 당시 국회장의 신분은 김재동 회장님과 동일한 미주총연 회원중 한 사람일뿐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누구의 권리를 대심할 신분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총회장으로 선출되기 전이니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김병직은 취임식에 참석한 정회원 수에 문제가 있고, 국승구는 회장 취임 전 공동통합합의성명서에 서명했으니, 그 또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변 모 회장이 부인하는 김병직, 이 모 회장이 부정하는 국승구 두 공동회장 체제가 1년 반 동안 이어져 왔고, 12월이면 그들은 임기를 마친다.

그동안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이제 사 자격 운운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국승구도 김병직도 자격이 없으니, 그 둘을 찍어내자는 뜻인지,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다. 통합을 깨자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쩌란 말인가. 답답하다. 심중의 말을 솔직하게 해보든가,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변 모 회장이 29대 윤리위원회에 본인 이름으로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의 주장대로 라면, 존재하지 않는 윤리위원회에 접수한 꼴인데, 그것이 논리에 맞다 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29대 공동회장 체제는 부정하면서 윤리위원회나 상임이사회는 인정한다는 말인가? 29대 윤리위원회는, 정상이라서 윤리위원회를 통해 상임이사회에 외부감사를 요청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말인가?

변 모 회장이 논리의 결핍을 말한다. 오히려 본인의 논리에 결핍이 있다는 생각은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정작 본인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지, 본인이 주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29대 공동회장 체제를 통째로 부정하면서, 윤리위원회와 상임이사회는 29대로 인정한다니? 논리가 성립된다고 보는가? 정녕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2011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회칙을 준수하고 절차를 따랐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미주총연 회원이면 누구 하나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절차와 회칙은 무시한 채, 늘 두 편으로 갈라져 서로 옳다고 자기주장만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모 회장과 변모 회장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했던 2022년 9월 24일 댈러스(Dallas) 모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 28대 회장 임기가 끝난 2021년 12월 기준, 10개월여가 지난, 2022년 9월 24일 댈러스에서 또 다른 미주총연 회장 취임식이 치러졌다. 그 자리에 28대 박 모 회장이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정통 미주총연 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모임이 회칙을 준수했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 자리에 참석한 정회원 숫자가 회칙을 충족시켰다고 생각하는가? 미주총연 27대와 28대 회장을 회칙에 의거, 정상적으로 선출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28대는 회칙이란 잣대를 갖다 대면, 회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회칙을 왜곡시킨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미주총연 45년 역사상 최악이었다. 두 사람은 이것을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변 모 회장이 부르짖는 미주총연 바로 세우기 풀뿌리운동, 누구를 위한 운동인가? 풀뿌리에서 생선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을 나만 느끼고 있는 걸까? 그 운동에 동조하는 대부분이 중남부 회원들이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면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가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서명 당시 사정일 미한협 회장 입장이었다면, 그런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한협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이었고, 정회원 등록 수 300 백 명이 넘었다. 그러나 통합의 일념 하나로, 단지 나이가 국, 김, 보 다 어리다는 이유로, 국, 김, 두 사람 지지자를 다 합해도 300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화장 자리를 양보했다.

국, 김, 서, 세 사람이 각고(刻苦)의 타협으로 이루어낸 통합이다. 지난 10여 년의 미주총연 분규사태를 돌이켜보면 알겠지만,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다 된밥에 풀을 뽑아 던지는지 모르겠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미주총연 분규사태는 개인적 감정과 권모술수, 왜곡된 회칙이 뒤엉켜있다. 깊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너무나 복잡하다. 2011부터 2021년까지의 분규사태는, 이제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회칙을 따지자면 24대부터 28대까지 확실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특히 이번 통합은 회칙이란 잣대를 들이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로 이룬 통합이, “30대 회장 자동승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다면 미주총연은 영원히 통합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분규사태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거듭되는 악순환에 결국 공중분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회칙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1년 만에 통합을 끌어내 드넓은 먼바다로의 향한 항해의 닻을 올렸다. 1년 반 동안 몇 번의 풍랑은 만났으나, 잘 헤쳐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암초가 되어 막아서면 되겠는가? 두 사람은 연배로 보아서는 미주총연의 원로이자 어른들이다. 어린아이처럼 뱃머리를 산으로 돌리자고 떼쓰면 되겠는가? 그런다고 약 400명이 승선한 미주총연 호(號)가 쉽게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른의 부재, 미주총연이 애처롭다. 노인(老人)은 있으나, 어른이 없는 미주총연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미주총연에 관한 글을 당분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절필(絕筆)을 선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