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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미주총연 이대로 좋은가 3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미주총연 사태는, 조정위원회가 발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정위원회라는 기형적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킹메이커라 불러주기를 원했던, 조정위원회의 기행(奇行)은 28대까지 계속되었고, 급기야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서명 직전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다행한 것은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최종 합의 내용과 서명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통합합의성명서는 특별하다.

제23대에서 24대로 넘어오는 2010년부터 실질적인 미주총연 사태가 시작되었다. 24대 25대 26대는 물론 27대를 거쳐 28대에는 분규사태의 정점을 찍었다. 미주총연 분규사태는 회칙을 왜곡하고 절차를 무시한 데서부터 비롯되었다. 두 패로 갈라져 상대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우를 범한 결과, 미주총연은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었다.

분규의 정점이라 할 만큼 최악의 27.28대 박 모 회장 체제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회칙을 왜곡 해석하고, 공탁금 5만 달러를 착복(着服)함으로써 미한협 이란 단체를 탄생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박 모 회장은 29대 정통 총연 이란 사생아를 만들어냈다. 당시 사무총장직을 수행한 김 모 회장이, 28대 박 모 회장을 두둔하며, 회칙 운운하는 것은 자기기만(自己欺瞞)이다. 아이러니(irony) 하게도 그가 박 모 회장은 두둔하면서, 정통 총연의 정 모 회장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矛盾)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정 모 회장도, 그들의 마지막 킹메이커 놀음의 희생양인 셈이다. 피해자라는 뜻이다. 10개월 늦게 출범한 결과, 텀(term)이 통합 총연과 달라졌다. 그것이 정통 총연의 족쇄가 될 것이다. 정 모 회장 입장에서보면, 서정일 이사장이 30대 회장으로 자동 승계되는 것이 오히려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런 지에 대해서는 이 글을 끝까지 읽고 깊이 사유(思惟)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서명으로 미주총연의 상처는 급한 대로 봉합됐다. 걷는 것조차 버거운 미주총연이 뛰는 것은 무리다. 빨리 일어나 뛰고 싶은 마음은 백분 이해한다. 그러나 몸이 망가진 미주총연 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이 30대란 뜻이다. 미주총연은 아직 환자다. 급하게 한 수술이니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병실에 옮겨 수술 경과를 지켜보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 걷기부터 시작해 차츰 속도를 높이자는 것인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그동안 선거철마다 자행되었던 회칙해석의 왜곡을 막기 위한 다음 단계가 회칙 부분개정이다. 그간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 되었던 회칙유권해석, 왜곡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동안 총연회장 자리를 놓고 서로 자기 쪽에 유리하게 회칙을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은, 회칙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미주총연 사태가 회칙의 자의적(恣意的)해석이 불러온 불상사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회칙 부분개정은 꼭 거쳐야 할 단계이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에 대한 계속되는 문제 제기는, 미주총연 분규사태의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다. 그것은 미주총연의 아픈 역사다. 역사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 일부 회원들이 단순 논리에 매몰되어 지엽적(枝葉的)인 것에 매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도도하게 흐르는 미주총연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 사실 국, 김, 서 세 사람은 미주총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들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단 서정일 이사장의 “자동승계”가 완성되었을 때라는, 가정이 전제된다.

그들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미주총연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는, 식물 미주총연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미주총연 사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회칙 왜곡, 조정위원회의 개입, 금품부정선거, 윤리위원회의 개입, 개인감정의 개입, 등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회칙이란 잣대 하나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미주총연 사태는 다시 손댈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에 서명한 그 날 장사지냈다고 생각하자. 이제 잃어버린 지난 10년은 그만 생각하자. 상처와 아픔은 역사의 무덤에 묻어 버리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미주총연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한편, 미주총연 30대 회장 "자동승계" 건으로 한동안 소셜미디어(단톡방)에서 날선 공방이 뜨겁게 오갔다. 몇몇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이 자동승계 반대가 논리적으로 벽에 부딪히자, 이제는 서정일 이사장에 대한 리더로서 자격과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며, 30대 미주총연 회장으로서 그의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어떤 직위에 오르면 그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된다는 말이다. 즉, 자리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다만 리더로서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리더는 본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참모들이다. 사실 참모가 리더를 만든다. 어떤 참모와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리더의 성패가 결정된다. 리더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게 돕는 것이야말로, 참모들이 할 일이다.

회칙에 명시된 후보 자격 요건만 충족시킨다면, 미주총연 회원 누구나 회장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은 이미 지역 한인회장으로 봉사하면서 미주총연 회장 후보로서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쳤다. 이제 와 서정일 이사장이 30대 회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그를 검증해야 한다는 말은, 미주총연의 모든 회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리더는 지휘자다. 한 단체의 리더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각 악기의 고유 음색,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어 그 소리 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리더는 본인이 지휘하고 있는 단체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여 조화로운 화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승화시키는 것이 주된 임무가 되어야 한다. 철저한 인선 과정을 거쳐 인재를 골고루 등용한다면, 서정일 이사장이 30대 미주총연 회장으로 지휘자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향곡 연주에 있어 잦은 불협화음은 오케스트라 수준의 지표가 된다. 안타깝게도 국승구 회장은 리더로서 큰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그만큼 한 단체의 인사실패는 리더 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몇몇 튀는 임원들로 인해 국승구 회장의 리더 십에 커다란 흠집이 났다. 12월 초에 있을 이. 취임식까지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국회장을 그만 흔들어 대고 제자리에 갖다 놓기 바란다. 평화롭게 30대 서정일 이사장에게 이임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그를 진정으로 돕는 일이다.

만약,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합의서 제5항을 받아들일 수 없고, 공동통합합의성명서가 무효라면, 29대 공동회장 체제도 없던 것으로 해야 맞다. 서정일 이사장의 “자동승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국, 김, 공동회장도 29대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통합 당사자인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여전히 29대 공동회장으로 미주총연 역사에 기록되고, 서정일 이사장만 30대 회장으로 자동승계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서약(誓約)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공명정대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와 국승구 김병직 공동회장을 부정하면서 29대는 그대로 두고 30대를 투표로 선출하자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명분도 논리적 근거도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꼭 투표해야 한다면, 국, 김, 두 사람의 29대 공동회장 자격도 박탈해야 맞다. 30대가 아니라 29대 회장을 다시 선출해야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과연 국, 김 두 공동회장이 그렇게 하겠는가? 그리고 지난 2년 세월을 누가 보상하고 어떻게 책임진단 말인가. 그러니 불가능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曰可曰否)할 것 없다는 말이다.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자는 풀뿌리 운동도 그렇다. 그 운동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정통 총연이라 주장하는 쪽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 특히 주동 인물은, 그쪽 임원과 취임식에 참석했던 사람이다. 28대가 문 닫은 지 약 10개월여만인 2022년 9월 24일, 뒤늦게 29대 정통 미주총연 이라며, 딴살림 차려 나간 사람들이다. 그랬던 그들이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겠다며, 풀뿌리 운운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통합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는 것은 그 안에서 할 일이다. 정통 총연이 나설 일이 아니다.

또 김병직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회원 명단을 요구하기 전에, 정통 총연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회원 명단부터 공개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미주총연 분규사태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어렵사리 합의를 끌어내 통합해놓으니, 이제 와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겠다고 풀뿌리 운동을 전개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공동통합합의성명서 제5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2022년 12월 10일, 국승구 회장의 댈러스(Dallas) 선언은 29대 공동회장으로서, 미주총연 회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리더의 기본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법(회칙)을 잘 지키는 것과 궤(軌)를 같이한다. 약속이란 책임을 전제로 한 의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며칠 전, 정 모 회장이 재외동포 청 개청식에 참석해 대통령과 초대 청장 중간에 앉아 찍은 사진 하나로 설왕설래(說往說來)하고 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분명 큰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정 모 회장은 미주총연 회장 타이틀을 아직 사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미주총연 회장 자격으로 공식행사에 참석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그날 그 자리에 참석한 김병직 회장이 29대 미주총연 공동회장으로서, 미주 한인 동포들을 대표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두에 말했듯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조정위원회와 28대 임기를 마친 후, 10개월여 만에 29대 정통 총연 회장 취임식에 나타난, 박 모 회장이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어찌 미주총연 회장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회칙에 반하는 행위이며 회원을 기만한 것이다. 박 모 회장은 2021년 12월 31일 미주총연 28대 회장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이미 끝냈다. 2022년 9월 24일 정통 총연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박 모 회장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아무런 법적 근거와 자격이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전) 미주총연 회장 자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