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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망언(妄言)으로 점철(點綴)된 삼일절 기념사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었다. 청년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1909년 10월 26일을 전후한 짧은 시간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은 안중근과 이토히로부미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따라간다. 소설<하얼빈>은 그동안 안중근에게 지워졌던 영웅의 무게를 걷어내고 청년 안중근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되살려 놓은 작품이다.

오늘은 2023년 3월 1일 삼일절이다. 104년 전 선열들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한국은 어제가 삼일절이었다. 인터넷 신문과 뉴스를 통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를 접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대통령은 3.1운동의 의미와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다.

기미(己未)만세운동은, 1919년 3월 1일 33인의 독립선언문 낭독을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한일 병합 조약 무효와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 운동을 시작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일제의 고종 독살설을 계기로, 고종의 장례날인 1919년 3월 1일에 맞추어 한반도 전역에서 봉기한 독립운동이다.

3.1 운동을 계기로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수립되었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에서는 3.1 운동을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로 삼아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천명했다.

대통령의 기념사 중 한두 가지만 가져와 보겠다. 윤 대통령은, “세계사의 흐름을 몰라 우리 잘못으로 주권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또 2023년 현재에도 세계사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데, 그것은 일본과의 협력과 함께 상생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이야말로,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선열들의 정신과 일치한다.”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1919년 5월 30일 대한독립 만세 운동이 일어난 두 달 후,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에 실린 이완용의 글 중 일부이다.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구한국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역사적으로 당연한 운명과 세계적 대세에 순응키 위한 조선 민족의 유일한 활로이기에 단행된 것이다.” 이완용의 주장과 논리는 본질적으로 윤 대통령의 그것과 맥락이 맞닿아있다.

삼일절 기념식장 옆 벽면에는 조국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열들(안창호, 유관순, 김구, 안중근, 이봉창, 김좌진, 손병희 등)의 초상이 스크린을 통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선열들의 모습과 기념사 내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화면 속의 선열들이 벽을 박차고 나오지나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왜,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했는지, 왜 굳이 그를 쏘아야만 했는지 대통령 이하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한번 그 뜻을 되새기길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