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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미주총연을 긴급 진단한다.

요즘 미주총연이 약속과 법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민족이, 기원전 2333년 건국한 최초의 고대 국가, 고조선에서 '8조의 법' 이라 이름 붙인 법 제도가 탄생했다. 부족사회는 물론 씨족사회, 그 훨씬 이전부터 소그룹으로 무리 지어 살던 원시 인간들 사이에서도 생존을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습격을 받으면 어떻게 위험에 대처해야 하며,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지에 대한 지침(약속)이다.

구석기 시대 채집 경제로부터 후기신석기 시대 농업혁명을 계기로 인류는 생산경제로 전환, 발전했다. 한 국가를 이룰 만큼 급속도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법이란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 원시 인간 시대부터 지켜왔던 약속이란 지침이 기초가 되어 법이라는 이름으로, 고대 국가 고조선 때 좀 더 구체화 된 것이다. 살인하지 말고, 남의 물건이나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말며, 남에게 상해를 입히지 말 것 등. 이렇듯 법이 만들어진 것은 인간(사람)의 도리를 저버리지 말고, 범죄를 저지르지 말자는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법은 곧 약속이고, 약속이 법이다.

최근 미주총연 이사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를 두고, 소셜미디어(단톡방)에서 미주총연 회원들 간에 뜨거운 공방이 오가고 있다. 기사 내용은 서정일 이사장의 30대 총연회장 "자동승계"에 관한 것이었다. 미주총연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24대 (유진철, 김재권)부터 시작되어 28대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 5월 라스베가스 모임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참석한 이후, 7월 전격적으로 외교부에서 미주총연 분규 해지 발표가 있었다. 회원들은, 지난했던 분규가 끝났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분규가 계속되고 있었다. 사실 미주총연 분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단톡방)를 통해, 미주총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내놓는 일부 회원들의 주장은 단편적이다. 그저 눈에 보이는 한 부분만을 짚어, 해석하고 결론을 지으려 한다.

작년 12월 3일 국승구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그에게 이런 요청을 했다. 통합이후 끊임없이 제기되는 공동통합합의서 제5항(자동승계)에 대해, 댈러스(Dallas) 임원회에서 약속을 지킬 것을 모든 회원 앞에서 천명해 줄 것을 말이다. 그날 국회장은 “30대 자동승계”에 대한 본인의 심정(心情)을 이렇게 피력했다.

“공동통합합의서 제5항은 지켜져야 합니다. 국, 김, 서 세 사람과 집행부 그리고 김재동 칼럼니스트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댈러스 임원회에서 모든 회원을 상대로 선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세(국.김.서) 사람은 “30대 자동승계”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날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대담 형식의 인터뷰 내용은 녹음 파일로 필자가 잘 보관하고 있다.

필자가 만나본 국승구 회장은 리더 자질을 충분히 갖춘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상식과 양심, 자기주관이 뚜렷했다. 그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미주총연의 미래를 생각하는, 그의 고뇌와 강한 신념이 묻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최대의 실수는 인선 과정에 있었다. 강력한 개혁을 위해서는, 그를 도와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할 진정한 참모가 필요했다. 이제 반년밖에 남지 않은 그의 임기 동안 그것을 이룰 확률은 희박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잘못된 인선이었다.

인사실패로, 그의 장점이 참모들의 무분별한 공개(단톡방) 행보에 묻혀 버렸다. 한 단체의 장이 잘되려면 참모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국승구 회장의 참모들은 29대가 출범한 직후부터, 분별없이 소셜미디어(단톡방)에 수시로 나와 국승구 회장을 대변하고 그를 옹호한다는 미명(美名)하에 회원들 앞에 나서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국승구 회장을 궁지에 몰았고, 최근에는 그를 사지로 몰고 있다.

급기야, 지난 1년 반 동안 29대 대내 회장으로서 그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크나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기획실장의 등장이다. 기획조정실장은 기획하는 일을 묵묵히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기획일이 아니라, 대변인이나 사무총장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인사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어느 조직의 임원이 전면에 자주 등장하고 이슈에 노출될 때, 정작 조명되어야 할 단체장은 그것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진정으로 조직의 리더를 옹호하고 싶다면 참모들은 있는 듯 없는 듯, 다중에게 나서지 말아야 한다. 한 조직의 문제점의 화두를 그 조직 내부의 임원이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 매체에서 그 일을 해야 맞다. 참모들은 그저 묵묵히 조직을 위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이 리더를 어려움에서 구하는 길이며 돕는 일이다.

또 ”공동통합합의성명서“를 대놓고 부정하는 것은 국승구 대내 회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국승구 회장은 29대 공동회장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승구 대내 임원들이 단체로 소셜미디어(단톡방)에 나와, 그를 통째로 부정하고 나선 꼴이 되고 말았다. 이로써 국승구 회장은 미주총연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대내 회장 타이틀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정상이다.

29대 공동회장 체제 출범 직후부터, 기획조정실장, 제1정책 수석부회장, 윤리위 간사 등이 나서더니, 언제부터인가 제1정책 수석부회장이 퇴장하고, 직능별 총괄 수석 부회장이 등판해 국승구 회장을 곤란에 빠뜨리는 언사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그들의 본심이 무엇인지,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직능별 총괄 수석 부회장은 28대가 회칙에 의거 잘했다는 쪽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 누가 믿겠는가? 27대와 28대는 미주총연 45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며, 지워버리고 싶은 4년이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한협 탄생의 빌미와 밑거름을 제공한 것이 28대라는 것을 인정할 때, 이번 3자 통합이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28대를 미화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누가 28대를 회칙에 의거 정상적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좋은 뜻으로 그랬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도가 넘치는 옹호는, 오히려 국승구 회장을 궁지로 몰았다. 특히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그의 지난 1년 반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집안 식구들이 그렇게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국회장의 심정을 이해나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본인들이 국승구 회장에게 치명적인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기획조정실장이 던진다는 화두(자동승계)는 ”공동통합합의성명서“ 발표 직후부터 회원들이 이미 던졌다. 국승구 회장이 댈러스에서 “30대 회장 자동승계”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식 선언한 마당에, 29대가 몇 달이나 남았다고, 본인이 화두를 던지는 것처럼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분규를 종식 시키지 못한 것이, 본이 만 못 해서 그러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 하는가? 미주총연의 지나온 역사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거늘, 미주총연에 대한 기초적인 역사 공부도 없이, 1년 반전에 이미 던져진 “자동승계”에 대한 화두를, 본인 혼자서 고민하는 것 같은 뜬금없는 행태를 보인단 말인가.

한편, 최근 소셜미디어(단톡방)에서 “미주총연 바로 세우기 풀뿌리 운동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풀뿌리 운동은 힘없고 뒷배 없고, 가진 것 없는 민초(民草)들이 하는 것이다. 국가나 거대 권력을 개인의 힘으로 상대할 수 없을 때, 다중이 힘을 함께 모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주총연 회장과 집행부 등은, 회원들이 상대하지 못할 거대 권력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동등하다. 총연회장이 무슨 큰 벼슬인 것처럼 왜곡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그들과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풀뿌리 운동이 아닌, 그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따져보면 될 일이다.

풀뿌리 운동은 평화적으로 하는 것이다. 법정 다툼과 같은 전투적인 방식은 본래 풀뿌리 운동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풀뿌리 운동을 빙자해 변호사 비용을 갹출(醵出)하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풀뿌리 운동에 왜 변호사가 필요하며, 변호사 비용을 위해 회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가? 변호사 배 불려줄 돈 있으면 차라리 불우이웃 돕는 데 사용하기 바란다. 미주총연을 바로 세우려면, 총연이 하지 않고 있는 일을 조용히 해보기 바란다. 그로 인해 미주총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아무리 그래도 4년 전 일을 이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지 안타깝다. 27대에서 28대로 넘어오는 과정이 회칙에 의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생각하는가? 그 훨씬 이전 23대에서 24대로, 24대에서 25대로, 25대에서 26대로, 26대에서 27대로, 27대에서 28대로, 이어지는 동안 한 번이라도 정상적으로 회칙에 의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총연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 있다면 증명해 보기 바란다.

필자가 누누이 말했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회칙을 준수하고 절차를 따랐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미주총연 회원이면 누구 하나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두 편으로 갈라져 서로 옳다고 자기주장만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공동합의성명서로 통합을 이룬 것이, “자동승계” 반대로 무산된다면 미주총연은 영원히 통합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분규사태의 악순환만 거듭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미주총연 바로 세우기 풀뿌리 운동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회원들을 선동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미주총연을 바로 세운다면서 소송비용을 모금한다는 것, 참 아이러니하다. 총연을 바로 세우려면 총연 안에서 바로 세우면 된다. 외부의 변호사와 법이 정녕 총연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소송으로 만신창이가 된 미주총연을, 소송으로 바로 세운다는 기상천외한 상상, 상상으로 끝나기 바란다. 이제 미주총연에서 소송이란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총연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진짜 풀뿌리들이 기가 막혀 들고 일어날 일이다.

며칠 전, 미주총연 바로 세우기 풀뿌리 운동을 주도하는 모 회장이 소셜미디어에 어떤 분이 올린 글 뒤에 붙인 문자 내용이다. “결혼도 약속이고 회칙도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지요. 사필귀정 입니다. 미국법 우습게 알다가 패가망신 할겁니다. 총연 바로세우기 풀뿌리 운동에 참여하여 회원의 권리를 찾읍시다!”

그가 말한 “약속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그가 주장하는 논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이 한 마디로써, 본인 스스로 인정했다. 회칙(법)은 지켜야 하고 약속은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논리를 몇 명이나 수긍할 것이라 믿는가? 통합공동합의성명서 제5항에 서명으로 약속했으며, 작년 12월 10일 댈러스 임원회에서 그것을 지킬 것을 재확인, 선언한 국승구 회장의 약속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서두에 설명했듯이 법은 곧 약속이고, 약속이 법이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약속하나 못 지키는 사람들이 법에 가서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길을 잃었을 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바른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느낌을 주는 ”경선“이란 그럴듯한 단어를 끌어와 이미 결정된, 공평한 타당한 선택을 뒤집으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본인들이 서정일 이사장과 같은 입장에 서 있다면 가장 분개할 사람들이 본인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이럴 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필요할 것 같다.

2022년 2월 12일 서명한 ”공동통합합의성명서“로 인해 2011년부터 이어져 온 미주총연 분규사태가 일단락되었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국, 김, 서, 세 사람이,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충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그 차악(次惡)의 선택은 최선이었다.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게 옳다. 거기서부터 미주총연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인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