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개의 사업소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미주 뷰티서플라이총연합회에 따르면 미주 지역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나 헤어 케어 시장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흑인 미용 재료 시장의 80%를 한인이 장악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했던 가발 수입 도소매업은 이제 Hair & Wig, Hair Care, Cosmetic, Styling 제품 등 종합 미용재료상(Beauty Supply)이 되어 지금은 제품 생산과 도매업계를 주도하면서 한인 거상(巨商)들이 대거 탄생하고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초 뉴욕에서 가발업으로 부를 축적한 후 한국 정계에 진출하여 국회의원과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씨의 나이가 말해주듯(81세) 이제 미국 가발업계를 호령하던 1세대들은 대부분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 연령에 접어들었다.
“애초 믿을 만한 사람은 쉽지 않다. 내가 믿고 맡겨야 한다”
이런 인생관과 ‘경영철학’으로 대형 Beauty Supply 12개 점포를 운영 중인 ‘Beauty 4U’ 대표 석균욱 회장 또한 은퇴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52년 생인 그의 나이 올해 71세, 딱 은퇴하기 좋은 연세이다.
그는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서 태어나 서울중고등학교와 경희대 법대(71학번), 캔자스주립대를 졸업한 유학파이다.
따지고 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학과 1년 선배였지만 민주화 데모, 군필 등으로 서로 안면은 없었다고 한다. 군대 또한 문 전대통령은 공수부대에, 그리고 석 회장은 해병 제251기로 해병 1사단에서 포병으로 병장 제대했다.
석균욱 회장은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카운티 옥슨 힐에 위치한 2만5천 스퀘어 피트 규모의 뷰티 서플라이 매장과 대형 창고를 헤드쿼터로 하여 미 전역 12개 매장을 소유한 ‘뷰티 4 유(Beauty 4U)’대표이다.
12개 매장에서 300여 명의 직원들이 올리는 연간 매출은 필자의 짐작으로만 약 3천만 달러(360억원)정도 돼 보인다. 직원 300여 명과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거상(巨商)인 것이다.
석 회장의 미국생활은 유학으로 시작됐다.
1981년 캔자스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해 1985년 시카고에 회계사무소를 차렸다. 그러나 이민자 CPA에게 미 주류사회의 장벽은 높았고 한인 고객 수요도 넉넉치 않았지만 고객들의 거짓 절세 요구에 질려버렸다고 한다.
그는 과감히 CPA 사무실을 접고 친형인 석균쇠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이사장이 하고 있는 뷰티서플라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미주총연 행사장에서 만났던 석균쇠 회장은 동생인 석균욱 회장에 관한 필자의 질문에, “옛날에는 석균쇠 동생 석균욱 씨라 불렀지만 이제는 제가 석균욱 회장의 형이라 불리우고 있습니다”고 농담한 적이 있듯이 그는 이제 형을 능가하는 사업을 일군 것으로 미용재료 업계에 소문나 있다.
“형님처럼 단체장도 하시면서 사회봉사도 하시지요”라는 필자의 질문에 석균욱 회장은 “같은 형제이지만 전 단체장 체질이 맞지 않고 자신이 없어 앞에 나서지 못하는 체질인 것 같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내성적인 성격도 사업에 대한 열정은 식히지 못한 것 같다.
1992년 메릴랜드로 이주해 첫 매장을 오픈한 그는 공격적으로 미국 흑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하여 현지인들조차 방문하길 꺼려 하는 흑인사회를 대상하여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시카고에서 형님으로부터 노하우를 터득했고, 투명한 운영과 완벽에 가까운 메니저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무엇보다 성공의 밑그름으로 귀신도 잡는다는 불굴의 해병정신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남다른 해병 사랑으로 그는 2023년 (사)대한민국 해병대 전우회 부총재에 임명되기도 했다.
“앞으로 미용재료 업계의 전망은 어떠한지요?”라는 질문에 “흑인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대단하다. 여자들이 비록 먹을 것이 없을지언정 꾸미는 데는 돈을 쓴다”고 단정한 그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미용재료업계이지만 흑인 문화의 유행이 이제 백인, 동양인에 유입되고 있는 추세이고 이에 발맞춰 신 개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전망을 밝게 보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그는, “건양대학교 글로블의료뷰티학과와 MOU를 맺고 해마다 15여 명의 학생들이 저희 회사에서 인턴십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과 ‘뷰티4U’의 이러한 인연은 결국 매년 2∼3명이 취업으로 연결되었고, 그들은 지금도 평생직장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고 있다.
석 회장은 부인 석경혜 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둘 다 시애틀에서 살고 있지만 큰 아들은 마이크로소포트사에 근무하고 있고 둘 째는 화장품 개발 생산을 하고 있다.
둘째가 생산한 화장품이 진열된 선반을 가리키며 “화장품과 미용재료에 관심이 많은 둘째가 내 사업을 이어받으면 좋겠는데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면서 “원체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유지해 왔고 믿고 맡기고 있는 매니저들이 있기에 서두러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사무실에 출근한다. 다른 11개 매장은 거의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보고 만 받고 있다.
“가보면 직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부분까지 내 눈에는 보이게 되고, 말하면 잔소리가 되어 그들의 사기만 저하시킬까봐 눈감고 돌아오기 일쑤기 때문에 아예 가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시면 거의 리타이어 하신거네요”라는 질문에 그는 “캡틴이 밤하늘의 별을 찾으며 목적지까지 순항하려 애쓰듯, 집에 있으나 매장에 있으나 신경 쓰는 것은 매한가지이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