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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충실한 삶] “소극침주(小隙沈舟)의 전투기 오폭사고”… 김재동 원로목사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를 접하면서 작은 것에 성실한 마음 가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은 대형은행의 송금 실수입니다. 미국의 4대 은행에 드는 시티(citi) 그룹 직원이 고객에게 280달러를 보낸다는 게 실수로 81조 달러를 송금했는데, 다행히 제재 위반으로 보이는 송금을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 덕분에 실제 송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대형은행 하나가 문을 닫을 뻔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투기 두 대의 조종사들이 좌표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훈련장에 떨어져야 할 포탄 8개가 민가에 떨어져 큰 피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요 사고였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은 사소하게 보이는 것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탓에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에서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누가복음 16:10)고 말씀하셨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성경은 “Whoever can be trusted with very little can be also trusted with much.”라고 번역했습니다. “작은 것에 신뢰감을 주는 자가 큰 것에도 신뢰감을 준다”는 뜻입니다. 또 주님은 ‘달란트의 비유’에서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 25:2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칫 작은 것에 충실하다는 것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대범해야지 좁쌀영감처럼 쪼잔하게 자질구레한 것에 마음을 써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고, 특히 동양 유교사회의 가부장적 생각에 길들여진 남성들은 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교 사회에서 모범적인 가장의 자격으로 자주 인용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심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 연후에 나라도 다스리고 천하도 평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얼핏 사내대장부의 처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로도 들립니다. 하지만 동양사회에서조차도 먼저 작은 일, 사소한 일을 앞세우고 중시하는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말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떠도는 말 중에 가장 못난 자식은 국회의원으로 내보내라는 풍자가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오죽 모자라 보이면 이런 풍자가 대중들에게 먹힐까 싶습니다. 수신제가도 안된 주제에 고위직을 꿰차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의 작태가 너무나 혐오스러워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작은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론과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본다면, 첫째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들 수 있습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무시해도 될 만큼 미미한 차이나 극히 사소한 행위로 시작되었으나 연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조금씩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결국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큰 변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미국의 수학자이며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는 대기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처리하여 기상 예보를 하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한 과학자인데, 그는 브라질 정글에 사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동기가 되어 멕시코 만과 텍사스 주에 거대한 허리케인이 불어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용어를 창안했습니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예는 ‘하인히리 법칙’입니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1920년대 미국의 여행 보험사 직원이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통계를 다루다가 하나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대형 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된 소형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그 소형 사고 이전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300번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1:29:300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하인리히 법칙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우연처럼 보이는 작은 습관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끝내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속담이 있는데, 사소한 죄를 저지른 자가 나중에 더 큰 죄를 저지른다는 뜻을 지닌 말로서, 고사성어 중에도 꼭 같이 침도도우( 針盜盜牛)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늘 도둑이 하루 아침에 소 도둑이 되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바늘을 훔치다가 점점 더 큰 것들을 훔치고, 이러한 버릇이 쌓여 급기야 대담하게 소를 훔치는 데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토드 스미스 (Todd Smith)가 쓴 『작은 것이 중요하다(Little Things Matter)』 라는 책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의미 있게 만드는 작은 것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조약돌 하나가 연못 전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작은 것에 감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그러한 마음가짐이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정서적 웰빙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작은 것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지혜로운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췌장과 같이 작은 장기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종기 하나를 소홀히 여기면 나중에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 다툼이 이혼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비행기나 우주선 로켓의 부품 하나가 잘못 돼 엄청난 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고, 작은 물방물들이 모여 대해를 이룹니다. 방축의 작은 틈 때문에 온 동네가 수몰될 수도 있고,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틈새로 물이 새어들어 거대한 배가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작은 것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작은 것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