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Featured 워싱턴

[긴급진단] 트럼프2기, 동맹·가치 버리고 ‘힘’과 ‘거래’만 남았다…”국제질서 대혼란”

= 기존 협정 무시하고 인접 우방 캐·멕 25% 관세 발효
= TSMC 1000억불 투자하자 “中 대만 침공은 재앙” 젤렌스키와 충돌하자 우크라 군사지원 중단
= “모든 자유주의 세계질서 해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례없는 막무가내식 외교에 전 세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우방국을 상대로 한 노골적인 영토 확장 욕심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 던지기, 그리고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노골적 친러시아 행보와 국제기구 탈퇴 등은 국제질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거래적 동맹관’ 그리고 국제사회가 윤리나 규칙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19세기 제국주의자의 인식이 엿보이는 개인적 신념이 맞물려 전 세계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지난주 백악관 회담에서 광물협정이 불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조처는 트럼프의 외교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앞서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전쟁 발발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르길 거부하는 모습은 철저한 ‘힘의 논리’를 보여준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미국의 이익을 당장 챙기려 우크라이나 광물엔 욕심을 내면서, 무기 지원 중단 카드까지 꺼내들며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구상을 젤렌스키에게 강요하는 모습이다.

폴란드 민주화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민주화 운동가들과 함께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꾸짖는 모습은 과거 공산주의 시절 간부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면서 “공포와 혐오”를 언급했다.

‘돈’과 ‘거래’에 의해 움직이는 트럼프의 태도는 3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1000억 달러 미국 추가 투자를 발표할 때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석한 웨이저자 TSMC 회장을 향해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추켜세우는가 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질문에는 “분명히 매우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대만을 잔뜩 배려했다. 지난달 26일 첫 각료회의에서 같은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던 신중한 태도는 온데간데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4일부터 이웃의 동맹국인 캐나다와 우방인 멕시코에 25% 전면 관세를 부과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관세라는 채찍을 누구에게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맺은 약속(무역협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또 업종별 관세 범위를 넓히고 4월부터는 상호관세도 도입하는 등 관세전쟁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동맹국 및 우방국과 충돌을 야기해 자유주의 진영의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관세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 캐나다·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협정을 체결했는데도 관세를 재차 들이밀어 지난 수십 년간 통용돼 온 세계무역 질서를 무용지물로 만들 태세다.

트럼프의 방침은 모든 회원국에 동일 관세율을 제공하는 현재의 최혜국대우 기준을 양자 간 상호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가트(GATT) 설립으로 국제 무역질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1947년 이래 세계무역에서 가장 큰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트럼프는 취임 후 파리기후협정,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UNHRC),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 유엔 산하 기구와 협약 탈퇴를 지시했고, 각종 해외 지원·원조 중단 방침을 밝혔다. 심지어 공화당의 한 의원은 미국의 유엔 참여 중단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단견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좇아 미국이 중심이 돼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한, 미국 번영의 토대가 된 자유세계 질서를 뒤흔들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국제학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에서 동맹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연대와 인권 보호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사실상 모든 측면”을 해체하고자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일 선임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