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도 일부 반영 세계 경제가 위기 피할지, 재앙을 맞닥뜨릴지는 여전히 불확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했던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협의를 통해 미국의 요구사항을 얻어냈다.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래 중심주의’가 이번 2기 정부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인 트럼프의 ‘거래주의’는 사업가 시절의 경험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1987년 발간한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11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여기엔 예측이 쉽지 않은 트럼프의 고난도 거래 방식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들 원칙은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등이다.
트럼프는 ‘신념을 위한 저항’을 언급하며 손해가 두려워서 싸우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고 썼다. 또 “최악을 예상할 경우 일이 닥치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거래주의는 1기 행정부 때부터 보여온 외교술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이번 관세 예고에 미국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외부의 큰 우려에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국가들’을 상대로도 압박을 계속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트럼프의 국가별 맞춤형 관세 타격…미국의 인플레 우려 반영>>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방침은 실제 수입품에 높은 세금을 붙이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협상력을 제고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판무어고든 증권의 사이먼 프렌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BC에 투자자들은 이번 위협이 “단순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협상력 제고 수단이다 보니 관세 부과 방침은 유연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 관세를 연기하기로 한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러설 의지를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도 협상에 따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NYT는 또 월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당초 캐나다산 에너지 수입품에 25%가 아닌 10%의 관세를 부과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 ‘미국 소비자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미국이 입을 수 있는 피해도 계산하며 관세 포탄을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부과한 추가 10% 관세도 이 같은 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미국은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관세에 10%가 더해지는 것이지만 당초 캐나다에 멕시코 제품에 부과하려던 25%보다는 낮다. 트럼프는 지난해 유세 기간에는 60%를 예고한 바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저자세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받게 될 큰 가격 압력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립스키는 또한 중국 경제는 미국 의존성이 낮기 때문에 관세 위협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래서 고관세를 부여해도 협상력은 그리 높아지지 않지만 미국 소비자의 가격 압박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투자 서비스업체 스티펠의 미국 정책 분석가인 브라이언 가드너는 “(무역 전쟁 위험성을 예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행동은 (앞으로도) 정책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궁극적으로 정치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합의에 동의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할 이유나 논리는 전혀 없다”는 무역 전문가인 전 주중 멕시코 대사 호르헤 과하르도의 발언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트럼프의 관세는 이전 도박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허풍으로 판명 날 수 있다. 또는 적어도 일부 관세는 이행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가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유예됐지만 위협의 여파는 상당 시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캐나다 미국 대사를 지낸 제임스 블란차드는 ABC 뉴스에 “이 모는 것이 비정상적이었고, 캐나다엔 무척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그들을 모욕했고, 놀리고, 위협했다. 그들을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트뤼도 총리를 공격했다”며 “(마법의) 지니를 램프에 다시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를 들어, 투자자들과 기업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이 우려하는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보이지만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둘러싼 드라마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는 추가 시간을 벌었지만 트럼프는 관세 다시 부과할 수 있고, 이미 유럽연합(EU)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이를 감안할 때 세계 경제가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혹은 몇주 내로 재앙을 맞닥뜨릴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최종일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