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 25% 중국 10% 추가 관세 행정명령 서명
트뤼도 “미국 상품에 25% 보복 관세”…중국 “WTO 제소할 것”
미국의 관세 확정에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보복 관세를 경고하며 무역전쟁의 포성이 다시 전세계에 울려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의 모든 수입품에 25%, 캐나다 제품에 25%(에너지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에 10%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툭하면 관세로 위협한다며 이번 관세결정의 직접적 이유로 지목된 마약 성분 펜타닐이 미국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멕시코 역시 자국 정부가 ‘마약 카르텔’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미국의 비난을 중상모략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캐나다는 달러 대 달러식의 보복을 경고하며 멕시코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WTO 제소…캐나다 25% 관세 대응, 멕시코 중상모략 반박>>
중국 정부는 2일 외교부와 상무부 입장문을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관세를 수단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상무부는 “중국은 미국이 툭하면 관세를 수단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펜타닐 문제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중국은 WTO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상무부는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무역·관세 전쟁에서 승자가 없다는 중국 측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중국이 세계에서 마약 퇴치 정책을 가장 엄격하게 실행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펜타닐은 미국의 문제로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미국의 펜타닐 문제 대응을 지원했고,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펜타닐류 물질을 금지 약물로 지정한 국가”라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 결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협상과 보복 가능성을 모두 시사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 게시물을 통해 미국과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며 안보 및 공중보건 실무협상을 제안하면서도 보복 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를 실행하도록 경제부 장관에게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이 멕시코 정부가 마약 밀매단체와 ‘참을 수 없는 동맹’을 맺고 있다는 비난을 중상모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범죄 조직과의 동맹에 대한 백악관의 멕시코 정부에 대한 비방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그러한 동맹이 있다면 그것은 범죄 단체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총기 상점에 있다”고 힐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관세가 미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 원) 상당의 미국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트뤼도 총리는 밝혔다.
다음달 트뤼도 총리를 대신할 유력한 후보인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캐나다는 깡패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캐나다) 달러 대 (미국) 달러 보복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캐나다 25% 전면 관세…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 추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통해 글로벌 통상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대(對)중국 관세의 경우 첫 임기 때(2017~2021년)는 1년이 지난 시점에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번에는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이같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는 거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과 캐나다산은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모든 수입품에 25%가 과세된다.
캐나다산 에너지의 경우 10%의 관세만 부과하는데, 미국 국내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원유의 약 60%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예를 들어 현재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전기차는 110%로 관세가 상향되고, 태양광 웨이퍼는 50%에서 60%로 관세가 높아진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던 중국산 수입품이 있다면 10%의 관세가 적용된다. 10%포인트 관세를 올린다고 보면 된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이 불법 이민과 마약, 펜타닐을 포함한 ‘비상한 위협'(EXTRAORDINARY THREAT)에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에 따른 법적 권한을 참조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때 멕시코, 캐나다와 FTA를 체결했는데 이번 관세부과는 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IEEPA를 적용하면 통상적으로 관세 조정을 위해 수 개월이 필요한 조사 과정 등을 생략할 수 있으며, 의회 승인 절차도 피할 수 있다.
백악관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과 같은 불법약물과 관련해 캐나다, 멕시코의 조치가 미흡하고, 중국은 펜타닐을 제한하는 조치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미 무역 흑자 8위 한국도 사정권…글로벌 경제 영향 촉각>>
한국 역시 주요 대미 흑자국이라는 점에서 관세전쟁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타이완, 일본에 이은 8위다. 한국의 지난해 연간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55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관세 부과가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는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미국의 생산을 0.4% 감소시키고 올해 미국 가구당 평균 830달러 이상의 추가 세금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트럼프 2기 4년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 달러(약 292조 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관은 캐나다는 이 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GDP 손실을 겪고 멕시코의 경제는 약 2%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관세 부과 방침이 금융시장에 단기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관세에 대한 시장 반응은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신기림 기자,류정민 특파원,정은지 특파원,김예슬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