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급진화된 공화당의 등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서 첫 승리를 거뒀을 때 ‘정의는 결국 승리 한다’는 나의 오랜 믿음은 무너졌다. 세계화는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야기했으며, SNS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확산시켜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이러한 혼란을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잠식해 나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공격적인 정책에 맞서 노동자 중심의 정책과 사회 정의를 강조하며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과 소외감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데이터 중심 정책이 서민들의 삶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했다. 또한, 젠더, 인종, 이민 문제 등 다양한 사회 갈등 속에서 정치적 편 가르기를 심화시켰다. 실패한 안보 정책을 고수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민간인 폭격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다.
카멀라 해리스는 선거운동 후반에 뛰어난 조직력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잠시 민주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 해리스는 과거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아무런 비판도 없이 네오콘(신보수)의 상징 딕 체니 같은 특정 인물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보여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줬다.
이번 대선 패배의 후유증 속에서 민주당은 트럼프의 허황된 주장에 일일이 반박하기보다는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비록 현실이 쉽지 않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제도의 문제점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
재분배보다 개혁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독재자들의 카르텔을 격파해 인도주의적인 이민 정책을 수립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민주주의 운동이 사라진 홍콩이 아니다. 이제 중간선거가 다가온다.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면, 정치 지형을 다시 바꿀 수 있다.
<<기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1970년 폴라로이드의 연구원과 한 사진작가는 회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인종차별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사진 장비를 판매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폴라로이드 혁명 노동자 운동’을 조직해 회사가 사업을 중단하도록 요구했고 국제적 보이콧을 펼쳐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에 강하게 반대했다.
1969년 설립된 과학자-엔지니어 반전 연합 ‘사람들을 위한 과학’은 기업의 연구 개입, 군사 목적 과학 기술 개발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50년 전 두 단체는 기술이 단순히 효율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돼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용돼야 하는지 기술 개발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기술 노동자들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검열이나 해고의 위험에도 인종차별, 전쟁, 집단 학살 같은 비윤리적 행위에 자신들의 노동력이 악용되는 것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2018년 구글 직원들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 군사 작전에 활용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며 해당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반발을 이끈 인물들은 회사의 압력에 이듬해 퇴사했다. 구글은 2024년에도 이스라엘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 프로젝트에 반대한 직원 50명을 해고했다.
나는 구글에서 AI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단체를 이끌며 대규모 언어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냈고 2020년 회사에서 해고됐다. 나는 AI의 오역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경고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아랍어로 ‘좋은 아침’이라는 뜻의 글을 히브리어로 ‘공격 개시’라고 오역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 작성자가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됐다.
우리는 기술이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술이 정부와 군부의 지원으로 개발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경영진들은 AI 기술 개발에 앞다투어 투자하면서도 윤리적 문제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는 닫힌 태도를 보인다.
구글을 뒤로한 나는 노인을 위한 기술 연구에 몰두했다. 반신불수였던 나의 할머니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다. 할머니 같은 이들을 위해선 자동 음성 인식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모국어 지원 기능과 지역 사회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술은 사람들의 행동을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역사는 억압이 노동자들의 저항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기술 노동자들은 단순히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 내용은 뉴욕타임스(NYT)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서 ‘터닝 포인트 어젠다 2025(이하 터닝 포인트)’에 수록된 ‘기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의 요약본이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제공하는 터닝 포인트는 지금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권영미,정지윤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