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과 달리 절제된 모습, 美 국내 문제 제외하곤 메시지 자제”
“러·북 군사밀착 등 1기 때와 달라진 안보 환경…한미 연합방위 태세 유지·강화”
조현동 주미한국대사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출범 계획을 사전에 상세하기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와의 협력에 있어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2016년과 비교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대외 메시지 발신에 있어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라면서 “당초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 메시지를 쏟아낼 수도 있다고 봤지만, 아직은 인선 발표와 이민, 정부 개혁 등 국내적인 우선 관심사를 제외하고는 놀랄만한 메시지는 자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대사는 “초기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초기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상세하게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관측된다”라면서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의 변화와 상관없이 최상의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월 경제부총리, 외교장관 등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와의 성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했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남미 APEC에서 한미일,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 교체기에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 6일 미 대선 당선인이 확정된 당일에 트럼프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고, 한미 동맹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면서 “의례적인 당선 축하를 넘어서 조선업 협력과 같이 실질적인 협력 분야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첫 단추가 잘 끼어졌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취임 전에는 각국 정상과의 만남은 갖지 않기로 했으며, 이같은 방침을 한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에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2기 내각 일원으로 지명된 인사들은 대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가 완료되지 않은 인사의 대외 접촉 자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식으로 트럼프 측 내각 인사들과는 접촉이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날 조 대사는 미 대선 결과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경합주 7곳을 모두 승리한 것은 물론 전체 투표에서도 약 250만 표 격차로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 크게 앞섰다”면서 “특히 함께 치러진 미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승리하는 ‘트라이펙타'(Trifecta, 3연승)를 이뤘다”라고 짚었다.
미 연방 대법원이 보수 성향의 판사가 다수인 점을 상기시킨 조 대사는, “바야흐로 미국 정치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내년 1월 20일 4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행정, 입법, 사법 전 분야에 걸쳐 우선순위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할 기반을 확보했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당선 후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무부, 재무부 등 각료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조 대사는 “외교·안보 진용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과 같은 관련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발탁해 주목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 대사는 “저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상원의원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공화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다양하게 소통했다”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인선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2기 행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국내외 정책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했다.
또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 밀착과 날로 거칠어지고 있는 대남 위협, 미 행정부 교체기 중대 도발 가능성 등 트럼프 1기 행정부와는 판이해진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확장억제, 연합방위 태세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쟁과 관련해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우선적인 현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한다. 중동사태의 경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이 타결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와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 간 큰 이견이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는 견해가 사뭇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한미 관련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아울러 조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 통상 정책 변화가 면밀히 분석하면서 관세,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법 등 현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경제 현안들을 미리 관리하고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조성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대사는 “한국이 대미 투자 1위 국가로서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투자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미국 조야에 환기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서 상호 시너지를 창출했듯이 조선, AI(인공지능), 퀀텀(양자), 방산, 원전 등 전략산업에서도 협력의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기회요인을 최대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지난 17일 지상사 간담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오는 12월 한미재계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워싱턴=류정민 특파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