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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분’ 강조한 트럼프…북미 대화 드라이브 걸까

<<우크라전 등 정세 변화에 북핵 고도화…북미 대화 회의론도>>

사실상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좀처럼 진척이 없었던 북미 대화를 다시 추진할지가 주목된다. 집권 1기 때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등 전례 없는 수준의 북미 대화를 전개한 ‘치적’을 재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북미 대화를 자신의 ‘레거시'(족적)으로 부각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개인적 친분’이 있음을 과시하면서다. 그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다면 지난 2018년 방식의 비핵화 협상의 재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곤 했다.

대선 앞두고 ‘몸값 높이기’ 열 올린 北…북미 대화 성사 기반?

북한은 미국 대선 시기에 맞춰 지난 수년 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핵능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처음으로 우라늄농축시설 등 핵시설의 내부를 세상에 공개했으며,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기지도 처음으로 노출했다.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1일에는 ‘최종완결판’이라고 주장한 ICBM ‘화성-19형’을 발사했다. 일련의 핵능력 과시 행보는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몸값’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이 지난 2017년에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이듬해 ‘핵능력’을 협상 카드로 북미 대화가 전개됐던 전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현재로선 국제정세가 2017~2018년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에서 북미 모두 과거와 같은 계산법으로 대화에 접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에 개입하면서 많은 역량을 소비하고 있어 북한과의 핵 협상이라는 거대한 외교의 장을 추가로 펼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고강도 밀착에 집중하면서 상당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로, 당장은 미국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은 미국이 개입한 ‘두 개의 전쟁’의 휴전 혹은 평화협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얻을 게 없다”…’북미 대화 회의론’도

한편으론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자체에 회의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4년이라는 짧은 임기로 인해 시작점이 원점보다 뒤로 돌아간 듯한 북미 대화에 여력을 쏟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북미 대화 때는 중국의 지지를 받아 ‘고립된’ 북한을 상대했지만 이제 북한의 최우방이자 미국의 적대국인 러시아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점도 트럼프의 입장에선 감점 요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집권 2기에 들어서는 미국 대통령에게는 업적을 낼 수 있는 ‘레거시’가 중요한데, 트럼프가 대외 정책에서 북한을 상대해 업적을 남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라며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고, 오히려 그쪽에 더 영향력을 발휘해 레거시를 남기려 할 수 있다”라고 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6년 사이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관계가 됐다”라며 “김정은은 ‘비핵화는 없다’라고 말했고 트럼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도 이제 미국과의 대화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비핵화 협상의 목적이 대북제재를 폐지하거나 문턱을 낮춰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는데, 모든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충분한 대체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비핵화’ 보다는 ‘군축’에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곤 교수는 “하노이 회담 때와는 다르게 김정은이 ‘연합훈련 중단’ 또는 ‘핵 군축 협상’ 등 허들이 높아진 전제 조건을 걸 가능성이 있다”라며 “협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별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어 대화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조건”이라고 짚었다.

정윤영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