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벨트(Rust Belt)란 미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에 있는 산업 도시들이 포함된 지대를 가리킨다. 이 지역은 20세기 중반까지 철강, 자동차, 중공업 등의 제조업이 번성하여 한때 미국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경기 침체, 인구 유출, 실업률 증가와 같은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산업 쇠퇴로 인해 “녹슨 벨트”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도시는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이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다투고 있는 미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지을 7개 경합주 중, 러스트 밸트 지역을 심층 분석하여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러스트벨트③…'0.63%P'로 갈렸던 지난 대선 경제·낙태가 최대 이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7개 경합주(州)에서도 미국 북동부 위스콘신은 단연 결과를 가장 예측하기 힘든 곳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이른바 ‘블루월'(blue wall)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정작 지난 20년간 민주당 후보들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뚜렷한 우위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중 하나로 유권자 대부분이 노동자층인 위스콘신의 표심은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경제와 낙태 등의 이슈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민주당 텃밭에서 경합주로
선거인단 10명이 달린 위스콘신은 1988~2012년까지 치러진 대선에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블루월’로 분류됐다.
그러던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단 0.77%P 차이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블루월을 무너뜨렸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등판한 2020년에는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불과 0.63%P라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근소 우위에 그쳤다.
위스콘신이 경합주로 바뀔 수 있다는 징조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1988년부터 치러진 7개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2번을 제외하고 공화당 후보에게 매번 한 자릿수 차이로 신승했다.
또 2010년과 2014년에는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2018년과 2022년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정당 충성도가 일관적이지 않았다.
이에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분석 웹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HQ(DDHQ)’는 “위스콘신은 그동안의 경쟁적인 선거 양상과 고른 당파적 성향에 따라 2024년에 중요한 격전지로 떠올랐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은 올해 위스콘신에서 집중적으로 유세에 나서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지명식이 열리는 전당대회를 위스콘신 최대 도시 밀워키에서 개최했으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후보 지명 확정 뒤 첫 유세로 위스콘신을 찾았다.
◇노동자층 구애하는 양당…낙태권도 핵심 이슈
위스콘신의 인종 구성을 살펴보면 백인 (80.1%), 히스패닉 (7.6%), 흑인 (6.6%) 순으로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과거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러스트벨트에 속했던 만큼, 노동자층이 양당 후보가 공략해야 할 핵심 유권자 집단으로 꼽히고 있다.
이때문에 올해 선거에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이 지난달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38%가 ‘경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줄리아 아자기 마르케트대 정치과학 교수는 미국 폭스뉴스에 “위스콘신은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라며 “기술 분야가 아닌 제조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기업 감세 등 공약을 비판하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질세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등을 거론하며 자신이야말로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낙태권 역시 위스콘신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현재 위스콘신에서는 임신 20주까지 낙태가 합법이다. 하지만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하자 위스콘신에서는 낙태를 금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에 결정적 기여를 한 대법관들을 임명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해리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로 우위를 보이는 모양새다.
DDHQ는 지난 5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이 위스콘신에서 승리할 확률을 58%로 내다봤다.
최신 여론조사 평균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지난달 12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위스콘신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치를 비교했을 때 해리스 부통령이 1.4%P 우위라고 발표했다.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3~29일 위스콘신 등록 유권자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50%,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오차범위(±4.9P%)보다 격차가 컸다.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위스콘신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3%P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달 26~29일 에머슨칼리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1%P 차로 앞서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박재하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