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벨트(Rust Belt)란 미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에 있는 산업 도시들이 포함된 지대를 가리킨다. 이 지역은 20세기 중반까지 철강, 자동차, 중공업 등의 제조업이 번성하여 한때 미국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경기 침체, 인구 유출, 실업률 증가와 같은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산업 쇠퇴로 인해 “녹슨 벨트”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도시는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이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다투고 있는 미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지을 7개 경합주 중, 러스트 밸트 지역을 심층 분석하여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러스트벨트②…해리스 48% 지지율로 트럼프에 1.1% 근소 우위 선거인단 15명 걸려>>
미시간주는 1970~80년대엔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앞서면서 펜실베이니아주와 위스콘신주와 함께 ‘블루월’로 평가됐다. 블루월에 걸려있는 선거인단만 44명(펜실베이니아주 19명, 미시간주 15명, 위스콘신주 10명)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블루월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4년 후 2020년 대선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블루월을 탈환하며 당선됐다. 이에 이번 대선에서도 미시간 등 블루월 사수가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를 평균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지난 8월 미시간주에서의 평균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 박빙 속 해리스 부통령이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6.9%)보다 1.1%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올해 내내 앞섰으나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한 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떠오르면서 뒤집혔다.
◇ ‘러스트 벨트’ 지역 중 하나…대선 승리 위해선 ‘제조업계 표심’ 필수
미시간주는 한 때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러스트 벨트’ 지역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동차 시장 업황이 고용률 등 미시간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에 미시간주를 가져가느냐는 제조업계 유권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그가 미국의 제조업 불황의 책임을 ‘민주당의 세계화’ 탓으로 돌렸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된 것도 제조업 부흥 등을 내세우면서 제조업 유권자들을 설득한 결과다.
올해 선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제조업계 표심을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첫 재임기간 동안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통과 등 공정한 무역과 노동자 보호 등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2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노조가 강해야 미국도 강하다”며 미국 발전에 대한 노조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US스틸 인수가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중산층 이하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바이든 대통령도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발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리스 부통령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미시간주 인종 분포는 △백인 74% △흑인 13.8% △히스패닉 5.7% △아시아계 3.5%로 백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가자지구 휴전’ 상황 변수…아랍계 인구 최대 ‘미시간’
미시간주 경제와 함께 이번 대선의 승패를 판가름 할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주에 거주하고 있는 아랍계 인구는 21만 1406명(2.1%, 202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다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로 아랍계 인구가 많은 뉴저지 11만 2134명(1.2%)의 약 두 배에 달할 정도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대선 전까지 휴전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합의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미국이 조만간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한 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손을 뗄 것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컬럼비아대학의 비롯해 미국 대학가에선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다시 재개되는 분위기다. 미시간 대학에서도 지난 4일 약 50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가자지구 휴전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양측 간 교전이 계속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가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을 보이고 있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창규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