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만 재외국민들을 지원하고 종합적인 재외동포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설립된 ‘재외동포청(초대청장 이기철)’이 지난 6월 5일 첫돌을 맞이했다.
인천 연수구 본청 4층 대강당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기념식에서는 ‘재문청답'(재외동포가 묻고, 재외동포청장이 답하다) 자리를 마련하여 재외동포 정체성 함양 및 국내 인식 개선 기반 조성, 취약 동포 보듬기 등 1년 간의 성과를 소개했다.
특히 이자리에서는 그간 재외동포사회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복수국적 허용 연령에 대해,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55세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관계부처에 재외동포 사회의 의견을 전달하고, 국내 여론 형성을 위해 연구용역도 수행하고 있다”는 이기철 청장의 사이다성 시원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재문청답’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자랑스러운 모국과 재외동포사회와의 상생 발전을 위한 이런 대형 재외국민 행사에서 ‘태극기를 거꾸로 건 사건’이 터져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런 초대형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실수는 ‘옥에 티’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국내외 행사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취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기념행사에는 애초 ‘재외동포청 설립’을 공약사항으로 하여 출범시킨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칫 대형 사건으로 번질 뻔했다.
다행히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떠들지 않아 세간(世間)의 이목은 피해 간 듯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태극기 거꾸로 사건’은 국내외 도처에서 너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서치해 보니 ‘거꾸로 펄럭이는 태극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태극기’ 등,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부터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 재외동포 단체장들이 개최한 각종 크고 작은 행사에서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대통령 전용기에도 거꾸로 걸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담당 공무원의 부주의나 일반 동포들의 무지·무성의함으로 인한 이런 태극기 게양 사건보다 더 큰 문제는 거의 모든 태극기를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는데에 있다.(사진)
현재 미국에서 재미동포들이 3.1절, 광복절 기념식 등에서 사용하는 각종 태극기는 전부 중국산으로 대사관 등 국가 단체에서 무상 지급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SNS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태극문양이 거꾸로 돼 있고, 건곤감리도 제각각 4괘의 위치가 제멋대로 뒤죽박죽이다.
이런 엉터리 태극기가 중국 대형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국가 기관에서도 구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자는 몇 년 전 중국산 태극기를 잔뜩 들고 미국을 순방 중이었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태극기 만큼은 우리 국민 손으로 만든, 애국심이 깃든 것으로 보급해 주면 안 되겠나?”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현재 한국에는 태극기를 만드는 공장이 없다”라는 것이었고, 당시 주미대사는 “노력해 보겠다”는 판에 박힌 듯한 대답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국기법으로도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구겨지고 빛바랜 허술한 태극기 관리, 자주 거꾸로 달리는 태극기 사건은 기강해이한 담당 공무원의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그저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국산 짝퉁 태극기에 의존하는 정부와 국내외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