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퇴근했던 다리가 무너졌네요”
메릴랜드 던닥 지역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지인 최 모씨가 “밤 9시경 가게 문을 닫고 695번 도로 상에 있는 그 다리를 건너 글렌버니로 퇴근했다”고 알려줬다.
26일 새벽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Francis Scott Key Bridge)’가 붕괴 되자 동포언론사 중 제일 먼저 속보로 전한 우리 신문사의 기사를 읽고 카톡전화를 해 온 것이다.
한인들 포함 볼티모어 시민들의 생활권 속에서 하루 3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다리의 붕괴로 인해, 주요 자동차 수출입항이자 미국의 2대 석탄 수출항인 볼티모어항이 마비 되자 한국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종일 보도하고 있다.
특히 YTN에서는 한기덕 전 메릴랜드 한인회장(볼티모어 트리플C 도매상, DC 그로서리 캐시&캐리 대표)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한인들의 피해 여부와 볼티모어 현지 상황을 전했다.
YTN에서는 항만 기능 마비로 인한 한인 비지니스의 피해나 메릴랜드 지역의 장·단기적인 경제적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물류 차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자동차 수출입항이자 미국의 2대 석탄 수출항으로 미국 9대항에 꼽히는 이 항구에 현재 대형 선박 10여척이 발이 묶여 있고, 이곳으로 향하던 선박들은 대체 항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행 선박 공격과 북중미와 남미를 가르는 파나마운하가 가뭄 탓에 선박 운항이 급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물류 차질로 인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각에서 의심했던 테러범의 소행은 아닌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메릴랜드 주정부는 현재까지 8명이 물에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초 AP, CNN등은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 수 십 여 대가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으나 피해자들은 구조된 2명과 실종된 6명 모두 다리 위에서 도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서 자칫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그나마 희생자가 적은 이유는 사고가 차량통행이 뜸한 새벽에 일어났고, 교각 충돌 사고 보고를 듣자마자 차량 진입을 차단한 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이 컷던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충돌 사고 당시 화물선 ‘달리(Dali)호’가 동력 상실을 당국에 알렸고, 이 당시 보낸 비상신호 덕분에 선박 충돌 전 교통통제를 시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전했고, 크리스 밴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조난 신호가 당국자들이 교량의 일부 통행을 막을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이에 따라 붕괴 당시 교량을 건너는 차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리 상단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에겐 왜 전달되지 않았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다리 보수 작업을 하다 물에 빠진 이들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자들로 밝혀진 가운데, 실종자들의 한 동료는 “우리는 가난한 이민자들이다. 우리 가족은 고국에서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노동력 감소와 국민들의 3D업종 기피 현상으로 3D현장에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만이 남아 있다. 그러다보니 산재가 났다하면 그들이라 웬지 씁쓸하다.
(서울 =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