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헤리티지 대학교(Washington Heritage University)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정보전염병(infodemic)

정보화 시대의 한 특징으로 정보전염병인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생어가 등장했습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서, 특정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가 마치 전염병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보화 사회의 특징은 테이터와 지식의 과잉입니다. 정보과잉과 정보홍수는 정보 피로 증후군이나 정보 강박증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허위정보는 정보전염병 증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진위를 가리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위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갈등과 반목이 고조되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까지 가세하여 완전히 원수처럼 편이 갈리게 되는 양상까지 빚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 간에도 적대감이 상존하기도 합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견해를 반박하는 증거는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성을 띱니다. 확증편향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음으로써 편견과 선입견이 더욱 공고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몹쓸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하나는 편견[犬]이고 다른 하나는 선입견[犬]이라는 조크가 있습니다.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면, 자기가 가진 확신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사실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철석같이 믿고 자기의 확신에 반하는 것에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예 귀를 틀어막아 버립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틱톡이나 쇼츠(shorts) 내용들이 알고리즘(algorithm)에 의해 비슷한 내용들이 연속으로 끊임없이 방영되기 때문에 확증편향에 더 빨리 그리고 더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심지어 자기 확신과 조금만 달라도 자신의 확신을 강화시켜주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왜곡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확신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단톡방을 공유함으로써 확증편향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자들을 향해서는 비난과 거부와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냅니다. 확증편향이 심해지면 맹신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집단광기의 형태로 팬덤화됩니다. 철학, 과학, 음악 분야에 빼어난 1등 국가, 냉철하고 합리적인 국민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인들조차도 히틀러와 괴벨스의 선전, 선동에 넘어가 집단광기에 빠져 무려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자행했는가 하면, 제 2차 세계대전의 광풍을 일으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초래한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확증편향에 빠지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파편화되면서 시각이 비뚤어지게 되고, 따라서 타인과 세상을 종합적으로 보는 균형감각을 잃게 됩니다.

유튜브 내용 중에는 유익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건강에 관한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물론 건강에 관한 내용도 엉터리가 있으니 잘 선별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연예인들에 관한 내용은 황당무계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자를 죽었다고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양심에 화인 맞은 유튜버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선정적인 가짜 콘텐츠를 내보냄으로써 조회수를 늘려 돈벌이를 하려는 엉큼한 속셈이 훤히 드러나 보입니다. 그런데 불량 유튜버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자들은 정치 유튜버들에게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 유튜버들이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얼마나 열정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거리낌 없이 대담한지 정말 감탄할 정도입니다. 선동적인 주장을 펼수록 ‘수퍼챗’(유튜브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채팅창으로 송금하는 돈)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로 일컬어지는 신문,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방송 등 기성 전통 언론도 어느 한쪽에 경도되어 보도 내용을 제맛대로 편집해서 내보냅니다. 방송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유야무야한 기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을 퍼뜨리는 자들이나 기관을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개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지 않은 한 제대로 제동을 걸거나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사회에도 갖가지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앨릭스 존스란 사람이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를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가 무려 약 1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유튜브 계정도 차단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음모설(conspiracy theory)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백한 역사적 사건을 호도해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소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언어의 진실성에 대하여 설파하신 바 있습니다.

(마태복음 5:37)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 이 말씀을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너희는 그저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만 하라. 그 이상의 말은 악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땅과 하늘과 예루살렘으로 맹세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 맹세를 쉽게 저버림으로써 결국 헛맹세를 한 셈이 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시기 위해, “예면 예, 아니면 아니!”라고만 말하면 되지 그 이상 군더더기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교훈하셨습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참기름이면 되지 “진짜 100% 순 참기름”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언어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지키라는 교훈입니다.

주님의 동생인 야고보 사도도 언어의 진실성에 대하여 매우 신랄하게 교훈한 적이 있습니다.

(야고보서 3:9-11) “이것[혀]으로 우리가 주 아버지를 찬송하고 또 이것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사람을 저주하나니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오는도다. 내 형제들아, 이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샘이 한 구멍으로 어찌 단 물과 쓴 물을 내겠느냐.”

언어의 진실성은 사회의 신뢰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일보 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공공갈등 수치가 10점 만점에 8.1이며, 국민 93%가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국민들 사이에서 상호 신뢰감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계엄사태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도 엄밀히 따져 보면 상호 신뢰도가 무너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서서히 세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이제라도 건전한 집단지성을 회복하고 마음을 모아 속히 이 난국을 극복하고 다시금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이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하나님께서 전화위복의 복을 내려주시도록 함께 합심하여 기도합시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