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예수님의 서번트 리더십
요즘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현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됩니다. 리더십의 일반적인 정의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 또는 집단 구성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성경의 인물 중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출애굽의 영도자였던 모세,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가나안 땅에 입성하여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영토를 지파별로 분배한 여호수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사시대에 지도력을 발휘한 기드온과 삼손, 사사시대에서 왕정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무엘, 주변 국가들을 평정하고 이스라엘을 제정일치 신정국가로 굳건하게 정립한 불세출의 지도자 다윗 등 많은 지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약시대에 와서도 베드로와 바울을 위시해 복음을 온 세계에 전파하느라 순교까지 당한 걸출한 영적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로이 시씨온(Roy Sission) 경은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세 가지 ‘H’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Three H's Leadership’ 이론을 내세웠습니다. 리더에게는 Humanity(인간애), Humility(겸손), Humor(유머)라는 세 가지 자질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볼 때, 예수님은 탁월한 지도력을 지니신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인간애로 말하자면, 예수님을 능가할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성품(character)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겸손입니다. 하나님이셨지만 인간의 차원으로 내려앉으셨을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분으로서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셨다는 것은 ‘겸손’이라는 한 단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정말 대단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유머는 물과 기름처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예수님의 진면목을 알고 나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물론 저질스러운 농담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유머러스한 분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철학 교수이며 신학자인 츄르블러드(David Elton Trueblood)는 『The Humor of Christ(그리스도의 유머)』라는 책에서, 예수님은 논쟁과 비유와 대화를 통해 여러 상황에서 유머와 해학과 위트와 역설을 적절하게 사용하셨음을 공관복음서를 통해 예시하면서 예수님은 가히 ‘유머리스트’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라고 결론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리더십을 논할 때마다 늘 언급되는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종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즉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사실 이 용어는 예수님의 리더십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섬김에 있어서 언행일치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예수님의 교훈 가운데 유독 겸손에 대한 교훈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자들에게 겸손에 대하여 교훈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는 겸손을 주제로 한 비유도 여럿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겸손을 몸소 실천해 보이신 분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겸손의 리더십과 함께 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섬김과 희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오신 목적이 섬김과 희생이라고 스스로 천명하셨습니다.
(마가복음 10: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우리는 이것을 예수님의 ‘사명선언(Misson Statement)’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이미 제자들에게 수난 예고를 하신 상황에서 제자들이 누가 더 크냐고 선두다툼을 하는 한심한 장면을 보시고는 작심하신 듯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일종의 충격요법을 동원하여 섬김의 본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시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볼 때 지도자의 지도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영향력이 큰 만큼 그 영향력이 선한 영향력인가 악한 영향력인가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최고의 권좌에 앉아있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역사적으로 최고 통치자의 역할로 인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뀐 예들은 허다합니다. 히틀러와 같은 악독한 독재자로 인해 무수한 인명이 무고하게 희생되었고, 최근에는 러시아로 피신한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에 의해 ‘인간 도살장’에서 수만 명이 극심한 고문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에서는 김 씨 가문의 세습 억압 정치로 인해 국민들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통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겸손입니다. 트럼프가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하원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도 보수파가 다수인 상황에서 행정, 입법, 사법부를 모조리 장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서도 겸손할 필요가 있는데, 일전에 캐나다 총리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 마디 했다고 해서 캐나다를 주(州)로, 총리를 주지사로 칭하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외교상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앞뒤 안 가리고 옹고집을 부리며 자고(自高)하다가는 자칫 큰코다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택했는데, 이것이 바로 민의(民意)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도자들은 마음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Number | Title | Date |
243 |
마음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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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
242 |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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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4 |
241 |
종말의 때를 대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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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
240 |
화목한 사회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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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
239 |
예수님의 서번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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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
238 |
예수님의 비하(humiliation)와 승귀(exal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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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7 |
237 |
예수님께 줄을 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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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
236 |
성경 속의 추수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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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감사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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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
234 |
감사지수(GQ: Gratitude Quo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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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9 |
233 |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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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개혁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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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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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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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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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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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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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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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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