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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평범한 감사의 일상화


우리는 뭔가 특별한 일에 대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감사거리에 대해서는 그저 당연하게 여기며 무덤덤한 마음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에서 특별한 일은 어쩌다 일어납니다.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좋아합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저절로 행운이 굴러 들어올 것이란 생각을 하며 횡재했다는 생각에 곱게 말려서 비닐로 레미네이팅해서 소중하게 보관하거나 책갈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네 잎 클로버에 비해 세 잎 클로버는 너무나 흔해빠져서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사실입니다. 행운이란 어쩌다 오는 것입니다. 그 행운을 바라는 것은 일종의 요행심(僥倖心)입니다. 복권이 당첨되거나 신생 상품이 초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오는 행운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분명히 행운이지만, 복권에 당첨된 이후 외려 삶이 더 비참해지고 불행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평온하고 평탄하던 가정이 복권에 당첨된 이후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만족하는,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의 비결을 터득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와서 만든 신조어입니다. 적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자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즉 ‘심플 라이프’(simple life)를 선호하는 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도 소몰 웨딩이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때 ‘욜로(YOLO)’ 트렌드가 인기가 있었습니다. “You Only Live Once”라는 영어 단어 앞 글자를 이어 붙인 신조어로,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므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느라 인생을 소진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지향하자는 풍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한국의 MZ(밀레니얼+Z) 세대 그리고 미국의 젠지(Generation Z)를 중심으로 ‘요노(YONO’형 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You Only Need One” 즉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는 축소 지향적 소비 성향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날의 일상이 곧 기적입니다. 이 세상에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굶지 않고 하루 세 끼 먹으며 사는 게 감사할 일 아닙니까? 고교 시절에 배웠던 한문이 기억납니다. 반소사음수하고 곡괭이침지라도 낙역재기중이라(飯疎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개 삼아 잠을 자더라도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일찍이 소확행을 언급한 공자님의 말씀입니다.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고 평안한 가운데 지내는 것도 당연하게 여길 일이 아닙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과 갈등으로 인해 가족을 잃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또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것을 볼 때 평안한 중에 무탈하게 지내는 삶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 등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부상자가 생기며, 난민이 속출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산다는 그 한 가지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병원을 가보면 주차장이 빼곡하게 차 있고, 병실마다 환자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병원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건강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중병이 들었을 때 최첨단 의술로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새로 개발한 신약을 복용할 수 있는 것도 다 하나님의 일반은총의 덕분이요, 자신도 모르게 병을 고쳐주는 자연치유력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큰 위기를 넘기고 나면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아예 위기를 당하지 않으면 더 감사할 일이 아닌가요. 암과 같은 중병에서 회복되면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건강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감격하는 마음도 감사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이 하루는 잠을 자고 일어나는데 멀쩡하던 허리가 아파 거동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순간 중국 속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고 합니다.“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다.” 어쩌다 먹는 별미 특식이 아니라 늘 먹는 평범한 ‘그 밥에 그 나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탱해줍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속의 모든 은택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늘 의식하며 살 때 매순간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무제한으로 즐기는 물과 햇빛과 공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늘 감사해야 합니다. 물은 우리 몸의 70%를 차지합니다.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 탐험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위성에 물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일 공기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숨을 쉬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자신이 시험을 해보면 공기의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햇빛이 없다면 탄소동화작용도 일어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토록 소중한 것들을 다 무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감사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울창한 감사의 숲을 이룹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올해도 우리 모두 감사의 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데살로니가 전서 5:18)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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