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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배려하시는 하나님 - Care, Fair, Share -

배려(配慮)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한자로는 아내 배(配), 생각할 려(慮) 자를 쓰는데, 아마도 상대적으로 연약한 아내를 생각하고 염려해 주는 것과 같은 마음자세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배려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이해해주고 필요할 때에는 기꺼이 도와줄 마음을 갖는 선하고 넉넉한 마음을 말합니다.

미국사회를 잘 아시는 정운복 박사님이 미국생활에 관련된 책을 저술했는데, 그 책을 보면
미국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세 가지 정신이 Care, Fair, Share라고 했습니다. Care의 정신은 어린이나 여자나 노약자를 돌보는 정신을 말합니다. Fair는 인종이나 신분이나 빈부귀천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누구든지 공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리고 Share는 내가 가진 것을, 그것이 재물이든 시간이든 재능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 정신을 한 마디로 아우르는 단어가 바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배려심이 깊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인간을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은 약자에 대하여 지극한 배려를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아무도 의지할 데 없는 무의탁자 삼총사인 고아, 과부, 나그네에 대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지침을 매우 자상하게 율법에 규정해 놓으셨습니다.

먼저 돌봄(Care)의 정신에 관한 성경구절을 소개합니다.
(신명기 24:14-15) “곤궁하고 빈한한 품꾼은 너의 형제든지 네 땅 성문 안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를 학대하지 말며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 진 후까지 끌지 말라. 이는 그가 빈궁하므로 마음에 품삯을 사모함이라. 두렵건대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면 죄가 네게로 돌아갈까 하노라.”
일을 시켰으면 해가 지기 전에 품삯을 지불하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해가 지는 저녁부터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품삯을 애타게 기다리기 때문에 그날을 넘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from hand to mouth'라는 말이 있는데, 가난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신명기 24:10-13) “무릇 네 이웃에게 꾸어줄 때에 네가 그 집에 들어가서 전당물을 취하지 말고 너는 밖에 섰고 네게 꾸는 자가 전당물을 가지고 나와서 네게 줄 것이며, 그가 가난한 자이면 너는 그의 전당물을 가지고 자지 말고 해 질 때에 전집물을 반드시 그에게 돌려줄 것이라.”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야 당연히 값나가는 물건을 담보물로 취하고 싶겠지만 주인의 사정도 있을 테니 손해만 보지 않으면 일단 주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라는 의미가 담겨 입습니다. 그리고 만일 밤에 이불 삼아 덮고 잘 겉옷까지 담보로 잡힐 만큼 가난한 사람일 경우에는 그것을 밤새도록 보관하지 말고 해 질 때에 돌려주어서 그 가난한 사람이 밤에 그것을 덮고 잘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배려해 주라는 것입니다. 혹 맷돌을 저당잡혔을 경우에도 당일에 돌려주라는 규정도 있는데, 그것은 맷돌이 그들의 주식인 빵 가루를 만드는 필수 도구이므로 생명을 전당잡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Fair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는 성경구절을 보겠습니다.
(신명기 24:16-17) “아비는 그 자식들을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요 자식들은 그 아비를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라. 각 사람은 자기 죄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할 것이니라. 너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지 말라.”
연좌제를 금하는 말씀으로서 법 집행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재판을 할 때 굽은 재판을 해서 부당한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성경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Fair의 정신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하나님 앞에서 부당한 처사임을 누누이 역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Share에 관한 말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신 24:19-21)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취하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복을 내리시리라. 네가 네 감람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
(레위기 19:9-10)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너의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두라.”
전답이나 과수원이 없어 농사를 지어먹지 못하는 과부, 고아, 나그네, 일시 체류자들과 같이 절대빈곤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장치로서,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아스가 가난한 과부 시모님을 정성껏 모시는 룻의 효성에 감복해서 일꾼들에게 일부러 밭에다 이삭을 많이 남겨놓으라고 한 내용이 룻기에 나오는데, 아마도 신앙이 좋았던 보아스는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에 옮긴 모범적인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 정신이 근저에 흐르고 있는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도네이션 문화가 정착돼 있는데, 아마도 이것도 Share 정신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 특히 약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배려하시는 마음은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레위기 19:14)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라.”
(신명기 27:18) “맹인에게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소나 양이나 염소를 드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자는 대신 비둘기로
드려도 되도록 배려하셨습니다. 그리고 형편이 너무 어려워 비둘기마저도 살 형편이 못되는 자들은 고운 곡식가루로 그것들을 대신해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두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리고 안식년과 희년 제도를 통해 농사를 짓지 않는 해에는 저절로 난 것을 가난한 자들과 짐승들의 몫이 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희년이 되면 모든 기업 즉 생계의 근간이 되는 토지는 원소유자에게 반드시 물려주도록 하셨고, 종 되었던 자들도 자유의 몸이 되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심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회복의 은총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도피성 제도에 잘 나타나 있듯이 살인할 의도가 없이 사람을 죽인 과실치사자는
피의 보복을 피해 도피성에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셨으며, 누구든지 단시간에 도피성에 이를 수 있도록 요단강 동편과 서편에 각각 북부, 중부, 남부에 한 개씩 모두 6개의 도피성을 등거리로 배치하도록 자상하게 지시하신 것을 보더라도 하나님이 얼마나 배려심이 많으신 분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명기 20:5-7에 보면, 새 집을 짓고 낙성식을 갖지 못한 자, 포도원을 일구고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한 자, 약혼하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자는 혹 다른 사람들의 차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병역면제의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출산하면 일정 기간의 정결기간이 있습니다. 물론 신앙적인 의미로 보면 출산하느라 피를 흘렸으니 정결케 되는 규례를 거치도록 정한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이 정결기간은 산모로 하여금 쉬면서 원기를 회복하도록 하나님께서 특별히 배려하신 출산휴가 기간(maternity leave)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이러한 배려심을 본받아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남을 배려하는 자들을 축복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그 축복을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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