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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동성애에 관하여(2) - 문화적, 역사적 관점

동성애에 관한 논의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왜 반대하느냐고 물으면 정작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동성애 문제는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창세기에도 등장하는 매우 해묵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대략적인 지식만 갖춘다면 동성애를 왜 반대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크게 당황하지 않게 될 것이다.

1. 문화적 관점

동성애는 최근에 일어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동성과 관련된 성행위들은 인간 사회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 그래서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변국의 동성애 행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로마 제국 시기에도 이런 관습이 만연해서 바울은 동성애를 이방인의 죄 목록에 포함시켰다. 서구 국가들이 기독교화했음에도 동성애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근래에 와서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성적 행위만을 문제삼았다면 이제는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또는 성적 선호(sexual preference)까지 문제를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동성애는 하나의 성적 성향으로서 어떤 이들에게는 정상적인 상태일 수도 있다는 믿음이 전문가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드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성애는 남성과 여성과 대등한 ‘제3의 성’(the third gender)이라는 대담한 주장도 등장하게 되었다.

현대심리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는 신생아가 양성애(ambisexual)를 지니고 태어나 성숙해가면서 사랑의 대상에 있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단계로 이성애를 갖게 되지만, 그 중간 단계에서 어느 하나에 고착되거나 퇴행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세움으로써 프로이트 본인 자신은 동성애가 질환이라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동성애를 일종의 질환 현상으로 보는 길을 터놓은 셈이 되었다. 심리학자 엘리자벳 모벌리(Elizabeth Moberly)는 인간이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가면서 이성애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동성애 지향은 유전적 소인, 호르몬의 불균형, 비정상적인 학습과정이 아닌,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 특히 어린 시절에 겪는 어려움 때문에 생긴다고 하면서, 동성애는 발달지체(arrested development) 때문에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역기능적 부모-자녀 관계 모델’에 동의하는 자들이 많이 있는 반면, 동성애를 학습에 의한 것이라는 ‘학습 이론’(learning theory)을 내세우기도 한다. 즉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경험이 그러한 성적 지향을 형성한다는 주장이다. 이 학설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동성애가 ‘자연’(nature)이 아닌 ‘양육’(nurture)의 결과라고 인정한다. 해터러(Hatterer)는 이러한 입장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그는 “동성애자들은 그런 상태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으며, 유적적, 세습적, 기질적, 호르몬적, 선천적 요인은 동성애를 유발하는데 별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900년 후반에 와서 동성애를 유전자 구조, 호르몬 수치, 뇌 구조와 연관시켜 이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동성애자 형제간, 특히 쌍둥이들 간의 유전적 가능성을 탐구한 결과 통계상으로 어느 정도 입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통계 수치가 미미할 뿐 아니라 형제간에 환경적으로 서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학자들조차 어떤 생물학적 요인도 성적 선호를 결정짓는 확실한 원인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동성애 성향은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유전을 포함한 여러 생물학적 요인과 학습을 포함한 여러 환경적 요인들이 함께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으나, 강조점은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학습 내지는 환경적 요인에 두는 것이 바른 견해라고 생각한다.


2.역사적 관점

동성애에 대해 역사적으로 어떤 입장들이 있었으며, 특히 교회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오늘날 교회와 크리스천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교부시대부터 최근까지 대다수의 교회가 동성애에 대해 거의 일관되게 정죄해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베일리는 “초기 교회가 동성애 행위, 특히 남성끼리 행했거나 성인 남성과 소년이 행했던 동성애 행위를 무조건 반대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에서 열린 엘비라 공의회(Council of Elvira, AD 305-306)에 모였던 교회 지도자들은 소년들을 범한 남자들에게 죽을 때까지 성찬을 금하기까지 했다. 교부시대에는 동성애를 다른 범죄와 동일선상에 두고 경고했다. 특히 성직자와 수도회 소속의 독신자들에게 동성애 관계를 삼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많은 교부들이 바울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 행위를 ‘자연에 반하는’(contrary to the nature) 것으로 정죄했다. 어거스틴은 동성애 행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린다고 천명했고,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동성애 행위가 본질적으로 비생산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세시대에 들어와서는 동성애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굳어졌다. 교회는 공식적인 선포의 방식으로 동성애 행위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최초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었던 총회는 제 3차 라테란 회의(Lateran Council, 1179)였는데, 이 총회에서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하나님의 진노가 불순종의 아들들에게 내리도록 했고, 다섯 도시를 불로 멸망하게 했던 이 부자연스러운 악을 행한 사람들은 모두 다음과 같이 처리하라. 만일 그들이 성직자라면 성직을 박탈하거나 참회할 수 있도록 그들을 수도원에 감금해야 한다. 만일 그들이 평신도라면 출교해야 하고 신자들의 모임에 결코 들어갈 수 없게 해야 한다.” 뒤이어 열린 공의회에서는 수녀들이 함께 자면 안 된다는 규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는 동성애 행위를 간음, 간통, 근친상간, 성적 유혹, 강간과 함께 정욕의 6가지 유형에 포함시킬 뿐만 아니라 이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죄로 간주했다. 그 이유는 이것이 인류에게 부적합하고 자연스러운 성욕을 자극하는 행위에 상반되며 출산의 가능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동성애 행위를 특별히 중대한 죄로 여기는 길을 터놓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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