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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칭찬과 격려

칭찬과 격려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흔히들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라고
합니다. 보약을 먹으면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듯이 칭찬을 먹으면 심령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마침내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칭찬은 활력을 불어넣는 영양제요, 상대방에게 먹일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며, 밑천 한 푼 들지 않는 최상의 선물입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육상 영웅으로 떠오른 죠이너(Florence Griffith-Joyner)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여자 육상선수로서 한 대회에서 금메달 세 개와 은메달 한 개를 한꺼번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녀가 이 대회에서 세운 100m와 200m의 기록은 세계 기록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녀는 미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의 육상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되었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매우 불행했습니다. 그는 로스엔젤리스 남부의 빈민가에서 10명의 자녀 가운데 9번째로 태어났습니다. 끼니를 제대로 잇기 어려워 정부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근근이 연명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깨를 펼 수가 없었습니다. 늘 절망감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친구들을 피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녀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흑인 영웅이 이 소녀가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유명한 복싱 챔피언이었던 슈가레이였습니다. 학생들은 "슈가레이", "슈가레이"를 연호하면서 열광적으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소녀의 모습이 슈가레이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학생은 구석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멍하니 땅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강연을 끝낸 후에 이 소녀에게로 다가가서 “너 어디 아프니?”라고 물었습니다. 이 소녀는 “다 싫어요. 집도 싫고 학교도 싫고 모든 게 다 싫어요.”라고 전혀 뜻밖의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슈가레이는 이 소녀를 꼬옥 끌어안아주면서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묻습니다. “제 이름은 조이너에요.” “너 좋아하는 게 뭐니?”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습니다. “너 분명히 좋아하는 게 있을 텐데.” 그 순간 갑자기 그 소녀는 눈을 반짝이면서 “저요? 뛰는 건 좋아해요.” “그래? 그러면 말이야. 너도 나처럼 유명해 질 수 있어. 너는 세계적인 육상 스타가 되는 거야. 진정한 부자는 꿈을 가진 사람이야. 꿈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노력하면 너는 틀림없이 세계적인 육상선수가 될 수가 있을 거야. 그런 선수가 되도록 나도 너를 위해 기도해줄게.” 슈거레이는 그 학생의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었습니다. 슈가레이의 이 한 마디 격려가 이 어린 소녀의 인생을 완전히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이 소녀는 달라졌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88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함으로써 조국 미국을 빛내고 미국 전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칭찬의 위력과 관련된 예화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20세기가 낳은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어려서 동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칫덩어리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쟤는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가?”하고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할머니만은 달랐습니다. 개구쟁이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말을 잘하고 사람 끄는 재주가 있어. 개성만 살리면 크게 될 거야.” 그 말 한마디가 마침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이와 같이 격려는 우리에게 새로운 용기와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잠언 16:24) “선한 말은 꿀 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선한 말에는 격려 외에 칭찬도 있습니다. 칭찬도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칭찬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 말은 같은 제목의 책이 널리 읽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면서 사랑받게 된 말입니다. 이 책은 경영 컨설턴트인 켄 블랜챠드와 교육자이자 교육전문가인 짐 발라드 그리고 해양동물 전문조련사인 타드 라시나크, 그리고 올랜도에 있는 Seaworld의 범고래 조련사인 처크 돔킨스가 공동저술한 책입니다(요즘에는 돌고래 쇼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련하는 것이 동물학대에 해당된다는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더 이상 돌고래 쇼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었음). 이 책은 소위 ‘고래 반응’을 통해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을 터득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무게 3톤이 넘는 범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고래에 대한 조련사의 긍정적인 태도와 칭찬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고래반응’이란 긍정적인 일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부정적인 일이 생겼을 때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동 방식을 가리킵니다. 대표 집필자인 블랜챠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고기를 집어삼킨다고 해서 ‘바다의 포식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범고래를 조련해서 자유자재로 묘기를 부리게 하는 조련사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전화(轉化, redirection)라는 방법에 매료되었습니다. 이것은 고래들이 조련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할 경우 즉시 고래들의 관심을 딴 데로 유도하는 방법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이 조련사들은 돌고래들이 잘못한 것에 대하여 관심을 집중하는 대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것을 보면서 인간관계에서도 이 방법을 도입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을 했던 것입니다.




‘고래 반응’과는 반대로 ‘뒤통수치기 반응’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잘 할 때는 무관심하다가 무언가 잘못했을 때는 갑자기 뒤통수를 치면서 화를 내고 닦달을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날 때부터 긍정적인 성향보다는 부정적인 성향을 많이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칭찬과 격려와 인정보다는 질책과 비판과 비난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책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일은 잘 하는데 칭찬하고 격려하고 인정하는 일에는 그리 익숙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자신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질책과 비판이 습관이듯이 칭찬과 격려도 습관입니다.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우리는 이왕이면 좋은 ‘마음의 습관’을 기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흑인들의 뿌리를 추적한 『뿌리』라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알렉스 헤일리는 누구보다도 미국의 흑백 인종문제가 고질적인 문제인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점들을 들춰내기보다는 미국의 위대한 점들을 찾는데 눈을 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의 훌륭한 인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묘비명에는 짤막하게 이렇게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좋은 점을 찾아 그것을 칭찬하라.”

예수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로마 백부장과 수로보니게 여인의 믿음을 극구 칭찬하셨고, 향유 옥합을 깨트린 여인과 가난한 중에도 정성껏 헌금한 과부를 추켜세우셨습니다.

사도 바울도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든 면에 철저하고 엄격하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무척 깐깐하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으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의 서신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모습의 바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린도전서 16장 후반부를 보면, 그는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면서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하는 자상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구절만 이용해보아도 그의 훌륭한 인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6:17-18) “내가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의 온 것을 기뻐하노니 저희가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였음이니라. 저희가 나와 너희 마음을 시원케 하였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이런 자들을 알아주라.”
바울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면서 “이런 자들을 알아주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서로 칭찬하고 서로 격려하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자신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믿어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면 점차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교육이론입니다.

금년 4월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을 수상한 성영자 씨는 ‘아시아의 별’ 보아의 어머니입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녀의 ‘칭찬 교육법’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2010년에 『보아 엄마의 황금률』이라는 저서를 내기고 했는데, 딸 보아 외에도 두 아들을 음악계의 뛰어난 아티스트로 길러낸 이 어머니의 교육법은 한 마디로 ‘칭찬 교육법’입니다. 자녀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아낌없이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치도록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서로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인정하고 세워줌으로써 훈훈한 가정공동체, 직장공동체, 신앙공동체, 사회 공동체, 나아가 국가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며 진정 값지고 보람찬 삶을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