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행복한 결혼, 행복한 삶의 비결 -ABC, 3M, 3P -

우리 부부는 올해 결혼 40주년을 맞아 지난 한 주간 모처럼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요즘에는 장수시대이다 보니 금혼식(50주년), 회혼식(60주년)은 흔하고 심지어 드물지만 다이어몬드식(75주년)을 기념하는 분들도 있어서 40주년은 감히 명함도 내밀 수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니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돌이켜 보면 여기까지 온 것이 다 하나님의 ‘에벤에셀’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결혼과 동시에 목회자와 내조자로서 함께 동역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고비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흔히 하는 말로 대과(大過) 없이 목회 일선에서 원로목사로서 은퇴하게 되었으니 더욱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결혼주례를 할 기회가 참 많이 있었습니다. 이민교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영어로 결혼주례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맘 부담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감당해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한 가지 요령을 터득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결혼식에서 목사님이 해주신 주례 말씀이 다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살다보면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서로 맘 상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행동하는 것이 부부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시면서 구체적으로 이런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만일 아내가 낮에 집안일을 하다가 뭔가 맘 상하는 일이 생기거든 남편이 퇴근할 때 앞치마를 옆으로 살짝 돌려 입고 있으면 남편은 얼른 알아채고 아내의 비위를 맞춰주도록 노력하고, 혹 남편이 낮 동안 직장에서 맘 상하는 일이 있거든 퇴근할 때 모자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쓰면 아내는 남편의 기분을 맞추어주도록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하게 실천해봄직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게 서로 맘이 상하지 않도록 피차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쓸데없는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혼 주례사는 결혼하는 부부가 일평생 길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가장 훌륭한 주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이것은 한국말로 하든 영어로 하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특히 영어로 할 때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한결 어렵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한 가지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영어 단어 첫 자를 알파벳 순서 즉 A, B, C가 되도록 정리하거나,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영어 단어 세 개를 소개하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Affection(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부부간에 대한 애정 즉 사랑이 변함없도록 노력할 것), Belief(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부부간에 신뢰감을 평생 지켜나갈 것), Committment(하나님과 배우자 서로에게 헌신할 것)를 강조한 후 마지막으로 직접 따라하라든지 외워보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마무리합니다.

첫 알파벳이 같은 세 단어로 하는 경우는 M과 P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곤 했습니다. M으로 시작하는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Mastership(주인되심)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의 주인이심(Mastership of God)을 기억하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 인생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수중에 있다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도 그 배후에 하나님의 간섭과 역사가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가정의 주인으로 모셔야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기억하도록 권면합니다. 둘째는 Mutuality(상호성)입니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부간의 상호성’(mutuality of the couple)은 마땅히 강조되어야 합니다. 기독교 윤리는 일방윤리가 아니라 ‘서로서로’의 윤리 즉 쌍방윤리입니다. 에베소서 5장에서는 부부가 각기 지켜야 할 말씀이 기록돼 있습니다. 결혼이란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기로 다짐하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Marriage is a total committment to ‘mutual’ responsibility.). 이렇게 할 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 즉 상호상승작용의 효과가 생겨서 각자 따로 낼 수 있는 생산량의 합보다 몇 갑절의 생산량을 일궈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Maintenance입니다. 결혼생활도 관리가 필요합니다(maintenance of marriage life). 만약 우리가 새 집을 사거나 새 차를 산다면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쓸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흠집이 나도 열심히 쓸고 닦고 고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혼생활도 꼭 마찬가지입니다. 정성스레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망가질 수 있는 품목(fragile item)입니다. 마치 조심해서 다루어야 할 유리그릇과 같은 것이 바로 결혼생활입니다. 결혼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함께 영위해가는 과정이므로 결코 호락호락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흠집이 날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가급적 속히 그리고 가능한 한 완전하게 수리해야 합니다.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덴트가 날 경우 속히 말씀과 기도로 리페어해야 합니다. 그래야 늘 새 차처럼 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단어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3M을 기억해보도록 합니다. 3M은 문방구 제품을 생산하는 익숙한 상호이기도 해서 비교적 기억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내용은 같지만 때로는 3P로 주례사를 구성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생사는 모두 하나님의 섭리(Providence)에 의해 진행됩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오”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필연입니다. 인류 최초의 만남을 주선하신 분도, 그 결혼을 주례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결혼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고안해낸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divinely instituted) 신성한 제도입니다. 그러므로 한 가정의 진정한 가장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가정의 중심(centerpiece)이 되셔야 합니다. 이 신성한 제도에 의해 한 몸으로 짝지어진 부부는 동반자 관계’(Partnership)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의 여정(life’s journey)에서 반려자요 공동운명체로 엮어진 자들입니다. 마치 이인삼각((二人三脚) 게임에서 서로 보조를 맞추어 걸어가야 넘어지지 않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부부는 서로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범죄 이전의 아담과 하와처럼 서로에게 투명해야 합니다. 동업을 할 경우에 파트너가 상대방에게 정직한 것이 필수적인 요건이듯이 인생의 동업자인 부부도 서로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또한 부부가 인생경영을 해나감에 있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기도(Prayer)입니다. 결혼은 마치 산과 같아서 멀리서 보면 매우 단순한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복잡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가파른 벼랑, 미끄러운 늪과 수렁, 파충류가 들끓는 웅덩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가시덤불, 으르렁거리는 맹수들...결혼생활이란 아스팔트길처럼 탄탄대로가 아닙니다. 마치 버지니아의 산길처럼 꼬불꼬불하고 오르막내리막(ups and downs)도 참 많습니다. 넘어야 할 고비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풍랑들을 무사히 해쳐나가기 위해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와 인도하심과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기도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가까이 하는 자에게 가까이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주례할 때 ‘사랑의 삼각관계’(Love Triangle)에 대하여 자주 언급하곤 했습니다. 즉 하나님과 남편과 아내의 삼각관계입니다. 삼각형의 위 꼭짓점이 하나님이라고 가정하고 밑변의 두 꼭짓점을 각각 남편과 아내라고 가정해볼 때 아래 두 꼭짓점이 나란히 하나님께 가까이 올라갈수록 부부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만의 만남이 아닙니다. 미국 서점에 가면 Beth Stuckwish가 쓴 ‘It takes three’라는 시를 액자로 만들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는 이러합니다.
Marriage takes three to be complete(온전한 결혼이 되려면 셋이 필요하다);
It's not enough for two to meet(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They must be united in love by Love's Creator, God above
(그들은 사랑의 창조자 되시는, 위에 계신 하나님에 의해 사랑으로 연합되어야 한다).

바라건대 저희 부부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 기혼자든 결혼 예비자든 - 이참에 결혼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