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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다윗의 부성애(父性愛)

우리는 모성애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고 또 실제로 감동적인 모성애 스토리도 자주 대하게 됩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부성애보다는 모성애가 더 강한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익스피어의 햄릿 1막 2장에는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니라"(Frailty, thy name is woman.)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오지만,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과 함께 계실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두셨다”는 말도 있습니다. 찬송가에도 온통 어머니를 칭송하는 내용만 있지 아버지를 기리는 찬송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버이 우리는 고이시고”라는 한 구절에서 기껏 어머니와 묶어서 딱 한 번 아버지가 언급돼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 모성애에 관한 스토리는 많은데, 아버지나 부성애에 관한 이야기는 가물에 콩 나듯 그리 흔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흔치는 않지만 감동적인 부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한때 크리스천 작가인 조창인 씨가 쓴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가시고기는 부성애의 표상입니다. 흔히 부모사랑이라고 하면 어머니를 떠올리지만, 가시고기 하면 모성애가 아니라 부성애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가시고기는 수초나 돌 밑에 알을 낳는 일반 물고기와는 달리, 새끼를 키울 집을 따로 짓는 특이한 물고기입니다. 모래 바닥이나 수초 줄기에 마치 새 둥지처럼 집을 짓는데 이 둥지에 알을 낳은 후 엄마 고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아빠 고기 혼자서 밤새 불침번을 서면서 목숨 걸고 알을 지키며 새끼들이 부화하여 자랄 때까지 정성껏 돌봅니다. 새끼들이 자라서 둥지를 떠날 때쯤이면 그 동안 새끼를 돌보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아빠 고기는 마지막으로 돌 틈에 머리를 쳐 박고 죽습니다. 그러면 새끼 고기들이 와서 아빠의 시신을 뜯어먹습니다. 마지막 남은 자기 몸둥아리조차도 고스란히 내어주는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가시고기는 흔히 부성애의 표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시고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가시고기’라는 소설은 TV 드라마로 제작되기고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빠인 호연과 10살짜리 초등학교 3학년인 다움이라는 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어린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마침 골수가 맞는 사람이 있어 완치의 희망을 가지고 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막상 수술을 하려니 수술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팔려고 몇 가지 검사를 하는 중에 간임 말기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신장 대신 눈을 팔아 수술을 하는데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술이 성공한 이후 아들 다움이는 이혼한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떠나게 되고, 덩그마니 홀로 남게 된 아빠는 마치 마지막 순간 홀로 돌 틈에 머리를 쳐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처럼 외롭게 죽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애잔한 슬픔과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진한 감동을 함께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성경에 보면, 다윗의 부성애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압살롬이라는 아들이 아버지 다윗에게 반기를 들고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다윗과 신하들은 미처 신발도 제대로 챙겨 신지 못한 채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후에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오히려 압살롬이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자 다윗은 군대장관인 요압과 아비새와 잇대에게 “내 아들 압살롬은 아직 젊어서 철이 없으니 아비인 나를 봐서라도 그 녀석에게 너그러이 관용을 베풀어주기 바라오.”하면서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그러나 쫓기던 압살롬의 머리카락이 상수리나무에 걸려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동안에 요압 장군이 창으로 압살롬의 심장을 찌르고 그의 부하 열 명이 에워싸 단칼에 쳐 죽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윗이 가슴이 찢어지는 통렬한 마음으로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참으로 놀라운 부성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히 아버지의 왕위를 노려 역모를 꾀하고 백주에 지붕 위에서 온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비의 후궁들을 욕보임으로써 이제는 내가 왕이라고 선포한 천하무도의 패륜아를 용서해줄 뿐만 아니라, 부하 장군들에게 왕으로서의 자존심을 다 내려놓은 채 부디 내 아들의 목숨만은 해하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목 놓아 울부짖는 그 부성애는 아버지의 위대함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감동 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는 위대한 존재이며,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파파 알리바이’ 즉 아버지 부재의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탈권위를 내세우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부권은 땅에 떨어지고, 남편은 고개 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슬픈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약시대에는 아버지의 권한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축복권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축복권 외에도 구약시대에는 가장이 한 가정의 제사장 역할을 대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남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버지와 남편의 권한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비 부(父)자는 손에 돌도끼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도 하고,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돌도끼는 석기문화시대에 사용하던 연장으로서 노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내 남(男)은 밭전 밑에 힘력이 더해진 말입니다. 농경사회에서 힘들여 농사를 지으며 가계를 꾸려가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회초리를 들고 가정의 질서를 지켜가는 위풍당당했던 아버지의 모습, 식구들의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가장의 모습이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남편이 하늘보다도 더 높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아비 부(夫) 자를 만들 때 하늘 위를 뚫고 올라가는 형상의 글자로 만든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이것은 가부장적 유교문화가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세우신 창조의 질서임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아내와 남편의 소중함에는 결코 차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이러한 위계질서를 세워놓으신 것입니다.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질서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가장이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한 가장의 결정과 지도력에 순종하며 가장의 위치를 세워주어야 합니다.

기독교는 효의 종교입니다. 흔히 유교의 경전인 『효경』(孝經)의 영향으로 유교가 효를 가장 강조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유교는 불효자식을 죽이라고까지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데, 성경은 불효자식을 돌로 쳐 죽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출 21:15) “자기 아비나 어미를 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애굽기 21:15).

십계명 중 인륜(人倫)에 관한 계명 중 첫 번째 계명이 부모공경의 계명입니다. 이토록 성경은 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 중에서도 제자 요한에게 홀로 남으실 어머니를 부탁하는 효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인륜에 관한 계명 중에서 약속이 있는 계명은 제5 계명이 유일합니다.
(신 5:16)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명기 5:16)

우리 모두 아버지 날(Father’s Day)를 맞아 부모님께 효도하여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영육간의 복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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