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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거룩한 낭비 (1) Holy Waste

거룩한 낭비(1)    

가난하지만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부인은 사랑하는 남편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중에 가진 돈이라곤 달랑 1달러 87센트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자랑거리가 한 가지씩 있었는데, 남편 짐에게는 조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금시계, 부인 델라에게는 금발의 머리칼이 큰 자랑거리였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성탄절 선물을 생각하던 부인은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체없이 미용품 전문점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라 20달러에 팔았다. 그 돈으로 남편의 금시계에 어울릴만한 백금 시곗줄을 샀다. 한편 남편은 가보와도 같이 애지중지하던 금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줄 멋진 선물을 샀다. 거북껍질에다 보석을 알알이 박아넣은 값비싼 머리핀이었다. 기뻐할 아내를 상상하며 퇴근한 남편은 아내를 보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는 남편을 향해 아내는 신이 나서 이렇게 말한다.
“여보, 당신의 금시계를 이리 줘 봐요. 그 금시계에 잘 어울릴 백금 시곗줄을 샀거든요.”
이것은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부부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쓸데없이 ‘낭비’해버린 셈이 되었다. 그러나 누가 이것을 낭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굳이 낭비라고 한다면 이것은 ‘고귀한 낭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계산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성경은 세 복음서에서 마리아라는 한 여인의 아름답고 고귀한 행위를 기리고 있다. 이 여인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베다니에서 예수님을 위해 마련된 어느 잔치자리에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께 붓고 자신의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을 씻겨드렸다. 이 향유는 값으로 치면 300데나리온에 해당하는 값비싼 고급 향유로서 그 당시 노동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마리아가 어떻게 이 향유를 준비해두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짐작컨대 결혼 지참금으로 조금씩 차곡차곡 사 모아두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향유가 마리아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여인은 여자의 자존심의 상징이랄 수 있는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씻겨드렸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샌들을 신고 다녔기 때문에 손님이 오면 종들이 손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이런 점을 감안해볼 때, 마리아의 행동은 예수님께 대한 존경과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 이것은 분명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 여인을 향해서 왜 그런 쓸데없는 낭비를 하느냐고 나무란다. 차라리 그걸 팔아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솔직히 상식선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그들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흔히 하는 말로 “It doesn’t make any sense.”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예수님을 이 여인의 행위를 극구 칭찬하셨다. “이 여인이 나의 장례를 예비하였으니 괴롭히지 말고 가만히 두어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의 아름다운 행위도 함께 전하여 기념하라고까지 말씀하신다. 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마리아의 이러한 행동을 가리켜 ‘거룩한 낭비’(holy waste)라고 불렀다.  
 
여름 방학을 맞아 많은 교회들이 단기선교를 떠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선교도 ‘거룩한 낭비’일 수 있다. 많은 경비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거기에 비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미미해 보인다. 시쳇말로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성능이 별로인 것 같이 생각된다.  
제가 섬기던 서울장로교회도 올해 30명에 가까운 많은 인원이 단기선교에 참여한다. 경비가 만만찮다.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치 작은 홀씨 하나 날아가 어디에선가 거목을 이루듯 언젠가는 큰 결과를 낳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장로교회는 ‘비전 2020’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2020년까지 해외교회 20개를 건축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9교회를 짓고 2교회를 지을 건축비가 준비되어 있다. 교회재정이 어려운 중에도 선교는 멈출 수 없다고 해서 힘겹게 추진해온 결과이다. 이 과정 속에 많은 감동적인 간증들이 있다. 이렇게 해외교회를 건축하고 그 교회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단기선교를 하는 정책을 세워 지금까지 잘 감당해오고 있다. 특히 교회재정이 힘들 때 이러한 선교는 정말 ‘낭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거룩한 낭비’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선교에 힘쓸 때 하나님은 몇 갑절로 축복해주신다. 우리 교회가 바로 그 축복을 누리고 있는 산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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