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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일과 휴식

성경은 창세기로 시작되고, 창세기는 하나님의 창조로 시작된다. 그런데 창조에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이 안식일에 관한 내용이다. 하나님은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신 후 이레째 되는 날에 안식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안식하신 것은 물론 그 분이 육신적으로 피곤해서 그러신 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간을 위시해 모든 피조물들에게 안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친히 모범(?)을 보이셨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엿새 동안은 힘써 일하되 이레째 되는 날은 쉬어야 한다고 명령하셨고, 이것이 나중에 모세의 율법에서 십계명 중 제4계명이 되었다. 다른 계명이 하나님의 명령이듯이 안식일 계명도 하나님의 명령이다. ‘쉬어도 좋다’(may)가 아니라 ‘쉬어야 한다’(must)는 엄연한 명령이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 쉬는 것까지 명령형으로 말씀하셨을까?
여러 가지 의도가 계셨을 것이다. 한 주일에 하루는 쉬면서 온전히 하나님께 예배드리라는 취지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영적인 목적 외에 실제적인 목적도 있었음을 성경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인간의 복지를 배려하시는 차원에서 안식일을 제정하셨다는 것이다.

(창세기 2:3)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

하나님은 일곱째 날을 복 주셨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은 달리 이해하면,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통해 모든 피조물을 축복하셨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배려하시는 마음으로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원리를 제시해주신 것이다. 우리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일과 휴식의 리듬이 필요함을 잘 아셨기에 일주일이라는 싸이클을 만드시고 한 주간 동안 엿새는 힘써 일하되 하루는 쉬도록 고안하신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엿새 동안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싸이클이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인간의 바이오 리듬을 그렇게 프로그래밍해놓으신 것이다. 이런 삶의 리듬을 깨뜨리면 여러 가지로 역효과가 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5일 일하고 6일째 쉰다든지, 7일 일하고 8일째 쉰다든지 하면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이 기독교인들을 박해할 때 일부러 주일을 못 지키도록 인위적으로 그러한 방법들을 도입해 보았지만 다 실패하고 말았다. 노동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그들 스스로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보다 인간의 메커니즘을 더 잘 아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무궁무진한 지혜로 안식일 외에도 여러 다양한 안식제도를 제정하셨다. 소주기인 안식일뿐만 아니라 대주기인 안식년, 희년제도까지 제정하여 모든 피조세계가 역동적인 삶의 리듬을 유지하도록 철저하게 배려하셨음을 알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심지어 땅도 쉬고, 짐승도 쉬게 하셨다. 이 모든 제도는 생산성과 노동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한 하나님의 지혜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땅도 휴경하지 않고 계속 농사를 지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과일나무도 해거름을 하는 것을 보았다. 계속 경작을 하면 지력(地力)이 떨어져 곡식과 과일이 탐스럽게 결실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짐승도 쉬지 않고 계속 부려먹으면 단명할 뿐만 아니라 일의 효율도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오락을 의미하는 Recreation은 Re-creation(재창조)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레크레이션은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재창조를 위한 충전의 기회라는 뜻을 내포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노동절(Labor Day)을 앞두고 있다. 노동자들이 1년에 공식적으로 하루 쉬는 공휴일이다. 그런데 노동자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육체노동자를 떠올리지만 정신노동자도 포함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감정노동자라는 말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다. 고객상담을 하는 자들이 진상고객들의 행패로 인해 겪는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자들도 일종의 감정노동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목회자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감정노동자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요구를 하는 성도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때로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요즘 한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워라밸’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은 ‘Work and Life Balance’를 한국식으로 줄여 만든 신조어이다.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그러나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에 ‘워라밸’은 사치스러운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 개념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자칫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guilty feeling)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잠시도 쉬지 않고 죽자 살자 일에만 묻혀 살아가는 일벌레들이 있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알콜중독자를 ‘alcoholic’(앨커홀릭)이라 하듯이 이런 일중독자를 가리켜 ‘workaholic’(워커홀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TV 프로그램 중에 ‘안녕하세요’라는 인생고민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목사로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 즐겨보는 편이다. 최근에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주 전형적인 워커홀릭 어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는 내내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진하게 했던 적이 있다. 아직 중학생, 고등학생인 남매가 어머니의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온통 자기 일에만 몰두하면서 집안일은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하는 어머니를 둔 중학생 딸이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어 TV에 출연하게 되었다. 생업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정에 소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어머니의 경우는 생업 외에 저녁에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 위해 두세 군데 분주하게 뛰어다니느라 집안일은 아예 뒷전으로 밀쳐놓은 상태였다. 오죽하면 어린 딸이 음식 준비와 설거지, 청소, 빨래까지 도맡아 하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처량하고 힘겨워 자기 방에 들어가 혼자 엉엉 울기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 어머니는 워커홀릭 중에서도 정상을 벗어난 워커홀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주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봉사를 명분 삼아 스스로 워커홀릭이 됨으로써 묘한 만족감을 얻는 비정상적인 워커홀릭이 되어버린 전형적인 일탈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분명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열심인지 스스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열심을 낸다는 것은 당연히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이상으로 열심을 낸다면 자칫 자기의적인 자만감에 빠져 잘못된 신앙행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늘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요즘 한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일찍 퇴근하게 되면서 회식문화가 퇴색해가는 반면에 헬스를 다니거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는 모습이 여러 가지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은 저녁 시간 강의를 늘려 ‘칼퇴근’ 직장인 잡기에 분주하다고 한다. 한국사회의 현실, 특히 중소기업의 형편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행정으로 인해 여기저기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멀리 보면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은 문제점이 많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엿새 동안은 열심히 일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여유시간에 건전하고 생산적인 액티비티(activity)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나 잘못된 파행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점들이 야기되지 않도록 선도해야 할 것이다. 공자님의 말씀 중에 “소인은 한가하면 죄를 짓는다.”는 말씀이 있다. 영국에서 야간학교 운동을 벌이며 『노동의 복음』이라는 책을 쓴 사무엘 스마일즈(Samuel Smiles)는 ‘No sweat, no sweet’라는 말을 남겼다. “땀 흘리지 않으면 달콤한 휴식도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아주 멋진 말이다. 나 자신부터 하나님의 자녀로서 열심히 일하고 떳떳하게 휴식할 수 있는 멋진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Happy Labo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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