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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인생은 미완성

저는 언젠가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김길선 출연자가 ‘인생은 미완성’(작사:김지평, 작곡 및 노래:이진관)이라는 노래에 꽂힌 적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분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의 기자였는데, 왜 이 노래가 그 분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래 가사를 보니 이미 마음 속에 탈북을 계획하면서 장차 대한민국에서 겪게 될 나그네의 타향살이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어쨌든 저와 노래 취향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순간적이나마 동질감을 느꼈던 기억만은 생생합니다. 저도 대중가요 중에는 이 노래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곡도 감미롭지만 노랫말이 정말 공감이 됩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저는 어느 교회 광고전단에 “우리 교회는 건축 중입니다”라는 글귀가 컬러로 도드라지게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교회는 여러 면으로 아직 건축을 할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건축을 시작했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았더니 이런 뜻이었습니다. “어느 교회도 완성된 교회는 없으며 모든 교회가 자체건물의 유무와 상관없이 계속 지어져가고 있는데 우리 교회도 그 중의 하나이다.” 결국 “우리 교회가 아직은 개척단계에 있어 외견상 미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교회는 점차 성장해가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의미로 그런 문구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지상의 교회는 어떤 교회도 완벽한 교회는 없습니다. 흔히 기독교에서는 초창기 예루살렘 교회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으나 그 교회도 이미 자체 내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태동하고 있었음이 멀지 않아 확인됩니다. 교회 안에 다툼과 갈등과 분규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이 지상의 교회를 가리켜 ‘전투하는 교회’(militant church)라고 불렀습니다. 교회는 주님이 재림하실 때 비로소 ‘승리하는 교회’(triumphant church)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든 교회들이 사탄과 싸우면서 점진적으로 성화(聖化)의 과정을 밟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회는 건축 중에 있는 ‘지어져가는 교회’이며 ‘-ing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2:19-22)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가느니라(you are being built).”


저는 은퇴 후 마침 인터넷 신문을 시작하시는 지인의 요청으로 틈틈이 ‘신앙칼럼’을 써오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매주 한 편씩 꼬박꼬박 써오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이번 칼럼이 그럭저럭 100번째 칼럼이 되었습니다.

명색이 신앙칼럼이다 보니 내용상 스스로 이런저런 제약에 얽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제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때로 게으른 생각도 들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것, 좀 더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을 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3다(三多)’가 필요한데,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즉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글을 잘 쓰는 비결입니다. 대학시절과 신학교 시절에 한두 편 수필과 콩트를 써서 뽑힌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 긴 세월 동안 설교 원고 외에는 일체 글이라곤 써보지 못한 저로서는 결코 가벼운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마나 저의 전공인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한 칼럼이기에 도전해볼 마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칼럼을 쓰려고 하니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프랑스의 문학가 모파상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도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어떤 동작과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고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한 개밖에 없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적확(的確)한 단어를 구사해서 가장 명쾌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는 컴퓨터에 ‘expression’(표현)이라는 파일을 만들어 어디에서든 좋은 표현을 발견하면 무조건 이 파일에 담아둡니다. 물론 그 중에는 생소한 단어나 시사용어, 요즘 SNS에 떠도는 글 중에서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들, 젊은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나 문구, 깜찍하고 색감이 짙은 표현들, 비슷하나 뜻이 다른 단어들, 헷갈리는 띄어쓰기, 심지어 고사나 사자성어까지 있습니다. 또한 ‘예쁜 말 바른 말’, ‘우리 말 톺아보기’, ‘우리 말 바루기’ 등 신문기사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정리해서 옮겨둡니다. 물론 그 중에는 제가 보기에도 좀 유치한 것들이 없진 않으나 지나고 나면 다시는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차곡차곡 알뜰하게 쟁여두고 있습니다. 가장 희미한 메모가 가장 또렷한 기억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불 스페이스로 하면 거의 2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으나 제게는 나름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제 자신이 아직도 미완성품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사소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쌓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전에 송길원 목사님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쓰신 ‘나는 배웠다’라는 칼럼을 읽다가 메모해두고 싶어 고이 간직해둔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라는 말로 이 칼럼을 마치려 합니다. 이 말은 이탈리아어로서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라는 뜻으로서, 미켈란젤로가 87세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완성한 후 스케치북 한 켠에 적어놓은 글이라고 합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