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협동과 협력의 힘

필자가 신학교 다닐 때 교리사(敎理史)를 가르치시는 교수님 한 분이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곤합니다. 그 분은 ‘교회’(church)라는 용어 대신 ‘신앙공동체’(faith community)라는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셨습니다. 교회는 이미 그 단어 자체가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교회를 ‘카할’(qahal)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모이다, 불러 모으다’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congregation’ 또는 ‘assembly’입니다. 미국 교단 중에 회중교회(Congregational Church)가 있고 또 하나님의 성회(Assembly of God)가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인 듯싶습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종종 이스라엘 민족은 단수로 취급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집합적 단수’라고 하는데, 이스라엘 백성의 공동체성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약성경에서는 교회를 ‘에클레시아’(ecclesia)라고 하는데, 그 의미도 역시 ‘불러냄을 받은 자들’이라는 공동체성을 지난 단어입니다. 에클레시아는 원래 그리스에서 일반 국민들이 광장(아고라)에 모여 국사를 의논하던 민회(民會)를 의미했는데, 교회가 이 단어를 채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강한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성도들이 서로 힘을 합해 협동정신을 발휘해야 교회의 참 모습을 지닐 수 있습니다. 가정도 매우 강한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는데, 만일 가족 구성원들이 각기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한다면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구성원인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기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면 그야말로 콩가루 교회가 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에베소서 2:19에서는 성도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권속’(members of God’s household)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가족이면 당연히 서로 마음을 합하고 힘을 합해야 합니다. 피차 협력해야 합니다.

전도서에는 협력과 협동의 중요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구절이 나옵니다.
(전도서 4:9-12)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낫고,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낫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법입니다. 한자는 뜻글자인데, 중국 사람들이 협(協) 자를 만들 때 한 글자 안에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을 담기 위해 열 십(十) 변에 힘 력(力)자 세 자를 겹쳐서 그 한 글자에 30명을 담았습니다.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더 큰 힘이 나온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벽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가족 공동체든 교회 공동체든 국가 공동체든 모든 공동체에는 협동정신이 필수적입니다. 서로 힘을 합할 때 단순 합(合)이 아니라 상호상승작용을 해서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synergy’는 ‘syn’(함께)과 ‘energy’(힘)의 합성어입니다. 바로 이 시너지 효과 때문에 두 사람의 힘이 때로는 세 사람, 네 사람, 때로는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힘을 합할 때 ‘그룹 다이내믹스’(group dynamics)로 인해 역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찬양대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찬양을 할 때 평소 자기 음역대 이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룹 다이내믹스의 효과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일찌감치 이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레 공동체의 개념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레란 말은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우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어 한 우물의 물을 마시며 살았으며, 그 우물물을 긷기 위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바가지를 두레박이라 했습니다. 필자는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 농사일도 해본 경험이 있는데, 농촌에서는 품앗이를 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있었습니다. 품앗이는 두레 공동체성을 적용한 한 가지 구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를 심거나 추수를 할 때 집집이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했습니다. 사실 단순히 수학적으로만 따져보면 품앗이는 득도 손해도 아닙니다. 그러나 함께 노래까지 불러가며 일을 하다보면 신명이 나서 힘도 덜 들고 작업량도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너지 효과입니다. 필자는 결혼식 주례를 할 때 부부간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곤 합니다. 결혼을 통해 각자 따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합한 것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어야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죠.

새들백 교회의 릭 워렌 목사님이 저술한 『목적이 이끄는 삶』은 심지어 불신자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받은 장기 베스트셀러입니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다섯 개와 은메달 하나를 목에 건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한때 운동을 접고 방황한 적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릭 워렌 목사님은 그 후속편으로 『공동체을 세우는 삶』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핵심단어(key word)는 ‘함께’(together)라는 단어입니다. 그의 모토는 “함께 하면 더 풍성해진다!”는 것입니다. 릭 워렌 목사님은 이 책을 통해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함께 하면 무슨 일이든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고, 함께 하면 능률이 올라가서 그 결과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혼자 예배드리는 것보다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 하나님의 임재를 더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고, 혼자 봉사하는 것보다는 함께 봉사할 때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Stronger Together!'라는 모토를 내걸었습니다. “함께 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회학자들은 인간을 가리켜 ‘together be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한자어로는 인간(人間)이라는 말에 ‘사이 간’ 자를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독일어로도 인간을 ‘Mitmensch’라고도 하는데, Mit(with)와 Mensch(human)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서 영어로 번역하면 ‘fellow man’인데, 이 말도 역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 ‘더불어민주당’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이름이 과연 정당의 이름으로 적합할까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는 믿음의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공동운명체이기도 합니다. 여호수아 7장을 보면, 한 사람 아간의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 온 회중이 어려움을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공동체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동체는 모두가 연대책임을 져야하는 공동운명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것이 공동체의 생리입니다.
(고린도 전서 12:26-27)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우리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공동 운명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서로 힘을 합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서로’(one another)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즐겨 인용하던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주 재치있는 문구도 있습니다. “The best vitamin for a Christian is B-one.”(크리스천에게 가장 좋은 비타민은 B1[Be one] 즉 하나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개개인은 참으로 우수한데 마치 모래알처럼 서로 뭉치지를 못한다.” 우리는 한국인 크리스천으로서 스스로를 차별화해서 협동하고 협력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