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에벤에셀

‘에벤에셀’(Ebenezer)은 성경에 나오는 용어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교회 이름에도 많이 사용하고, 예수 믿는 사람들 중에는 상호(商號)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보통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Thus far has the LORD helped us.)는 의미로 새기고 있습니다. 의미상으로만 보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우리가 늘 찬송하듯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님의 크신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래 히브리 원어의 의미는 ‘도움의 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그런 의미로 의역(意譯)이 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엘리 제사장 시대에 블레셋 족속은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며 그들에게서 법궤까지 빼앗아갔지만 그 때문에 숱한 고난과 희생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법궤를 이스라엘과의 접경지역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이렇게 옮겨진 법궤는 이스라엘 백성의 무관심 속에 이십년 간 방치되다시피 했습니다. 한 20년의 세월이 흐르자 이제 영적인 갈증을 느끼고 공허감을 느끼기 시작한 이스라엘 백성은 이방인 블레셋 족속에게 빼앗긴 하나님의 궤를 되찾아 치욕의 역사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이럴 때 사무엘이 지도자로 등장하여 영적인 각성을 촉구합니다.
(사무엘상 7:3-4) "사무엘이 이스라엘 온 족속에게 말하여 이르되 만일 너희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거든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을 너희 중에서 제거하고 너희 마음을 여호와께로 향하여 그분만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를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건져내시리라. 이에 이스라엘 자손이 바알들과 아스다롯을 제거하고 여호와만 섬기니라."



사무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요구한 것은 소극적으로는 이방신들을 제거하고, 적극적으로는 마음을 돌이켜 여호와만 섬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면 여호와께서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건져내실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사무엘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습니다.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바알과 아스다롯은 그 당시 농경사회에서는 떨쳐버리기 어려운 매력을 지닌 풍요와 다산의 신이었습니다. 그 신들을 섬겨야 이른 비 늦은 비가 내려 농사가 잘 되고 가축 떼가 새끼를 많이 낳아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버리기가 쉽지 않은 우상들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심령의 변화가 일어나자 그들은 단호하게 행동에 옮겼던 것입니다.

사무엘은 차제에 거국적인 회개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온 백성을 미스바로 모이게 하고 거기서 심령대부흥회를 열었습니다. 미스바는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7마일 정도 떨어진 해발 800m 정도의 고지대로서 사사시대에 이스라엘 지파들이 자주 모여 회의를 하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 집결한 백성들은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미스바에 집결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블레셋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한 군데 모여 뭉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장에 그들의 사기를 꺾고 다시는 블레셋에 항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즉각 군사행동에 돌입하게 됩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채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이스라엘 백성은 초죽음이 되어 사시나무 떨 듯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들은 사무엘에게 중보기도를 부탁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전과 달라진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시고 사무엘의 기도에 응답하사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쳐들어오는 블레셋 족속에게 큰 우뢰를 발하심으로 그들이 혼비백산하여 퇴각하게 되었고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을 추격해서 정말 통쾌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그들이 블레셋을 퇴각시킨 지점에 돌비를 세운 후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뜻으로 그 돌비를 ‘에벤에셀’ 즉 ‘도움의 돌’이라 명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블레셋에게 연전연패의 수모를 겼어야만 했던 그들에게 반전의 역사가 기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도 블레셋의 공격과 같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들이닥칠 때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신앙적인 동기로 모였습니다. 그런데도 블레셋이 오판해서 느닷없이 쳐들어 온 것입니다. 이것은 백성 개개인의 위기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지도자 사무엘을 위시해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기도에 응답해 주심으로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이후 눈엣가시 같았던 블레셋은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경내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블레셋이 이스라엘에게서 강탈했던 대도시들을 포함해 주변지역들을 다시 이스라엘의 국토로 회복시켰으며, 나아가 이스라엘과 가나안 원주민들 사이에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하나님께서 여호와 신앙의 길로 돌아선 이스라엘 백성을 가상히 여겨 구하지 않은 것까지 플러스 알파(+α)의 덤으로 주신 축복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이 사건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온 국민이 일치단결 합심하여 이 난국을 지혜롭게 잘 극복할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화위복의 은혜까지 경험하는 ‘에벤에셀’의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