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The best ship is a leadership.
저는 몇 주간에 걸쳐 leadership, followership, helpership, 그리고 partnership에 대하여 시리즈로 칼럼을 썼습니다. 오늘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마무리를 짓고자 합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와 인접한 메릴랜드주의 애너폴리스(Annapolis)에 해군사관학교(Naval Academy)가 있는데, 이 학교에 이런 글귀를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 “위기상황에서 가장 좋은 배는 리더십이라는 배이다”라는 뜻입니다. 저는 교회 야외행사로 몇 차례 이 도시를 방문한 적은 있으나 정작 건물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귀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해군사관학교에 딱 들어맞는 정말 기발한 글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도 있지만, 리더십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폭풍우를 만난 배는 선장의 리더십에 따라 침몰할 수도 있고 무사할 수도 있습니다.
리더십은 비단 위기상황에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평상시에도 리더십은 그 리더가 속해있는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세계나 국가나 민족과 같은 큰 단위의 공동체는 말할 것도 없고 소규모의 공동체에서도, 심지어 가장 작은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가족 공동체에서도 리더십은 성공과 실패, 성장과 쇠퇴, 발전과 퇴보, 생존과 사멸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자질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followership, helpership, partnership도 높이 평가받아야 할 ‘배’(ship)이지만, 리더십에 비하면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배 중에서도 지도자급 배를 flagship이라고 합니다. 플래그십은 flag(깃발)와 ship이 합해진 말로서, '깃발을 단 배' 즉 기함(旗艦)을 의미합니다. 기함에는 지휘관이 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지휘관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가 달려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미가 파생되어 요즘에는 어떤 회사의 대표상품이나 주력상품 또는 최신기기를 플래그십 상품(flagship product)이라고도 하고, 가장 중요한 매장을 플래그십 매장(flagship store)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치르면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리더십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는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면서 의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에 대해 “찰리 채플린이 처칠로 변모했다”고 극찬했습니다. 처칠은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던 때에 총리로 취임한 후 첫 하원 연설에서 “제가 국민들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입니다”라고 외치며 온 국민을 단결시키고 사기를 높였으며, 당시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도 런던이 잿더미가 돼 가는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우어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탁월한 영도자였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시트콤 스타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전쟁 발발 후 망명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도 사양하고 온 국민과 함께 분연히 싸우겠노라 선포함으로써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예상되었던 중과부적의 힘겨운 싸움에서 예상을 뒤엎고 선전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처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나라들로부터 응원과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성경 인물 중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자를 꼽으라면 저는 모세와 다윗을 첫 손가락에 꼽고 싶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를 일으키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시기 위한 비밀병기로 준비시키셨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길게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이집트 공주의 아들로 입양된 왕자로서 장차 왕이 될 소양을 익힘으로써 문무(文武)를 겸비한 인물이 되었으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연마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장인인 미디안의 제사장 이드로의 양떼를 돌보며 지도자의 최대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겸손을 익혔고, 장차 출애굽 후 맞딱뜨리게 될 이방인들의 생리를 배우게 되었으며,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게 될 광야와 사막에서의 생활을 몸으로 직접 체득했습니다. 이러한 수련의 과정을 통해 그는 하나님께서 친히 인정하셨듯이 “이 땅에서 가장 온유한(humble) 자”가 되었으며, 목이 곧은 강퍅한 이스라엘 백성을 무난하게 이끌고 광야 40년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민족이 가장 높이 받드는 성군(聖君)입니다. 그러나 그는 금수저는 아니었습니다. 보통 집안의 막내아들로 양치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그의 믿음을 보시고 당신의 백성을 맡길 지도자로 키우셨습니다. 그가 왕이 되기까지 꽃길만 걸은 게 아닙니다. 정말 천신만고, 우여곡절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습니다. 사울 왕의 시샘을 사서 소위 ‘정치망명’을 해야 했고, 그 과정 속에서 그를 따르던 자들이 400명 가량 되었는데,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는 사무엘상 22:2() 말씀에 의하면 이들은 하나같이 세상적으로는 별 볼 일 없는 자들이었습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다윗의 리더십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후 그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통일왕국의 군주로서 제정일치 신정국가의 체계를 완성함으로써 오고오는 세대를 통해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얼마 후면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됩니다. 바라건대, 남북갈등, 동서갈등, 좌우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빈부갈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나라에 공정과 상식 그리고 통합과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각자 처한 위치에서 followership, helpership, partnership이 통전적으로 작동하여 자랑스러운 조국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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