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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귀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고국인 대한민국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 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고국 소식이 궁금해지고, 그러다 보니 더 자주 한국의 정치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각당의 대표들과 대선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대하여 생각하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저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30년 가까이 한 교회를 목회하면서 담임목사로서 리더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날 저의 목회 리더십에 대하여 스스로 평가해보기도 합니다.

늘 경험하는 바이지만, 크든 작든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고들 말하는 게 아닐까요. 온갖 야비한 중상모략, 마타도어식 무차별 공격, 심지어 가족사까지 파해쳐 마구 난도질하는 잔학한 정글 속에서 최종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면 마땅히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국민을 골탕먹이고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는 예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국민들의 요구에 겸허히 귀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솔로몬은 어린 나이에 다윗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꼽히는 다윗의 뒤를 이은 데다가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으니 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솔로몬은 여호와의 단에 일천번제를 드린 후 꿈에 나타나 소원을 물으시는 여호와께 ‘지혜로운 마음’을 구했습니다.



(열왕기상 3:6-9) “주의 종 내 아버지 다윗이 성실과 공의와 정직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주 앞에서 행하므로 주께서 그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고 주께서 또 그를 위하여 큰 은혜를 항상 주사 오늘과 같이 그의 자리에 앉을 아들을 그에게 주셨나이다.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종으로 종의 아버지 다윗을 대신하여 왕이 되게 하셨사오나 종은 아직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 알지 못하고 주께서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그들은 큰 백성이라. 수효가 많아서 셀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사오니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솔로몬이 장수와 부와 전쟁의 승리 대신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지혜는 물론이요 그가 구하지 않은 부귀영화를 주시겠으며, 다윗과 같이 여호와의 법도를 따라 바른 길로 행하면 장수의 복도 주시마 약속하셨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두 여인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송사가 벌어졌을 때 솔로몬이 탁월한 지혜로 이 아이의 친어머니를 가려주는 유명한 판결을 하게 되었으며, 이 명재판으로 인해 결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사안이나 판결이 어려운 재판의 경우 ‘솔로몬의 판결’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곤 합니다. 성경에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진 않으나, 그 당시 믿음이 충만했던 솔로몬은 이 지난(至難)한 판결을 앞두고 하나님께 기도했을 것이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지혜를 주셨을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입과 입을 통해 온 백성에게 널리 퍼지게 됨으로써 집권 초기의 불안정한 왕권을 든든히 확립할 수 있었으며, 오고오는 세대에 ‘지혜의 왕’이란 명예로운 타이틀로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열왕기상 3:28) “온 이스라엘이 왕이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솔로몬이 이토록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듣는 마음’(listening heart)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듣고 ‘분별하는 마음’(discerning heart)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요 교수이며 저술가인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Summoned to Lead』라는 책에서 지도자에게는 눈보다 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워렌 베니스(Warren G. Bennis)가 “리더십이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비전을 창출하여,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리더십을 정의하고, 또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후로 많은 지도자들이 ‘비전’을 약방의 감초처럼 강조하고 있지만, 레너드 스윗은 성경적인 관점에서 리더는 어느 특정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호출(summon)에 응하여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과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아브라함, 요셉, 모세, 다윗 같은 걸출한 지도자들이 모두 하나님에 의해 소명된(summoned) 인물이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고대 동방 문화권에서는 귀와 지혜가 동의어였습니다. 귀는 ‘순종’을 의미하는 하나의 은유(메타퍼)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할 때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왕으로 출발은 참 잘했지만, 그의 만년은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부왕(父王) 다윗의 노회한 부하들의 충고에 귀를 막음으로써 자랑스럽던 통일왕국을 분열왕국으로 쪼개는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레너드 스윗은 ‘들을 청(聽)’이란 한자를 언급하면서 왕 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마음을 계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청(聽) 자를 파자해보면,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입니다. ‘먼저’ 귀를 왕처럼 크게 열고, 다음으로 열 개의 눈으로 자세히 보노라면 상대방과 한 마음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얻는 최고의 비결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라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말이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모든 지도자들이 비전을 앞세워 대중들을 자신의 목적에 얽어매려고만 하지 말고, 민심을 듣고 따르는 데에 더욱 마음을 기울이는 참 지도자상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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