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선한 영향력
영향력(影響力)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인물로부터 파생한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힘”입니다. 그 힘의 크기에 따라 영향력의 크기가 결정집니다. 요즘에는 재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1인 방송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자들 중에는 엄청난 수의 구독자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소위 ‘인플루엔서(influencer)’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향력에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가 하면 악한 영향력 즉 악영향력도 있습니다. 먼저 악영향력에 대하여 생각해볼까 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그냥 방치해두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되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죠지 켈링과 제임스 윌슨이 공동으로 발표한 글에 처음 소개되어 널리 인용되는 이론으로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경범죄가 발생했을 때 제때 처벌하지 않으면 자칫 강력범죄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1994년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쥴리아니는 이 이론에서 힌트를 얻어 당시 범죄의 온상이었던 지하철 안의 낙서를 모두 지우도록 함으로써 범죄율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도입해 경범죄를 적극적으로 단속함으로써 강력범죄율까지 줄이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를 한 가지 더 든다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입니다. 이것은 괴테가 자신의 실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에서 연유한 말로서, 유명인이나 평소 존경하고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쉽게 자살을 시도하는 이른바 ‘모방 자살’ 내지는 ‘자살 전염’ 패턴을 간파한 미국의 자살 연구학자 데이빗 필립스가 처음 사용한 말입니다.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은 후 그를 추모하는 자살 행렬이 이어진 것이 이러한 현상의 한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는 당연히 악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되며 또한 악한 영향을 받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소금과 빛에 대하여 교훈하셨습니다. 이 교훈은 너무나 유명해서 크리스천이 아닌 자들도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대화에서 자주 언급하기도 합니다. 소금과 빛에 관한 교훈은 교장 선생님들의 훈화의 단골 메뉴이며, 교회나 학교, 심지어 기업체나 회사 이름에도 ‘염광(鹽光)’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예를 쉽사리 접할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5:13-16)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들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이 말씀 속에 분명히 나타나 있듯이, 소금과 빛은 영향력을 상징하는 데 있어서 더없이 적절한 메타포입니다. 샐러리맨의 급료를 의미하는 ‘salary’의 어원이 소금입니다. 옛날에는 소금으로 급료를 지불했습니다.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는 'sal'이고, 소금을 지급한다는 뜻의 라틴어는 'salarium'입니다. 그만큼 소금의 가치가 대단했습니다. 따라서 소금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소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맛을 내는 것입니다. 소금기 없는 음식을 먹어 본 자라면 소금이 우리 식생활에서 얼마나 긴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귀한 소금이지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바깥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히는 천한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소금은 방부제 역할도 합니다. 그러나 소금이 방부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역시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크리스천은 맛을 내는 조미료와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제 역할을 감당할 때 비로소 제 구실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빛의 직분은 뭐니뭐니 해도 어둠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빛은 모든 사람에게 환히 드러나야 합니다. 주님은 빛을 ‘착한 행실’이라고 풀이해주셨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빛은 선한 영향력입니다. 크리스천의 착한 행실이 뭇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될 때 설령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바로 그 착한 행실을 보고 사람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이며, 그 답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입니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착한 행실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크리스천을 가리켜 ‘그리스도의 향기’요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끼쳐야 할 선한 영향력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자녀로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함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영광돌려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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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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