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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어느 글에서 인생의 자산(resources)을 ‘3T’로 요약한 것을 보고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3T’는 talent(재능), treasure(재물), 그리고 time(시간)입니다. 이 인생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가려진다는 것입니다. 새해 첫날은 기껏해야 지난해 마지막 날의 연속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들은 해가 바뀌고 달력이 바뀌면서 뭔가 새롭게 결심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사실 시간은 매듭 없이 연속선상에서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그 시간에 매듭을 지어 일주일, 한 달, 한 해, 십년(decade), 세기 등으로 매듭을 지어놓은 것은 새롭게 결단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엊그제 쇼핑센터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별로 크지도 않는 체육관에 사람들이 빈 자리 없이 빼곡하게 차서 운동 기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새해는 새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한두 달 지나면 빈 자리가 많이 생길 게 뻔하긴 하지만...

우리가 새해에 이처럼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과 재물과 시간을 선용하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것도 새해 결심으로 한번 추천해볼만 합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런 재능도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달란트의 비유’을 통해 교훈해주셨듯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사장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 기록돼 있는 ‘달란트의 비유’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타국에 출타하면서 종들에게 각각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겼습니다.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과 두 달란트 받은 사람은 곧바로 그것을 밑천으로 장사를 해서 곱절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 달란트 받은 자는 땅을 파고 감추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주인이 돌아왔을 때 곱절을 남긴 자들은 모두 칭찬을 받고 보상도 약속받았지만, 한 달란트 받은 자는 심한 질책을 듣고 엄한 형벌에 처해지게 됩니다. 주인은 그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자에게 주라고 하면서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 25:29)고 말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이 구절을 근거로 ‘마태복음 법칙’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의 집중현상을 ‘마태효과’라고 이름붙이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구절은 자칫 예수님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시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만, 문맥을 살펴보면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의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수행해야 할 사명이라는 사실을 교훈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타고난 재능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능이 많든 적든 그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달란트 받은 자가 두 달란트를 남겼을 때 다섯 달란트 받아 다섯 달란트를 남긴 자와 꼭 같은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달란트 받는 자에게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만일 그가 한 달란트만 더 남겼더라도 분명히 꼭 같은 칭찬을 받았을 것입니다. 성경의 수학은 절대치의 수학이 아니라 상대치의 수학입니다. 그래야 공평하기 때문입니다.

이 비유는 비단 재능에만 적용되는 비유가 아닙니다. 달란트의 비유와 쌍둥이 비유라고 할 수 있는 ‘므나의 비유’가 있는데, 사실 달란트나 므나는 예수님 당시에 통용되는 화폐 단위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업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달란트의 비유는 재물의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비유입니다. 재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계의 수단으로서 삶의 필수적인 자산입니다. 육신을 입고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한에는 그 어느 누구도 재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으니까요. 주인이 맡긴 달란트로 장사를 해서 곱절을 남겼다는 것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재(財)테크를 잘했다는 뜻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재물의 청지기 직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지기란 주인(owner)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자(manager)입니다. 그러므로 주인의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재물을 허투루 낭비하거나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이 주신 재물에 대한 청지기 직분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의미로 십일조 헌금을 드리기도 합니다. 달란트 즉 재능과 마찬가지로 재물에 있어서도 사람마다 차등이 있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가 있는가 하면 거지 밥통을 차고 태어난 자도 있습니다. 금수저도 있고 흙수저도 있습니다. 금수저는 흙수저에 비해 하나님 앞에서 감당해야 몫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누가복음 12:48)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재물이 적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비록 적더라도 지금 가지고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라는 자산에 대하여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재능이나 재물과 달리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시간에 관한 한 아무도 불평할 수 없습니다. 새해가 되면 365일이라는 시간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래서 영어 ‘present’는 ‘현재’라는 의미와 함께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는 재물에 대해서는 무척 신경을 쓰면서도 시간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돈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시간을 너무나 쉽게 낭비하고 있습니다. 돈을 모으는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시(時)테크가 더 중요합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시간은 살 수 없으니까요. 만일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수퍼리치(SuperRich)들은 얼마든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시테크는 생(生)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해를 맞아 우리는 “세월을 아끼라”(에베소서 5:16)는 성경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서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로운 자들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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