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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12월 둘째 주일은 성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세계의 모든 교회들이 지키는 성서주일(Bible Sunday)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성경을 더욱 가까이 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교회의 중요한 절기 중의 하나이지만 예수님이 주인공인 강림절 절기 중에 들어있기 때문에 목회자들 중에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각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예수님 자신이 성경의 주인공이시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성도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2022년 성서주일을 맞아 예수께서 성경에 대하여 언급하신 말씀 중에서 ‘율법과 선자자의 강령’이라는 구절의 의미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예수님 당시 성경은 당연히 구약성경을 가리킵니다. 신약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칫 구약성경에 대하여 자신도 모르게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소홀히 여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2세기 중반에 영지주의 이단의 영향을 받은 마르시온(Marcion)은 바울 서신과 누가복음 편집본만을 정경으로 인정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는 구약성경은 유대인의 역사서요 율법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구약성경에 대하여 자주 언급하심으로써 구약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 권위를 세우셨습니다. 한번은 한 바리새파 율법사가 예수님을 시험하기 의해 율법 중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2:37-40)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강령(綱領)’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으뜸이 되는 큰 줄거리’이지만, 이 말의 원어적 의미는 ‘매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즉 모든 율법과 선지자의 핵심 내용은 십계명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매달려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영어성경들도 이런 의미를 살려 hang(KJV), depend(NASB, RSV), based on(NLT)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New International Version(NIV)은 “All the Law and the Prophets hang on these two commandments.”라고 번역했고, 우리 나라의 새번역 성경도 꼭 같이 “이 두 계명에 온 율법과 예언서의 본뜻이 달려있다"고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율법과 선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확하게 번역하면, ‘율법과 선지자들(Law and the Prophets)’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성경을 39권이 아니라 24권으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5권의 모세오경 즉 율법서(토라, Torah), 둘째는 8권의 예언서(네비임, Nevi'im), 셋째는 11권의 성문서(케투빔, Ketuvim)입니다. 그래서 이 세 부분의 첫 글자를 합해 타나크(Tanakh)라고 하는데, 이 세 부분은 중요도에 따른 서열이기도 합니다. 예언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예언서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에 개입하신 하나님에 대하여 기록해 놓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언서 8권에는 전기 예언서(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열왕기)와 후기 예언서(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소예언서)가 포함됩니다. 나머지 11권은 성문서(聖文書)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시편, 잠언, 욥기는 시가서로, 이스라엘 명절에 낭독되는 ‘다섯 두루마리’ 즉 아가, 룻기, 예레미아 애가, 전도서, 에스더서는 지혜서로, 그리고 다니엘서와 에스라-느헤미야(합권), 역대기는 기타 사서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예언서로 다루어지는 다니엘서, 그리고 역사서로 다루어지는 에스라-느헤미야, 역대기가 성문서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한 데에는 그들의 역사관과 민족 정서 등 그들 나름의 기준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주님께서는 유대인들의 전통을 따라 구약성경을 ‘율법과 선지자들’로 표현하시곤 했습니다. 흔히들 ‘황금률(Golden Rule)’로 불리는 구절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마태복음 7:1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과 선지자니라(this sums up the Law and the Prophets)”

또한 부활 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을 만나시는 장면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누가복음 24:27, 44)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니라”

시편은 성문서의 대표격인 책입니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의 중심 사상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동양식으로 표현하자면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교훈하셨습니다. 주님은 특히 이웃 사랑을 ‘새 계명’이라고 강조하시곤 했습니다(요한복음 13:34, 15:12). 주님의 교훈을 바르게 이해한 사도 바울도 같은 취지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로마서 13:8-10)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love is the fulfillment of the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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