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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알라바마주는 땅콩의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그 주에 있는 어떤 마을에 가면 이상한 기념탑이 하나 서 있습니다. 목화를 갉아먹는 벌레들을 위해서 세운 공적비입니다. 그 비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 번영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또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고 하는 신념을 일깨워 준 목화 벌레들이여! 우리는 다시 한번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목화를 거덜 낸 벌레를 위한 공적비라니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공적비에 얽힌 비화는 이렇습니다. 본래 알라바마주는 목화 생산지로 유명했습니다. 목화 재배 때가 되면 주변의 여러 주에서 많은 일꾼들이 몰려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수많은 벌레 떼가 날아와 목화를 깡그리 갉아먹는 바람에 그해 농사는 완전히 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꾼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갔습니다. 목화 벌레의 피해는 그 다음 해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생활이 어려워지고 민심도 동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믿음이 있는 자들은 로마서 8:28의 약속을 붙들었습니다.

(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in all things God works for the good)는 구절에서 ‘선’은 도덕적인 차원의 ‘착함’이 아니라 ‘좋은 결과나 결말’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이런 시련 가운데서도 합력하여 마침내 좋은 결말을 보여주실 하나님의 섭리를 믿으며 전혀 동요되지 않고 끝까지 버티어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지혜를 따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분명히 좋은 길로 이끌어주시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무모하리만치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눈물을 머금고 수십 년 동안 일구어왔던 목화밭을 완전히 갈아엎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한 번도 재배해본 적이 없는 땅콩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토양이 땅콩 재배에는 더없이 적합해서 마침내 세계적으로 유명한 땅콩 생산지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일은 마침 그 무렵 화학섬유가 개발되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질 좋고 값싼 나일론으로 만든 인조섬유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비싼 목화로 만든 무명 옷감은 가성비에 있어서 점차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다른 주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알라바마주만은 일찌감치 땅콩 재배로 전업한 결과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을에서 목화 벌레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공적비를 세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바로 이와 같은 전화위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건은 아마도 요셉의 생애일 것입니다. 요셉은 하나님이 주신 꿈 때문에 형들에게 시샘을 받아 애매한 고난을 당합니다. 부모님과 형들이 자기에게 절하는 것은 요셉의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생각이 전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두 차례에 걸쳐 더블체크하시면서까지 확실하게 보여주신 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바로 이 꿈이 계기가 되어 가까스로 죽음을 면하고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고, 주인 보디발의 총애를 받긴 했지만 그의 아내의 집요한 유혹을 뿌리친 탓에 감옥살이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바로에게 불려가서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족집게 해몽을 하게 되고, 마침내 30세의 젊은 나이에 강대국의 총리가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흉년 중에 가족들을 집단 이주시킴으로 자신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의 기초를 닦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꿈을 이루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그저 우연인 것 같지만 그 배후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음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섭리(providence)라는 말은 라틴어 providentia에서 유래했습니다. 접두어 pro는 ‘~의 앞에’또는 ‘미리’를 의미하고, videntia는 ‘본다’는 뜻으로서, 이 합성어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예지(豫知)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divine providence)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를 다스리시기 위해 행하시는 일체의 사역을 일컫는 말입니다. 룻기 2:3을 보면, 룻이 이삭을 줍는데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서 줍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우연일지 모르나, 하나님의 섭리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필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룻은 보아스와 가정을 이루게 되고, 이들을 통해 하마터면 단절될 뻔했던 메시아의 계보가 이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을 느낄수록 우리의 감사의 폭과 깊이는 비례적으로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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