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여호와 샬롬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제비 뽑아 각 지파별로 땅을 나누어 주었지만, 가나안 원주민들은 틈만 나면 이스라엘 민족을 괴롭혔습니다. 아직 왕이 없던 시대라 하나님께서는 그때마다 사사들을 세워 가나안 족속을 물리치시곤 했습니다. 때로는 지파 연합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사사 중에 가장 유명한 사사는 기드온과 삼손이었는데, ‘여호와 샬롬’은 기드온 사사와 관련돼 있습니다.
사사기를 보면, 기드온 당시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함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7년 동안 미디안 족속의 손에 붙여 징치하셨습니다. 미디안 족속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신 셈입니다.
(사사기 6:2-5) “미디안의 손이 이스라엘을 이긴지라.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으로 말미암아 산에서 웅덩이와 굴과 산성을 자기를 위하여 만들었으며 이스라엘이 파종한 때면 미디안 사람과 아말렉과 동방 사람이 치러 올라와서 진을 치고 가사에 이르도록 토지 소산을 멸하여 이스라엘 가운데에 먹을 것을 남겨두지 아니하며 양이나 소나 나귀도 남기지 아니하니 이는 그들이 그들의 짐승과 장막을 가지고 올라와 메뚜기 떼같이 들어오니 그 사람과 약대가 무수함이라. 그들이 그 땅에 들어와 멸하려 하니 이스라엘이 미디안으로 말미암아 궁핍함이 심한지라. 이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
미디안 족속의 수탈과 노략질이 극에 달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정도로 삶이 곤궁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나님은 기드온의 집에 사자를 보내셨습니다. 그때 기드온은 미디안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포도주 틀에서 밀 타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나타나 말합니다.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그러자 기드온은 발끈해서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미쳤나이까” 하면서 항변합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그는 여호와의 사자에게 표징을 요구했습니다. 하나님은 음식을 불사르는 기적을 통해 기드온에게 확신을 심어주셨고, 이 표징을 본 기드온은 비로소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하셔서 민족을 구원하여 다시 평강을 되찾아주실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기드온은 여호와의 사자를 대면했다는 사실과 그를 의심했다는 사실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하나님을 본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불안과 공포에 질려 있는 기드온에게 여호와께서는 “안심하라. 두려워 말라. 너는 죽지 아니하리라”는 위로의 말씀으로 그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그에게 마음의 평안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이에 기드온은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나 감사해서 그 자리에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고 그 제단 이름을 ‘여호와 샬롬’(KJV, Jehovahshalom)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여호와 샬롬이라는 말은 “여호와는 평강이시다”(NIV, The LORD is Peace)라는 뜻입니다. 여호와 샬롬은 우리가 누리는 평강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떠나시기 전에 불안해하는 제자들을 안심시키시며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겠다”며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4:27)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우리가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듯이 만나면 늘 “샬롬(שָׁלוֹם)”하고 인사합니다.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주님의 첫 마디는 “너희에게 평안이 있을지어다”(Shalom to you!)라는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인들에게 있어서 Shalom이라는 말은 단순히 “안녕”이라는 인사말 이상의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Shalom이라는 말은 영어로는 peace라고 번역이 되지만, 우리 말로는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 상반되는 의미로 쓰일 때는 ‘평화’로 번역되며, 대립과 다툼에 상반되는 개념으로는 ‘화평’이라는 말로, 그리고 개인적인 내면의 안정된 마음 즉 갈등이 없는 마음의 평정을 의미할 때는 ‘평강’ 또는 ‘평안’이라는 말로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Shalom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평화, 화평, 평강, 평안보다도 더 광범합니다. 원래 히브리어 Shalom은 온전하다(whole) 또는 완전하다(complete)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소극적인 개념을 넘어 행복하게 장수를 누리다가 편안히 죽는 고종명, 질병과 가난이 없는 상태, 자연재해가 없는 상태까지도 포괄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으로서, 'wellbeing' 내지는 'wholeness'에 가까운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타락 이전의 에덴동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창조를 마치신 후에 모든 것이 심히 아름답다고 하시며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와 통일을 이루는 가운데 온전하게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를 가리켜 cosmos(조화)라고 일컫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무질서와 혼돈(chaos)의 상태에서 질서와 조화를 창출해 내신 ‘여호와 샬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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