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하나님의 타이밍(timing)
하나님은 하나님의 타이밍에 맞추어 역사하시는 분입니다. 갈라디아서 4:4을 보면,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도 베드로는 베드로후서 3:8-9에서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타이밍과 하나님의 타이밍은 다릅니다. 내가 가진 인생의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개의 헬라어, 크로노스(Χρόνος)와 카이로스(Καιρός)로 이해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의미화한 시간을 뜻합니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경과나 과정을 나타내는 수평적(horizontal)이고 직선적인(linear) 시간의 개념을 지닌 말이며, 이에 비해 카이로스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때나 기회를 나타내는 것으로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나타내는 수직적인(vertical) 의미를 지닌 말입니다. 하나님의 활동이 전개되고 그분의 계획이 실현되는 시간은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육신 사건은 그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긴 카이로스적인 사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75세 된 아브라함에게 자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아브라함은 아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생리적 시간이 지나버렸기에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렀습니다. 그래서 아내 사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종 하갈을 통해서 이스마엘을 낳게 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것은 하나님의 타이밍과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인내의 훈련입니다. 하나님의 타이밍은 완벽합니다(God’s timing is perfect.). 자손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하나님의 섭리적 타이밍에 맞춰 25년 후에야 성취되었으니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크로노스에 일을 저지른 것도 나이는 먹어가고 후사는 없는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했을 터이니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요셉에게 주신 꿈은 22년 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시점부터 그 약속이 이뤄진 시점까지 그 사이의 시간들을 들여다보면 성숙함을 돕는 하나님의 손길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timing을 운영하시는 방법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이 약속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을 때 비로소 약속을 이뤄주십니다. 하나님의 타임 운영법을 아는 신앙인은 믿음으로 인내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교회의 목회자이면서 저명명 작가요 강사인 마커스 길(Marcus Gill) 목사는 칼럼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타이밍에 만족하고 또 신뢰해야 할 할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1. 시간을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마커스 길 목사는 "발명한 사람보다 기능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면서,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그분이 모든 것의 창조주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시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하나님께서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실지에 대해 가장 완벽하게 아신다는 사실을 신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2. 하나님은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으신다.
마커스 길 목사는 "하나님이 실패하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하나님은 이전에도 실수하지 않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것임을 신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한 치의 착오나 오차도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 자신이 완벽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타이밍도 완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타이밍은 결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습니다. 특히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대하여 우리의 타이밍이 아니라 하나님의 타이밍에 맞춰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해주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What을 구하되 When과 How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드려야 합니다. 하나님은 ‘In His Time’에 “In His Way”로 응답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3. 하나님은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계신다.
마커스 길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므로 그분의 전지전능하심을 신뢰하라"고 권면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 대하여 우리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므로 우리에게 언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최상인지를 가장 잘 알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기도할 때 이방인들처럼 중언부언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마태복음 6:8)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스 힐먼(Os Hillman)이 쓴 『하나님의 타이밍』(The Upside of Adversity)은 ‘요셉 소명’이라는 키워드로 전개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일들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바라보는 성경적인 시각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요셉의 경우처럼, 하나님은 어떤 지도자를 통해 엄청난 일을 이루게 하시려고 먼저 심각한 역경을 경험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역경을 통해 지도자의 인격을 세우고 지혜를 구비시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 고난과 역경을 선용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에 관한 모든 관점을 바꿔버리십니다” 요셉은 꿈이 실현되기 전에 먼저 철저히 짓밟히고 부서져야만 했습니다. 꿈이 실현되기에 앞서 요셉은 배신의 웅덩이와 유혹의 함정과 망각의 감옥이라는 일련의 시련의 용광로를 지나면서 연단을 통해 지혜와 믿음이 더해지고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나며, 하나님이 주신 꿈을 더욱 견고하게 붙들게 됩니다. 요셉에게 주신 꿈은 22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항상 하나님의 타이밍을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지지만 언제 어떻게 이루실지는 알 수 없습니다. 때로는 원하는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아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약속은 하나님의 타이밍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반드시 성취된다는 것을 믿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셉뿐만 아니라 모세와 다윗도 쓰임 받기 전에 ‘광야의 시간’을 보내며 연단을 받았기에 높이 들어 쓰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세는 40년간의 광야의 훈련을 받은 후에야 출애굽의 지도자로 부름을 받았고, 다윗도 기름 부음을 받은 후 약 20년 후에야 왕으로 세움을 받았습니다.
말씀과 기도로 늘 깨어있어 하나님의 타이밍을 포착함으로써 뒷북 치며 만시지탄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Number | Title | Date |
233 |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
|
2024.11.01 |
232 |
항상 개혁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
|
2024.10.26 |
231 |
업그레이드된 인간관계
|
2024.10.19 |
230 |
한 사람의 영향력
|
2024.10.12 |
229 |
시너지(synergy) 효과
|
2024.10.05 |
228 |
이런 친구가 있나요‽
|
2024.09.28 |
227 |
유머러스한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
2024.09.21 |
226 |
긍정적인 ‘마인드셋(mindset)’
|
2024.09.15 |
225 |
여호와 로이
|
2024.09.07 |
224 |
여호와 치드케누
|
2024.08.31 |
223 |
여호와 삼마
|
2024.08.23 |
222 |
여호와 라파
|
2024.08.17 |
221 |
여호와 샬롬
|
2024.08.10 |
220 |
여호와 닛시
|
2024.08.03 |
219 |
여호와 이레
|
2024.07.27 |
218 |
세렌디피티 법칙(Serendipity Law)
|
2024.07.12 |
217 |
프레임 씌우기
|
2024.07.06 |
216 |
고난을 낭비하지 않는 지혜
|
2024.06.28 |
215 |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
2024.06.22 |
214 |
집단이기주의
|
2024.06.15 |
213 |
식물(食物)을 물 위에 던지라
|
2024.06.08 |
212 |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
2024.06.01 |
211 |
초심을 잃지 맙시다
|
2024.05.25 |
210 |
직설법(indicative)과 명령법(imperative)
|
2024.05.16 |
209 |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
2024.05.11 |
208 |
하나님의 일식(日蝕)
|
2024.05.03 |
207 |
하나님의 타이밍(timing)
|
2024.04.26 |
206 |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게 하리라
|
2024.04.20 |
205 |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
2024.04.12 |
204 |
“씨 뿌리는 자의 비유”와 네 가지 마음 밭
|
202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