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게 하리라
호세아는 주전 8세기 중엽부터 후반까지 약 30년간 활동했던 예언자입니다. 많은 예언자들이 남왕국 유다 출신인데 비해 그는 드물게 북왕국 이스라엘 출신의 예언자로서 북왕국을 대상으로 예언활동을 했습니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여로보암 2세가 통치하던 시대였는데, 여로보암 2세는 유능한 통치자로서 북왕국을 최전성기로 이끈 왕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는 최절정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신앙적으로는 매우 타락하였고, 따라서 도덕과 윤리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호세아를 통해 이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리셨습니다.
(호세아 4:1-2. 6-7) “이스라엘 자손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여호와께서 이 땅 주민과 논쟁하시나니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인애도 없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없고 오직 저주와 속임과 도둑질과 간음뿐이요 포악하여 피가 피를 뒤이음이라...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 네가 지식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내 제사장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요 네가 네 하나님 율법을 잊었으니 나도 네 자녀들을 잊어버리리라. 그들은 번성할수록 내게 범죄하니 내가 그들의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게 하리라.”
북왕국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강국이 되었고,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게 되었지만, 지도자인 제사장들을 위시해 온 백성이 신앙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뭘 잘해서 이런 복을 누리는 양 착각하며 아예 하나님을 도외시하는 교만의 죄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번성할수록 하나님께 범죄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의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게 하시겠다고 벼르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같은 이름의 가요도 있고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없을 때는 겸손하다가도 뭔가 잘 되면 자신도 모르게 거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패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잠언 16:18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교만을 경계할 것을 교훈하고 있습니다.
골프에서 늘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안 된다” 또는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입니다. 물론 골프에서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슬라이스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드는 태도는 실패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남보다 좀 우월한 점이 있다고 꼬드기며 어깨에 잔뜩 힘을 넣는 것도 역시 성공을 까먹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씨름 선수들이나 레슬링 선수들을 보면, 할 수 있는 대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상대에게 한판패를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선 줄로 아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서 10:12)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자신이 “서는 자리”에 처했다 할지라도 항상 낮은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정이 급하고 형편이 어려울 때는 하나님께 매달리며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다가도 일단 한고비를 넘기고 나면 마음이 해이해지고, 때로는 신앙의 길에서 영영 떠나버리는 자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보실 때 얼마나 야속한 마음이 드실까요?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자들도 있습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이 정도 되면 배신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배신 때리는 것”이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게 배신당하는 것입니다. 특히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거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맞고 나면 정말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비참하고 참담해집니다.
우리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축복을 물 붓듯이 쏟아부어 주었더니 기껏 한다는 짓이 죄악을 쌓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기분인들 좋겠어요? 하나님의 속상한 마음이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게 하리라”라는 한마디 말씀 속에 그대로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사야 5장에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상심한 마음이 비유적으로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선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기름진 포도원을 일구시고 그곳에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으신 후 잔뜩 기대에 부풀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극상품 포도는커녕 고작 들포도가 맺힌 것입니다. 이만저만한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이사야 5:4-6)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 내가 좋은 포도 맺기를 기다렸거늘 들포도를 맺음은 어찌 됨인고. 이제 내가 내 포도원에 어떻게 행할지를 너희에게 이르리라.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황폐하게 하리니 다시는 가지를 자름이나 북을 돋우지 못하여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요즘 한국과 미국을 생각할 때, 하나님이 주신 복을 너무 소홀히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같은 시기에 저와 함께 공부했고, 호남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던 오덕호 교수님이 최근에 쓴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몇 구절 인용해보려고 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국민과 민심은 항상 옳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이 말이 꼭 옳은 말은 아닙니다. 가나안 땅을 정탐한 후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한 이스라엘 국민이 옳은 겁니까? 20세기 초 히틀러를 따른 독일 국민이 옳은 겁니까? 우리는 반드시 국민을 최고 권력자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국민이 항상 옳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국민의 비위를 맞춰 내가 권력을 잡겠다는 욕심일 뿐입니다. 그런 욕심으로는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나라를 해칠 뿐입니다.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진리와 정의를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가 되어야 사랑과 정의를 이루며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Korean American으로서, 웬만하면 두 나라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과연 그러한 신뢰감을 계속 유지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이곳 미국도 국민들이 완전히 두 쪽으로 쫙 갈라져 각기 자기들만의 확증편향과 음모론에 젖어 건전한 타협이나 양보란 도무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하나님, 부디 영화를 변하여 욕이 되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수밖에는 달리 마땅한 길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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