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성실함이라는 덕목
성실함이라는 덕목
지난 칼럼에서는 ‘꾸준함이라는 미덕’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성실함이라는 덕목’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꾸준함과 성실함은 사촌 관계이긴 하나 꼭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간혹 꾸준하긴 하지만 그 사람의 인격이 성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실이라는 덕목은 그 안에 꾸준함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면, 정직, 진정성 등 다른 여러 덕목도 함께 아우르는 최고 최상의 덕목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뉴욕의 고급 호텔인 플라자 호텔에서 53년간 도어맨(문지기)으로 근속한 분이 있습니다. 죠셉 조렌티노라는 분입니다. 그가 53년 동안 근무하는 동안 결근은 사흘뿐이었습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고나는 손님들에게 공손한 인사로 맞이하고 짐까지 들어주었습니다. 박봉을 받으며 이런 단순노동을 반세기가 넘도록 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그가 평소에 자주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그는 꾸준함과 함께 성실이라는 덕목도 함께 갖춘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평소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나는 오시는 손님마다 예수님이 우리 호텔을 방문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맞이하듯 공손하게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성경 구절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골로새서 3:22) “종들아, 모든 일에 육신의 상전들에게 순종하되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와 같이 눈가림만 하지 말고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
얼마 전 일간신문에서 읽은 기사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도 역시 꾸준함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분입니다.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바 직책을 충직하게 감당했습니다.
영국 런던 캔터베리 대성당에 니콜라이라는 집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성당의 사찰 집사가 되어 평생을 성당 청소와 심부름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일이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 중의 한 가지는 시간에 맞춰 성당 종탑의 종을 치는 일이었습니다. 종을 얼마나 정확하게 쳤던지 런던 시민들은 그의 종소리를 듣고 시계를 맞추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한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두 아들 역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함으로써 케임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가 노환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종탑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평생 종을 쳤던 바로 그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정확한 시간에 종을 치고 종탑 아래에서 세상을 떠났던 것입니다. 이 소식에 감동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영국 황실의 묘지에 그를 안장해 주었고, 그의 가족들도 귀족으로 우대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날 하루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도록 공휴일로 정해 모든 상가가 철시하고 온 시민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도록 최고의 예우를 했다고 합니다.
성실은 하나님의 성품 중 하나입니다. 성실은 영어로는 ‘faithfulness’인데, 이 단어는 신실함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신실함의 일차적인 의미는 약속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자로 성실(誠實)은 정성 ‘성’, 열매 ‘실’입니다. 성(誠)은 ‘말을 이루는 것’ 즉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예레미야애가 3:22-23)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도소이다(great is your faithfulness).”
(민수기 23:19)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
한국어 성경이 새로 개정되기 전에는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식언치 않으시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에게는 오히려 이 번역이 더 실감이 납니다. 식언(食言)은 말 그대로 자기가 한 말을 집어삼킨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말한 것을 그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에도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eat one’s word’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이 한 말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한 번 입 밖에 내신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들을 향해 “내가 한 말은 그대로 믿어도 돼(You can take my word for it.)”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고린도후서 1:20)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된다(no matter how many promises God has made, they are “Yes” in Christ)”는 말씀에서 ‘예’는 헬라 원어로 ‘Ναί(나이)’인데, 긍정적인 답 즉 ‘Yes“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 모든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다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하여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가지고 ‘아멘’으로 화답함으로써 약속하신 것들을 누릴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멘’은 “진실로 그렇습니다(I agree)”라는 동의의 뜻과 함께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I hope so)”라는 소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죄성이라는 약점을 지닌 존재이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본받아 꾸준히 노력하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시편 31:23) “너희 모든 성도들아, 여호와를 사랑하라. 여호와께서 성실한 자를 보호하시고 교만하게 행하는 자에게 엄중히 갚으시느니라.”
(잠언 28:10) “정직한 자를 악한 길로 유인하는 자는 스스로 자기 함정에 빠져도 성실한 자는 복을 받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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