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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헤리티지 대학교(Washington Heritage University)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굽은 나무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못생긴 나무입니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못나 보이다 보니 누구도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곧게 자라 모양새가 좋은 나무는 쓸모가 많은 나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욕심을 내고 베어가 버립니다. 간혹 후손들이 가세가 빈한해지면 베어서 내다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굽은 나무는 한 번 심어 놓으면 그 자리가 변함없이 제 자리가 됩니다. 결국 그 선산을 지키며 나중까지 제 구실을 착실하게 해내는 나무는 쓸모없다고 괄시당하던 바로 그 굽은 나무입니다. 모든 나무는 나름대로 다 씀씀이가 있습니다. 곧은 나무는 괭이자루, 휘어진 나무는 톱자루, 갈라진 나무는 멍에, 벌어진 나무는 지게, 곧은 나무는 울타리, 약한 나무는 빗자루로 쓰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다 쓰임새가 있습니다. 다 글로 잘 나가면 농사는 누가 짓나요. 다들 폼나는 일만 찾는다면 소위 3D 직종인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은 누가 합니까. 밥하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으며, 머리 쓰는 사람 따로 있고 완력으로 일하는 사람 따로 있습니다. 무지렁이가 있는가 하면 똑소리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만 용처가 있는 게 아닙니다. 못난 사람의 몫도 분명히 있습니다. 낱알이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내버려진 지푸라기도 새 부리에 물리면 아늑하고 포근한 새 둥지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여러 용도로 쓰이는 유용한 새끼줄이 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집안에서 똑똑하다고 논 팔고 소 팔아 기껏 가르쳐 놓으면 부모 곁을 훌쩍 떠나버립니다. 오히려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자녀가 부모 곁에 남아서 효도합니다. 남들보다 좀 못났다고 소홀히 여겼던 자식이 오히려 부모에게는 훨씬 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눈먼 자식이 효도한다"는 속담도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같은 교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士)’자 직업을 가진 자들이 늘 잘 섬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몸과 지체의 비유’를 통해 교회의 특성을 마치 그림을 보듯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2:17-25)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 맡는 곳은 어디냐.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셨으니 만일 다 한 지체뿐이면 몸은 어디냐. 이제 지체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하지 못하리라. 그뿐 아니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그런즉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귀중함을 더하사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

우리 몸에서 가장 무가치하다고 생각되는 지체가 맹장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다른 수술을 할 때 개복한 김에 아예 멀쩡한 맹장을 떼 내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맹장도 고유한 기능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인체를 신묘막측하게 만드실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맹장, 오히려 자칫하면 심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칫 때를 놓치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을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장기를 굳이 만드셨을 리가 없습니다. 제가 언제가 우연히 읽은 적이 있는데, 우주 항공사를 선발할 때 맹장 절제 수술을 한 사람은 결격이 된다고 합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 보아도 맹장이 쓸데없이 그저 액세서리로 붙어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다 필요해서 하나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맹장은 몸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장기라는 인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도 인체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역할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특히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췌장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합병증을 떠나서도 늘 신경이 쓰이고 성가신 병이 당뇨병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가치는 쓰임새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아버지가 졸업한 딸에게 말했습니다. “딸아, 졸업을 축하한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이날을 위해 차를 사두었단다. 이제 내가 그 차를 너에게 주겠다. 그런데 먼저 중고차 딜러에 가져가 그들이 제안하는 가격을 확인해 보거라.“ 딸이 딜러에 갔다 와서 말했습니다. ”차가 매우 낡아 보인다고 하면서 천만 원을 주겠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다시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번엔 전당포로 가져가 물어 보거라.“ 다녀와서 딸이 이렇게 말합니다. ”전당포에서는 너무 낡은데다가 여기저기 수리한 흔적이 있어서 겨우 백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딸에게 자동차에 진심인 자동차 동호인 클럽에 가서 그들에게 차를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몇 시간 후에 돌아온 딸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클럽 회원 중 몇몇은 아주 관리가 잘 된 희귀한 엔틱카라고 하면서 1억 원을 제안했어요.” 이 말을 들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딸아, 나는 네가 올바른 장소에 있지 않으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단다. 아무도 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서성대지 말거라. 먼저는 너의 가치를 바로 알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어디에서 너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지 알 필요가 있단다. 비록 값비싼 다이아몬드일지라도 동굴 바닥에서는 절대로 빛이 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란 아무 데도 쓸모없는 물건을 말합니다. 그 무용지물이 때로는 유용지물(有用之物)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때 무용지물은 ‘무용지용(無用之用)’으로 탈바꿈합니다. 쓸모없다고 푸대접하던 것이 때로 도움을 줄 때 쓰는 말이 바로 무용지용입니다. 사무용품을 제작하는 미국 기업 3M의 대표 브랜드는 포스트잇(post-it)입니다. 사무를 보다가 간단하게 메모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으면 포스트잇을 사용합니다. 편리성과 실용성 때문에 사무실에서 비치하는 필수 문구류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잇은 처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던 중 실수로 만들어진 실패작이었습니다. 버려진 물건이었지만 일단 써보니 유용한 점이 있어 정식상품으로 출시했는데 의외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외에도 재료 혼합장치 작동 실수로 생겼다고 전해지는 물에 뜨는 아이보리 비누, 고양이가 깨뜨린 플라스크에서 힌트를 얻은 금만 가고 깨어지지 않는 유리, 스테이크인 줄 알고 두드리다가 생긴 와플, 냉면을 뽑아내다가 구멍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생긴 쫄면 등이 바로 무용지용 상품의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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