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신학교 교수
업그레이드된 인간관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인간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 속에서 진행되게 마련입니다. 어찌 보면 인생 자체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모와 관계를 맺게 되고, 자라면서 형제자매, 부부, 친척, 친구, 이웃, 직장동료, 사업 파트너, 교인 등등 나를 중심으로 한 관계의 동심원 수가 점차 늘어납니다. 이렇게 거미줄처럼 복잡다기하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느냐 하는 것이 곧 성공과 행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실직의 68%가 잘못된 인간관계로 인한 것인 반면 성공의 요인도 상당 부분 원활한 인간관계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행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인간관계로 인해 우리의 삶이 뒤틀려지고, 그래서 인생에서 실패와 불행과 고통의 쓴맛을 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저는 신학교 때 어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늘 새록새록 생각나곤 합니다. “목회는 80%가 인간관계이다.” 얼핏 비신앙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직접 겪어보니 정말 명언이었습니다. 다방면에 유능한 목회자라 할지라도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면 사역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믿음이 질식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숱하게 경험했습니다. 그러므로 비틀어진 관계는 바루어야 하고, 꼬인 관계는 풀어야 하며, 막힌 관계는 뚫어야 합니다.
사실 인간관계를 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선량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량하고 고집스러운 사람, 자기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만을 추구하는 사람, 나를 해코지하려는 사람, 무엇보다도 나를 구박하며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때로는 죽기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란 한번 깨어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인간관계는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사고는 눈 깜짝하는 사이에 일어나지만 수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관계는 마치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보곤 합니다. 똑바로 앞만 보고 간다고, 나 혼자서 교통 법규를 잘 지킨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운전할 때는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불필요한 갈등이나 충돌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이론적으로 안다고 해서 매번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신앙적인 내공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 말씀을 교훈 삼아 부단히 묵상하며 경건 훈련과 영적 훈련에 힘써야 합니다.
(빌립보서 2:2-3)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요약하자면, 한 마음을 품고, 겸손하게 처신하면서, 남을 존중해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날마다 경험하는 바이지만, 한마음이 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님의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믿음의 형제자매 간에도 역시 한마음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뜻을 합하라“는 말은 ”같은 목적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의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동일한 목적이요 공통의 목표입니다.
“만남은 운명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관계는 정성 들여 가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록 한 울타리 안에서 신앙생활을 해도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한 공간 안에 있다는 물리적 하나됨이 저절로 화학적 하나됨이 되지는 않습니다. 화학적 케미가 이루어지려면 피차 “성령께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합니다(에베소서 4:3). 관계는 얇은 유리잔과 같아서 쉽게 깨어집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합니다. 관계는 한번 형성되면 영원히 지속되는 자동시계가 아니라, 수시로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펴 주지 않으면 멈춰 서버리는 수동시계입니다. 관계란 생명이 있는 일종의 유기체입니다. 그래서 물을 주고 돌보면 저절로 성장하는 화분 속의 식물과 매한가지로 관계 역시도 돌보고 가꾸면 튼실하게 자라지만, 만일 가꾸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두면 어느새 한갓 추억의 편린에 불과한 관계가 되고 맙니다. 릭 워렌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만남을 어떻게 가꾸느냐 하는 것이다. 한 번의 만남이 우리의 생애를 변화시키며, 한순간의 만남이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이토록 소중한 만남이 친밀함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남이 이토록 소중하기에 혹 잘못된 만남이나 제대로 가꾸지 못한 만남은 우리에게 엄청난 아픔과 고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명품 관계가 명품 인생을 만듭니다. 명품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몇 가지만 제시해 보겠습니다. 노크의 법칙: 상대방의 마음 문을 열려면 내가 먼저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거울의 법칙: 내가 웃어야만 거울 속의 내가 웃듯이 인간관계도 내가 먼저 웃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베품의 법칙: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고 싶으면 내가 먼저 호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메아리의 법칙: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그것이 메아리가 되어 내게로 되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들은 기본적으로 ‘give and take’라는 조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처세술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인간관계“를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상대방이 나에게 못되게 굴어도 나는 악을 선으로 갚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시편 기자는 ”나는 사랑하나 그들은 도리어 나를 대적하니 나는 기도할 뿐이라“(시편 109:4)고 했고, 사도 바울은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17, 21)고 권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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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된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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