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무역 흑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모든 지표가 좋은데 환율만 유난히 약세인 지금 상황을 정부 관계자는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환율과 관련해 “지금 환율은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1500원 중반대는 높은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서 장기간 유지되면 물가 상승, 내수 침체, 기업 부담 증가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
▲ 정부, 적극 개입 시작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강력한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최근 환율 상승이 단순 수급 요인뿐 아니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 영향도 크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적인 쏠림 현상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환율은 장중 1,555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일각에서는 1,6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전날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투기적 거래에 경고했음에도 달러 강세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당국은 추가 구두 개입에 나서며 시장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 국내 은행 ‘비상’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 부담이 커지고 유가증권·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해 은행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0.01~0.03%포인트 하락하고, 환차손이 100억~120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환헤지 확대, 외환 포지션 관리, 유동성 모니터링 강화, 취약 업종 리스크 점검 등을 실시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환율 추가 상승에 대비해 단계별 비상대응 계획도 마련해 금융시장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 기업별 엇갈리는 희비
식품·유통업계는 밀, 대두, 설탕, 커피 등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백화점과 명품업계도 수입 상품 매입 비용 증가로 소비자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0.3~0.5%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차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 오리온은 약 70%에 달해 고환율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 원료 부담은 모든 기업의 공통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 국민 생활에도 직접적인 부담
해외 직구 가격이 상승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구매를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배송대행 업체들 역시 운영난을 겪고 있다. 해외여행 비용도 크게 올라 해외 대신 국내 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수백만 원 이상 늘어나 계획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대학의 해외 연수·실습 프로그램도 비용 부담으로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고환율은 단순히 금융시장 문제가 아니라 소비, 여행, 교육 등 국민들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년층에서는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