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끝내 포연과 침공으로 치닫은 우크라이나 사태

끝내 러시아가 24일 새벽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혹한 제재' 경고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이어 지상군을 투입한 것으로 전세계 주요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새벽 긴급 연설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측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특별작전을 펼친다고 선언한 뒤 러시아의 공격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내에 친러 반군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군사행동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따른 이 지역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원인은 돈바스 내전 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였다. 우크라이나의 현 친서방 정권은 나토와 유럽연합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서방의 첨단 무기가 턱 밑에 배치되는 셈이 된다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 등 서방측이 문서로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서방은 주권국가의 결정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나토는 구 소련 해체 이후 동유럽 14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중단할것이며 더 나아가 나토의 군력 배치를 1997년 이전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방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군사 작전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전면 점령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작전 명령이라고 한정했다.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예프와 키예프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러시아 군은 초정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군공항, 지휘통제실 등 군 인프라를 타격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확인했다.
현재 교전은 돈바스 지역 에서 특히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지만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동, 남, 북쪽에서 진입한 만큼 돈바스에 한정된 작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게 서방의 관측이다. 돈바스에서는 친러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줄곳 벌어지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사유가 없는 침공으로 규정하고 유럽연합 등 동맹과 함께 즉시 가혹한 전면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 측근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정상들도 잇따라 비난 성명을 내며 24일 러시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 부과"를 경고했다. 독일도 나서 천연가스관 건설 중단 선언을 한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은 아직 군사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규탄하며 추가 경제제재 계획을 밝히면서도 군사 옵션은 언급하지 않았다. 서방측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만 병력은 주둔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지상군 파병에 관해 질문에도 "그건 테이블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라며 군사옵션을 배제하는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밝지 않다. 당초 24일 미국과 러시아는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했으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회담은 취소됐고 양국의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을 통한 대화 중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긴급히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련된 모든 당사국들에게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도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 하면서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다. 가뜩이나 미·중 간 패권 경쟁으로 불안해지는 신냉전 화약고에 불을 댕긴 것이다.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적인 차원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유가 폭등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 파동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오서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등 한반도 평화 체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크게 유감스럽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만 못하다는 말을 상기 하면서 지구촌 열강 지도자들의 정치력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다시금 기대를 걸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