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마침내 시작된 재외선거, 꼭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23일부터 20대 대선 재외 선거가 시작 됐다. 한국 중앙선관위는 3·9 대선 재외투표가 오는 28일까지 전 세계 115개국 177개 재외공관, 219개 투표소에서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쟁 위험으로 재외국민 철수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대사관은 정세 악화에 따라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해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번 재외선거의 대상 유권자는 전 세계에서 총 22만6162명이다. 7백만을 헤아린다는 재외국민의 수, 2백만이 넘는다고 추산되는 재외 유권자의 수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숫자이기는 하다. 또 이곳 뉴욕의 경우 필라델피아 지역을 포함하는 뉴욕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 총 9123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쳐 이번에 투표권을 가지게 됐다고 최종 집계 발표됐다. 20만 정도로 추산되는 이지역 유권자 수에 비하면 더 초라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례없는 박빙의 대결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22만이 넘는 재외유권자들의 표는 어느때 보다 비중 있게 작용해 유권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코비드 펜데믹 등의 영향으로 후보별 지지자 후원회등의 모임을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주말 뉴욕 뉴저지를 비롯해 미주 전역의 여러단체들이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입장을 표명했고 자체 안내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자 정보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외교부, 각 공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정당 정책, 후보자 공약, 공약 이슈트리, 희망 공약 제안 등을 선택해 볼 수 있다. 후보자 공약 페이지에 들어가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등 후보자 기호 순으로 선거공약서, 10대 공약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투표를 하는 재외선거인 등은 여권·주민등록증 등 사진·이름·생년월일 등이 있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특히 영주권자는 영주권증명서를 반드시 가지고 가야 투표할 수 있다.
한국의 대선을 정확히 14일 앞두고 있으며 재외의 경우 투표가 시작된 23일 오늘 현재 유권자 대부분은 지지 후보를 이미 정했다고 얘기 된다. TV토론을 하든 대장동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든, 도이치 모터의 주가조작의 새로운 사실이 나오든 이들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과는 아예 말조차 붙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의 키를 쥔 사람들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얘기된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주인공이 이런 사람들이다.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유권자들, 찍을 후보가 없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먼저 떠올리는 선택은 무효 또는 기권인 듯하다. 소극적으로나마 현 상황에 저항하고 싶은 것이다. 5년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될 때, 기권표가 25.4%였다. 투표장에 나가 무효표를 던진 사람은 11.5%에 달했다. 10명 중 한 명이 투표장에서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와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결선투표를 하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는 한 번 기권표나 무효표를 던지면 끝이다. 분풀이는 될지언정 무의미하다. 오히려 최악의 후보에게 국정을 맡기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남은 방법은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흔쾌하진 않지만 최악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댄 고육지책이다. 그렇다면 최악은 무엇이고, 차악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최악은 권력의 독식을 방조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진영 대결을 줄이면서 정치교체를 실현하고, 대전환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얘기된다. 단순히 정권의 교체를 넘어선 한 단계 진전된 정치가 절실하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 후보나 저 후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은 차악을 선택하는 길이 아니다. 비록 다 함께 죄는 지었어도 더 큰 죄를 범한 자는 있게 마련이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 큰 죄인이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는 대선 후 할 일도 자명하다고 말해진다. 독식 타파, 통합을 위한 개헌과 대선 결선투표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 투표장에 들어서게 된 시점에서 “누구를 찍으면 누가 된다”거나 “누구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압박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단일화 논의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독식 철폐를 선언하고 통합을 약속하는지, 또 누가 더 진실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는지, 어느 세력이 정치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따져야 한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동포 유권자들이 반드시 할 일이다.
재외국민들의 그간 대선 투표성향을 보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51.55%였지만 재외선거만 놓고 보면 득표율은 42.80%였다. 반면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48.02%였지만 재외선거 득표율은 56.7%를 얻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전체 득표율 41.08%, 재외선거 득표율 59.17%를 얻었다. 두 번의 대선 결과만 본다면 재외선거는 민주당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올해의 경우 이곳 미국에서도 일단은 정권안정 보다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동포들의 목소리가 더 높다고 얘기 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를 보더라도 최악의 비호감 선거 라면서도 지금의 상황은 박빙이다.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뉴욕의 경우 맨해턴 뉴욕 영사관의 투표소가 오늘부터 업무를 개시해 투표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이밖에 퀸즈 한곳, 뉴저지 두 곳의 투표소는 이번 주말 25일 금요일 부터 사흘간 문을 열어 인근 투표자들이 종래 보다는 훨씬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다. 투표시간은 오전 8시 부터 오후 5시 까지다.
모두 다 나쁜 후보 투성이 라서 찍을 후보가 없다고 해서 투표를 방기 한다면 가장 나쁜 후보가 당선된다는 오래전 현인의 말을 되새겨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