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들불처럼 번지는 한국 내 반중정서와 동포사회의 착중미중

베이징 동게 올림픽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악의 편파 판정에 대해 한국민 전체가 분노를 금치못하면서 성토에 나서 반중 정서가 들끓고 있다. 착중 죽중이란 말 까지 새롭게 나왔단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뿐이라는 말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나서 국민들 눈높이, 특히 국제사회의 보편 상식으로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 면서 그래도 올림픽 정신과 정치는 구분해서 대하자고 하는 게 일관적 입장이었지만 국민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공정치 못함, 스포츠정신을 오염시키는 게 있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중국에 그런 의견을 피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편파 판정 논란에 모처럼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후보는 화합의 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올림픽의 기본 정신이 공정성인데 이것을 훼손하면서 승리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될지 혹 모르겠지만 지구촌 화합을 해치고, 우리 국민이 분노하게 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윤 석렬 후보는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아이들이 커가면서 공정한 스포츠룰을 배우며 민주주의를 배워가는데 이번 올림픽 상황을 보고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대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 여당의 친중정책의 대가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 부당한 처사에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할 말을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SNS에서 “중국은 더티판정을 즉각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고 썼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이번 판정 논란이 반중 정서로 옮겨 붙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에서 중국인을 몰아내자’ 등의 선동적인 글이 올라와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놓치게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판정 논란은 반미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한국 2030세대에서 불고 있는 반중 정서는 더욱 크다. 당초에도 2030의 반중정서는 의외로 반일(反日) 정서보다도 컸었다. 작년 11월 현대중국학회가 개최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 청년 세대의 반중 정서 현황’을 보면 5점 만점의 호감도 조사에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14점이었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2.83점이었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는 “교양 없는 중국인”이 48.2%로 가장 컸고, “독재와 인권탄압”(21.9%)이 뒤를 이었다. 호감의 주요 이유로는 “중국에 대한 단순한 관심”(41.4%)이 가장 많았다. 반면 일본에 대한 비호감 이유는 “역사문제(위안부, 일제강점기)”(79.7%)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호감의 이유로는 “선진적인 시민의식”(40.1%)이 가장 컸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나온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국내의 반중정서를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2030 세대의 역린을 중국이 건드렸다는 지적도 있다. 20대 후반 한 청년은 는 “이전에도 중국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을 보며 반중 감정이 더 커졌다”며 “세계인이 보는 올림픽에서까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반중정서를 드러내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대형 커뮤니티에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중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넌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5000회 가까운 추천을 받았다. 또 “일본은 백 년의 적, 중국은 천 년의 적”이라는 말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묻지마 혐오’로 번지는 양상도 포착된다.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중국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고,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동조했다. 반대 의견에는 ‘짱깨냐’며 몰아붙이는 댓글도 있었다.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중국인 전부를 미워하진 말아달라”고 올린 글에도 “’일부’라고 하기에는 ‘일부’가 너무 많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지나친 반중은 경계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여기에는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 “한중간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중국” 등의 댓글이 달렸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 뿐’이라는 의미의 ‘착짱죽짱’같은 극단적 표현도 국내 어지간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산 애플리케이션 불매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중국에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 목록을 공유하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소셜미디어앱 틱톡과 카메라앱 유라이크, 페이스유 등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편파 판정에 대한 한국의 제소 소식을 전하며 “일정한 몸싸움이 허용되고 선수들이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쇼트트랙에서 심판 판정과 실격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은 중국이 3개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면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여견상 무망한 이야기이고 한국은 남아 있는 쇼트트랙은 6종목에서 다시 중국 선수들과 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판정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된다면 반중 정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올림픽이 중국의 텃세 판정 탓에 자칫 ‘반중 올림픽’으로 불타오를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민의 땅에서 같은 아시안으로 분류되고 이해 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이해를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로서도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나름대로의 지혜를 짜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기자가 만난 이곳 중국인들은 절대다수가 우리편이었다. 중국측이 해도 너무했다는 의견이 많다. 착중 미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