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미국에서의 아시안계 성장, 그럴수록 참여와 공헌 계속해야

연말로 접어드는 지난 주말 모처럼 우리 동포 들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내용을 한번 더 들여다 보게 하는 밝은 소식이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미스 아메리카’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갓 스물의 우리 한국계 3세 여성이 영예의 왕관을 쓴 소식이었다. 이 대회에 알래스카주를 대표해서 출전한 동양의 미소가 환한 용모의 한국계 여성이 우승한 것은 대회 10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코네티컷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스 아메리카로 호명되자 에마 브로일스 양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가족,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조부모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가족이 없었다면 이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일스양은 식후 인터뷰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미스 아메리카가 된 것은 이 대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며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사회 변화와 더불어 놀라울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가 없어져 기쁘다”면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는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으로, 브로일스는 부친은 백인, 모친은 한국계로 외조부모가 50여 년 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정착했다.
그는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면서 “미국에는 정체성 문제를 겪는 이가 많은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와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은 정말 특별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분열을 겪는 시기에 열린 마음과 공감, 포용력을 증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브로일스는 자신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강박 장애와 연관한 피부질환을 얻었다가 이를 이겨냈던 과정을 공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브로일스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의 오빠가 어린 시절부터 스페셜 올림픽 선수로 참가한 배경이 이런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소개했다.
언론 들은 브로일스 양이 솔직하고 당찬 대답으로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며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후원하는 회사의 남성 임원이 성적인 접근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성은 결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그렇게 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애기도 전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자 기회의 나라이지만 인종차별이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사회라는 점도 우리는 체험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여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로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나면서 흑인 인권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반면 ‘아시안 혐오 그만’ 운동은 그만큼 확산되지는 못했다. 아시안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아시안들의 성장과 주류 진출은 꾸준히 아어져 왔다. 이 통계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미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입학처가 최근 발표한 지원자 합격률에 따르면 아시안은 전체 합격자의 25.9%로 파악돼 소수계 중 최다를 기록했다. 흑인 합격자는 전체의 13.9%, 라틴계는 10.5%, 아메리칸 인디언과 하와이 원주민은 3.7%로 파악됐다. 조기지원은 총 9406명의 지원자 중 7.9%인 740명이 합격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타 방탄소년단(BTS)도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힌 적 있다.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BTS는 지난 3월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토로했다.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는데 .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 비하를 당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어요”라고 했다.
BTS가 겪었다고 말한 차별은 단지 외국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 났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가서 가수로 데뷔한 한 2세 청년은 최근 미 라디오 방송에서 차별 이야기를 털어놨다. “당신은 미국인인데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았던 거네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젊은 가수 에릭 남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사람들은 저한테 ‘왜 한국 가는 걸 선택한 거예요?’라고 묻지만, 전 선택한 게 아니에요. 미국에선 기회가 없었죠.”
스타들이 이 정도인데 일반 아시아인이 겪는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한쪽에서는 BTS와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이 있다. 반면 아직도 아시아인을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는 사람도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나라 미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지만 종합해 보면 이 사회도 점점 변하고 있다. 결국은 희생과 투쟁의 결과다. 이럴수록 우리들은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우리의 시민으로서의 우리의 권리를 이야디 하고 사회에 참여하고 공헌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