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야 할 지구촌 탄소중립의 길

탄소중립은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얘기 된다. .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 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는 일이 쉬울 리 없다는 점이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2주 동안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14일 폐막했다. 약 200개 참가국은 회의 마감기한을 하루 넘기며 협상한 끝에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채택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 차이 때문에 불완전한 대책에 머물러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할 가장 중요한 회의가 미흡한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는 아쉬운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사국들은 이번에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노력을 가속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당초 목표로 제기된 석탄 발전 퇴출까지는 가지 못했다. 합의문 초안에는 석탄을 ‘퇴출’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으나 인도 등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의 항의에 부딪혀 ‘감축’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강제력이 없는 합의인데도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타협하고 만 것이다.
조약은 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내년 말까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검토·강화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유감스럽다고 얘기된다. 현재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2.4도나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현 실정을 타개할 대책을 내년으로 넘긴 것에 불과하다.
당사국들은 총회 도중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춘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메탄 배출량을 30% 줄인다는 ‘국제 메탄서약’을 내놓은 바 있는데 그나마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제국은 203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한다는 탈석탄 선언에 서명했고 40개 국가가 2040년대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세계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노력하겠다는 뜻”이지 탈석탄 시점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는 연약한 행성”(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당면한 기후위기에 비하면 합의문은 한가해 보일 정도라는 애기가 나온다.
또 주목할 사안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 제한’이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음에도 내년에 NDC를 다시 점검하겠다며 얼버무리고 넘겼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유한 나라들이 내기로 한 연간 1000억달러 기후기금 약속을 이행할 구체적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많은 시민들은 이 소식을 그저 해외뉴스 또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문제라는 이른바 내로 남불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시민인 나 자신의 책임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요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저명한 국제기구가 수년간 세계의 탄소배출을 분석한 결과 인구 12%에 해당하는 23개 선진국이 총 탄소의 50%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과 한국도 주요 탄소배출국에 들어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알려진 중국이 지난해 101억7500만t을 배출해 세계 1위. 2위는 미국(52억8500만t), 3위는 인도(26억1600만t)였다. 일본은 11억7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5위에 올랐다. 러시아가 16억톤으로 4위,
한국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6억3500만t에서 감소한 수치다. 2010년부터 지난 10년 간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2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다가 지난해 들어 처음 감소했다. 감소 폭도 2014년 500만t 준 것에서 2400만t으로 커졌다. 세계 순위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연속 8위에 머물다가 9위로 한 계단 낮아졌다.
하지만 한국은 1인당 탄소배출량은 11.7t으로 세계 5위에 이른다.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2016년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뽑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인도 등을 탓하기에 앞서 세계2위인 우리 미국과 9위인 모국 한국 정부의 대응부터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공히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NDC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빠르면 2040년 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배출 제로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대통령의 그린뉴딜 구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너무 급진적”이란 반발과 “현실성 없는 목표”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을 기반으로 탈탄소 목표를 세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전력, 철강, 석유·화학 분야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한데 이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책도 세우지 않은 채 비현실적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재편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최근 원자력발전을 배제한 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한국 정부 구상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영국 등의 원전 회귀는 이런 논란을 부추겼고,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원전 불가피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보다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말하는 대로 탄소중립은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공허한 미사여구만 있는 대응으로는 지구촌을 탄소중립으로 안내할 수 없다. 지구를 살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 정치, 광고가 아니라 에산, 과학, 공론 그리고 참여다.
